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영상이 결합된 매력적인 크로스 오버 무비 세계 최고의 사진작가 그룹, 매그넘 포토스의 앙투완 다카타 참여!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사진작가 그룹 매그넘 포토스(MAGNUM PHOTOS)의 멤버, 앙투완 다가타가 영화의 카운셀러로 <로스트 맨>에 참여했다. 사진기자 출신의 다니엘르 알비드 감독은 영화의 전반적인 전개만이 아니라 촬영부분에 있어서도 ‘최소한의 조명 사용과 의도적인 포커스 아웃’이라는 앙투완 다가타의 사진기법을 적극 활용해 거칠지만 부드러운, 그리고 역동적인 영상을 만들어 낸다. 또한 전쟁이 휩쓸고 간 흔적이 여전히 남아있는 레바논의 황량한 거리, 요르단의 아카바 만 등 척박함 속에 숨겨진 아름다운 풍광을 스냅사진처럼 엮어내, 영화 곳곳에서 스타일리쉬한 영상미를 느낄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로스트 맨>은 사진과 영상이 결합된 매력적인 크로스 오버 무비로 완성되었다. 여기에 더해 주목할 점은 영화의 포스터를 비롯해 촬영 장면을 찍은 스틸 컷들의 대부분을 앙투완 다가타가 직접 촬영해, 그 자체만으로 예술적 가치를 지닌 작품이라는 것이다.
2009년 가장 감각적인 센세이셔널 무비 관능과 도발, 쾌락과 관음 사이 절묘한 경계를 넘나드는 정사씬
<로스트 맨>의 주인공 토마스는 매일 밤 새로운 여자를 품으며 육체의 즐거움으로 공허함을 채운다. 그리고 쾌락이 절정에 이르는 순간, 상대 여인의 몸을 한 장의 추억으로 영원히 간직하려는 듯 일기처럼 카메라에 담는다. 특히 이 정사씬들은 앙투완 다가타의 촬영기법을 완벽하게 적용해내며, 빛과 어둠의 조화를 통해 아름다우면서 매혹적인 실루엣으로 완성되었다. 육체의 관능을 ‘카메라’라는 도구로 바라보는 도발적인 설정의 <로스트 맨>은 쾌락과 관음 사이의 절묘한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
과거를 지운 남자 vs 순간을 기록하는 남자 끝없는 욕망을 찾아나선 이들의 멈출 수 없는 여행
“그를 다시 볼 거란 생각은 이제 안 해요. 지금 그곳에 머물러야 할 이유가 있겠죠. 다신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더 많은 여자를 품기 위해 사랑하는 이와 딸과의 단란한 행복을 버린 남자가 있다. 그리고 완벽한 가정을 꿈꿨지만 아내의 간통에 대한 끝없는 의심을 버리지 못해 결국엔 ‘그녀의 죽음’이라는 파국을 부른 남자가 있다. 결국 그는 자신의 손으로 아내를 죽였다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기억상실증 환자가 되어 거리를 방황하게 되었고, 행복한 가정을 버린 남자 역시 영원히 손에 잡히지 않을 사랑을 찾아 끝없는 여행을 나선다.
<로스트 맨>의 두 주인공은 평생 바위를 산 위로 굴리는 일을 반복해야 했던 시지프스(Sisyphus)의 신화와 매우 닮아있다. 그들은 각각의 이유로 세상 밖으로 나왔지만, 20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거치는 동안 그들의 여행은 어느덧 목적도, 방향도 잃어버리게 되었다. 과거의 시간 속에서도, 세상 밖으로 나온 후에도, 그 어디에서도 해답을 찾지 못한 두 남자는 세상을 유랑하며 어제와 다를 바 없는 내일을 기다리듯 과거와 내일이 혼재된 하루를 살아간다. 다니엘르 알비드 감독은 세상의 정반대 편에서 온듯한, 다른 듯 너무나 닮은 두 남자의 계속되는 ‘오늘’을 통해, 시지프스의 형벌처럼 ‘영원히 반복되는 시작’과 같은 우리네 삶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Tip. 그리스 신화에서 교활함의 대명사로 알려진 코린토스의 왕 시지프스(Sisyphus)는 신들의 왕 제우스가 아이기나를 유괴하는 것을 목격하고 이를 아이기나의 아버지인 아소포스에게 밀고해 제우스의 노여움을 산다. 이로 인해 시지프스는 제우스가 보낸 죽음의 신에 의해 저승으로 잡혀가지만, 그를 속이고 다시 지상으로 내려와 장수를 누린다. 결국 시지프스는 신들을 기만한 죄로 커다란 바위를 산꼭대기로 밀어 올리는 형벌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그 바위는 정상 근처에 다다르면 다시 아래로 굴러 떨어지고, 다시 굴려 올라가면 정상 근처에서 어김없이 아래로 굴러 떨어져 시지프스는 평생 바위를 산 위로 굴리는 일을 반복해야만 했다.
