<벌이 날다>, <괜찮아, 울지마>에 이은 민병훈 감독의 세번째 작품 마침내, 두려움에 관한 3부작을 끝내다.
“<벌이 날다>는 화장실을 땅 아래로 파들어가는 이야기이고 <괜찮아 울지마>는 산으로 올라가는 이야기이며 <포도나무를 베어라>는 하늘과 교감하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세 작품 모두의 공통점은 두려움이다.”
가난한 한 가장의 두려움을 담은 <벌이 날다>는 부자인 옆집 남자에 대해 질투심을 가진 주인공이 자존심이상해 그로부터 도망가지만 그보다 더 힘있고 권력을 가진 검사 앞에서는 오히려 그를 피하지 않고 직면하게 된다. 그래서 그 집앞에 화장실을 파는 것으로 인해 검사에게 평생 인분 냄새를 맡고 살게 하려는 시련을 준다.
<괜찮아 울지마>는 도박에 빠져있던 한 젊은 남자가 빈털터리가된 채 빚쟁이에 쫓겨 고향으로 돌아온다.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로 잘못 알려진 그는 거짓말로인해 두려움에 직면하게 되고 산으로 올라가지만 결국 동네를 떠나게 된다. <벌이 날다>, <괜찮아 울지마>는 우리가 잘 모르는 중앙아시아의 가난한 나라 타지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서 촬영되었다.
그리고 4년뒤 민병훈 감독은 제 3국이 아닌 한국에서 국내배우들과 함께 마침내 3부작을 완성한다. 한국영화에서 좀처럼 보기힘든 종교와 사랑이라는 소재로 두려움에 관한 또다른 이야기 <포도나무를 베어라>를 완성한 그는 깃털처럼 가볍게 대중 앞에 다시 돌아왔다.
<포도나무를 베어라>는 좋은 신부가 되려는 한 신학대학생이 사랑하는 여자와의 관계를 끊지 못하고 두려움에 닥쳤을 때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내용의 사랑이야기로 대중적 감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종교와 사랑에 대한 구원의 멜로 드라마 독특한 소재와 형식으로 또다시 주목받는다!
'가톨릭 성직자'라는 소재는 우리나라에서 익숙하지 않는 장르 영화지만 해외에서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쿠오바디스> 등 대중적이면서 일상적인 영화적 소재로 넓게 사용되고 있다.
<달마가 동쪽으로간 까닭은>, <화엄경>, <아제아제 바라아제>,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등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던 이들 종교적 형식을 빌려온 작품들은 그러나 거의 전부가 불교를 소재로 다루고 있다.
민병훈 감독의 <포도나무를 베어라>는 정통성이 강한 가톨릭을 소재로 세속의 사랑과 신을 향한 종교적 신념 사이에 갈등하는 신학생을 통해 관객의 공감을 충분히 불러 일으킬만한 내면적 갈등과 복선을 통해 기존 종교 영화와는 또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누구든지 나에게서 떠나지 않고 내가 그와 함께 있으면 그는 많은 열매를 맺는다.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요한복음 15장 5절)
포도나무는 하나님 즉, 신을 상징한다. '부처가 되려면 부처를 죽여라' 라는 말이 있듯 두려움을 베어라란 의미로 '포도나무를 베어라'라고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믿음과 사랑이라는 것도 결국 베어버리지 못하면 자신을 넘어설 수 없는 것처럼 <포도나무를 베어라>는 제목에서 주는 독특함으로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는 포도 물감처럼 우리의 마슴속에 깊은 자국을 남길 것이다.
저예산영화, 독립영화란 꼬리표를 떼고 싶다! 깃털처럼 가볍게 다가온 대중적 작가 영화
민병훈 감독의 전작 <벌이 날다>와 <괜찮아 울지마>는 해외에서 촬영을 하고 외국배우를 등장 시키며 해외 영화제에서 인지도를 확고히 쌓았지만 대중과의 소통은 쉽지 않았다.
저예산영화, 독립영화라는 꼬리표를 달게되면 의례히 '어려운 영화', '낯선 영화'라고 생각하고 무조건 보지 않으려는 한국영화의 기이한 현상속에 지금도 '작은 영화'라는 이름으로 1만명을 목표로 힘겨운 작업을 하고 있다.
‘깃털처럼 가볍게’라는 영화속 대사처럼 <포도나무를 베어라>는 인간이면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 신에 대한 불신, 용서와 화해, 구원의 문제를 다루어 종교적인 요소와 인간과의 사랑을 이야기하며 공감대를 형성. 전작과는 다르게 대중적인 작품을 지향하며 제작되었다.
한국영화의 스타시스템이 무너지는 과정에서 <포도나무를 베어라>는 미래의 성장 가능을 성을 가진 신예와 그리고 한국영화에서 탄탄한 실력을 갖춘 조연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용서받지 못한자>의 서장원을 비롯 <무도리>, <아는여자> 등에 출연하며 자신만의 색깔을 서서히 갖추어가고 있는 이민정과 기주봉, 이남희, 정석영, 성열석 등 실력파 배우들을 기용함으로써 영화의 맛을 살려가고 있다.
<포도나무를 베어라>는 결코 저예산, 독립영화가 아닌 우리의 말과 행동으로 사랑앞에 절망하는 두 남녀의 슬픔을 담은 구원의 멜로드라마인 것이다.
광주 가톨릭 대학, 성베네딕도 요셉 수도원 한국영화 최초로 영화의 문을 개방하다
<포도나무를 베어라>를 보면 실제 가톨릭 대학교와 수도원, 공소 등이 나온다. 영원히 열리지 않을거 같았던 성역 같은 그곳이 마침내 영화 촬영을 위해 문을 열어준 것이다. 그것도 신학생의 사랑을 담은 이야기에 말이다.
작품을 기획하며 전국의 가톨릭 대학교와 수도원 등 안가본곳 없이 발품을 팔아가며 헌팅을 한 민병훈 감독은 최적의 장소를 찾아냈지만 처음부터 장소 사용 불가라는 벽에 부딪치며 수없이 많은 난관을 겪어야만 했다.
세트장을 짓거나 혹은 아무 대학이나 가서 촬영해도 크게 상관은 없었지만 민병훈 감독은 실제로 그 장소에서 촬영하길 원했다. 민병훈 감독은 영화를 하는한 변하지 않는 것중 하나가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자는 것이었고 결국 그의 의지가 신에게 통해 국내 최초로 영화의 문을 개방했다.
신학교는 광주 가톨릭 대학에서 촬영되었는데 처음엔 주교 다섯분 모두가 반대를 했고 설득끝에 세 사람의 허락을 받아내 겨우 촬영을 시작할 수 있었고 남양주에 있는 성베네딕도 요셉 수도원을 섭외하는데에는 일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으며 성당을 섭외하기 위해 1,000여군데를 돌아다니다 나주에 있는 글라렛 수도원의 한 성당에서 몰래 촬영하기도 했다. 고가의 미술품들이 즐비한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의 촬영 또한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국립미술관에서의 촬영중 조명기 하나라도 넘어져 작품을 손상시키는건 아닐까 싶어 수억원이 넘는 조각상 앞에는 그것만 따로 지키고 있는 전담 스텝을 두기도 했으며 남양주에 있는 성베네딕도 수도원에서 늦은 밤 수도원안에 조명기를 켜자 수도원과 수녀원 전체가 난리가 난적도 있었다. 수도원 안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지만 결국 그곳의 신부님과 수녀님의 배려와 도움 덕분에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이방인, 낮선 곳에서 영화의 영감을 얻다. 알고보면 재미있는 <포도나무를 베어라> 탄생 비하인드 스토리
<포도나무를 베어라>는 민병훈 감독의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시작되었다. 천주교 신자인 민병훈 감독은 신학대학을 지원했지만 본인의 바람이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그것도 두번이나. 그리고 그는 군대를 다녀온 후 러시아 국립영화대학으로 유학을 떠났고 유학생활 중 아르메니아 공화국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1910년~1920년대 세계적인 거장 감독이었던 세르게이 파라자노프의 생가를 찾아가보겠다는 목적으로 중앙 아시아의 가장 문명이 발전되지 않은 그곳에서 이 동양의 낮선 이방인은 마치 예수처럼 가는곳마다 어린아이들이 신기한듯 그의 뒤를 졸졸 쫓아다녔다.
그러던 어느날 그곳의 한 여인숙에 머물게된 민병훈 감독은 그날 밤 늦게 한 노파와 아주머니가 찾아와 그를 어디론가 데려간다. 영화 <내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 나오는 좁은 길을 따라 어느 집에 다다른 민병훈 감독은 50대 정도의 한 남자와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그는 거의 죽기 직전의 상태였다. 그리고 자신에게 기도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사람에게 기도를 해달라니 너무 어이없고 황당했지만 워낙 외국인의 방문이 낯선 곳이었고 그래서였는지 기도를 해달라는 그들의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 남자는 오전에 그에게 차를 태워줬던 사람이었다.
그 남자는 민병훈 감독을 보는 순간 자신은 아르메니아의 ‘나’이고 한국의 ‘나’ 는 민병훈이다. 우리는 같은 이중인물이라는것이였다. 같은 영혼을 가진 두 사람이 만나서 아프기 시작했다고 말하며 기도를 부탁한 것이다. 납득할 수 없었지만 기도를 해주었고 그 자리를 서둘러 빠져 나왔다.
다음날. 다시 그의 가족이 찾아와 한번 더 집에 가달라는 부탁에 그는 두려움을 느꼈고 마을을 도망치듯 빠져 나왔던 경험이 있었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창조적으로 다시 변형시켜 수아와 헬레나 수녀를 1인 2역으로 하여 동일 인물을 만들어냈고 기이한 체험을 판타지가 아닌 리얼하게 표현하려고 했고 마침내 그의 세번째 작품 <포도나무를 베어라>가 탄생하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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