금기와 일탈 사이 육체를 통한 짧고 강렬한 만남 혼란도, 고민도, 외로움도… 쾌락으로 보상받다
“난 딸이 하나 있어. 사랑했던 여자와 살았지. 하지만 그것만으론 살 수 없어 떠나야 했어. 다른 게 필요했어.”
<로스트 맨>의 두 남자, 토마스와 푸아드는 모두 사랑하는 이를 잃고, 가정을 잃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 후 새로운 인생을 찾아 떠난 여행에서 그들은 가야 할 뚜렷한 목적지 역시 잃어버리고 그저 발길이 닿는 대로 세상을 표류할 뿐이다. ‘무언가 잃는다’는 것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담고 있는 <로스트 맨>은 두 남자의 복잡 미묘한 감정을 밤문화를 통해 그려낸다.
실제로 세계를 여행하며 각 나라의 밤문화를 한 장의 프레임 속에 담아온 앙투완 다가타의 작품을 보고 영화의 영감을 받았다는 다니엘르 알비드 감독은 앙투완 다가타 작품 속 여성들의 일탈에서 <로스트 맨>의 두 주인공 토마스와 푸아드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어떠한 관념이나 사상을 넘어서, 오직 육체만으로 본능에 충실한 교감을 나누는 영화를 제작한다.
자의든 타의든 사랑하는 이들을 잃고 애정결핍에 사로잡힌 토마스와 푸아드는 매일 밤 새로운 이성을 통해 이상과 자유를 해소한다. 그들은 자신들과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는 여자들과의 하룻밤을 통해 그들 속에 갇혀있는, 그래서 더욱 끝을 알 수 없는 욕망을 분출한다. 관습이나 도덕을 과감히 벗어 던지고 금기와 일탈 사이를 오가는 육체의 열정적인 교감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려 하는 것이다.
특히 사진작가 토마스는 여성과의 은밀한 관계를 가지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카메라의 셔터를 누른다. 스스로 행위에 덤벼드는 적극적인 주체자인 동시에 카메라를 통해 훔쳐보는 관찰자 사이를 오가는 것이다. 토마스는 자신의 욕망을 위해 소중한 것들을 버렸지만, 그토록 원했던 길에서도 온전히 자신을 위로하고 불태울 어떤 것을 잡지 못한다. 그래서 그는 ‘순간의 정지 혹은 포착’을 통해 “영원”을 잡고 싶은 강렬한 욕망으로 셔터를 누른다. 그러나 결국 행위자와 관찰자 사이에 선 토마스는 그 어떤 것에도 온전히 몰입할 수 없는 욕망을 계속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서양에서 동양으로 향하는 길목, 그 찰나와 영원 사이에서 만나는 새로운 세계 길을 잃는다는 것과 외로움에 대한 관조
“당신이 사라지고 사방으로 찾으러 다녔어요. 할 수 있는 건 다 했죠. 그러다가 어느 날 찾기를 그만뒀죠. 시간이 바꿔놨어요.”
<로스트 맨>은 서양에서 동양으로 향하는 길목인 ‘레바논’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1975년에서 1990년 사이 레바논은 내전으로 인해 혼란의 시기를 겪었고, 그 시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사라졌다. 레바논은 프랑스의 지배를 받은 경험도 있다. 그렇기에 프랑스인들을 바라보는 레바논인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그런데 하필이면 감독은 왜 서양인과 동양인, 더군다나 프랑스인과 레바논인을 주인공으로 다룬 것일까?
영화는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두 남자의 혼란을 표현하듯 동•서양의 경계에 있는 레바논이나 시리아 등 중동의 여러 나라를 배경으로 전개되지만, 그들을 하나로 묶기 위한 공간은 택시 안, 바, 호텔, 클럽 등과 같은 지극히 사적인 곳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 안에서 토마스와 푸아드는 그 누구에게도 쉽게 밝히지 않았을 법한 대화를 나누며, 유기적인 끈을 만들고, 그들만의 새로운 우주를 창조해낸다.
특별한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고 개방적이며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토마스와 탈출구 없이 꽉 막혀 엄격한 법률 속에 살아온, 완고함과 고독함을 지닌 푸아드가 있다. ‘더 많은 여자를 품기 위해’, ‘아내의 간음을 참지 못해서’라는 어찌 보면 매우 상반되는 이유로 세상 밖으로 나왔지만 끊임없이 자유와 이상을 추구하는, 그 무엇에도 구속되어 있지 않은 두 남자의 감춰진 이야기는 매우 닮아 있다. 서로에게 본능적으로 끌리듯이 동행하게 된 토마스와 푸아드는 상대의 외향적인 모습이나 조건이 아닌, 내면에 숨기고 있는 자신과 같은 고독과 외로움이란 감정을 한눈에 알아보고, 텔레파시로 교감하듯 이끌리게 된 것이다. 이처럼 <로스트 맨>은 전혀 다른 듯 닮은 두 남자의 관계를 통해, 이념과 사상을 넘어서 살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외로움이나 고독과 같은 감정의 본질적인 의문 자체를 길 위의 인생으로 우화적으로 표현한다.
가슴에 묻었던 소중한 것들을 잃어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앙투완 다가타와 윌리엄 불만을 통해 해답을 찾다
레바논에서 태어나 내전을 경험하고 그 전쟁이 끝나기 몇 개월 전, 꿈을 찾아 17세의 어린 나이에 프랑스로 향한 다니엘르 알비드 감독은 프랑스에서 사는 동안 그녀가 떠나왔던 나라, 레바논에서의 시간과 시선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레바논에서의 세월만큼 프랑스에서 시간을 보낸 다니엘르 알비드 감독은 자신의 뿌리인 고향에서도, 영원한 ‘이방인’으로 남을 수 밖에 없는 프랑스에서도 완전한 삶을 이루지 못하고 부유하듯 세상을 떠돌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잃어버린다는 것’, 그리고 ‘이룰 수 없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했던 다니엘르 알비드 감독은 미국의 소설가 윌리엄 불만 William T. Vollmann을 먼저 떠올린다. 부유하는 자들, 현실을 벗어나 자신을 바라보는 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소설들을 많이 써온 윌리엄 불만에게서 영화에 대한 조언을 얻고자 했던 감독은 생각한 바와는 달리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그를 만나게 된다. 그래서 좀 더 자유롭고 이상을 향해 나아가는 앙투완 다가타를 생각해낸 감독은 그의 삶과 사진, 그리고 그가 세상 끝에서 만난 여자들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눈 끝에, 앙투완 다가타가 <로스트 맨>에 도움을 줄 적임자라는 것을 확신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앙투완 다가타는 <로스트 맨>에 카운셀러로 합류하게 되었고, 다니엘르 알비드 감독은 그의 도움으로 그녀가 상상해왔던, 모든 것을 버린 채 세상에서 길을 잃고 스스로를 망각하며 살아가는, 혹은 살아가려는 이들의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게 되었다.
레바논, 시리아, 그리고 요르단… 중동 3개국에서 진행된 로케이션 거친 땅에서 시작된 두 남자의 여정
<로스트 맨>은 레바논과 요르단, 시리아에 이르는 중동 3개국, 그리고 프랑스에서 촬영되었다. 다니엘르 알비드 감독은 영화를 시작한 이래 꾸준히 자신의 고향인 레바논과 중동에 대한 관심을 가져오며, 실제로 그곳에서 많은 영화들을 만들어 왔다. <로스트 맨> 역시 대부분의 촬영을 레바논과 요르단에서 진행했다.
레바논은 면적 1만 400㎢의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그 곳에서 길을 잃는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성립 되지 않는다. 하지만 <로스트 맨>의 길을 잃고 방황하는 푸아드의 이동 범위는 레바논의 베이루트에서 북시리아로, 그리고 요르단으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감독은 기억상실증에 걸린 푸아드가 불안해하지 않고 집단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나라를 선택해야 했기에, 레바논의 주변 지역들을 영화의 배경으로 설정한다.
다니엘르 알비드 감독은 과거, 시리아와 요르단을 여행했을 때의 경험을 떠올린다. 그곳에서 감독은 거리의 방랑하는 수 많은 남자들은 보았지만, 여자들을 쉽게 만나지는 못했다. 그리고 그곳 남자들의 시대착오적인 의상의 일관된 스타일을 발견하고, 이들에게는 이 획일화된 일상을 벗어날 매혹적인 사건이 필요하다는 것을 불쑥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이들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무엇을 생각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한다. 이러한 고민 끝에 다니엘르 알비드 감독은 기억을 잃고 방황하는 푸아드와 이국정서와 대립한 채 닫혀진 세상과 마주하기 위해 중동을 찾은 유럽인을 떠올리게 된다.
토마스와 푸아드는 깊은 내면에 타협할 수 없는 거친 저항심을 가지고 있다. 토마스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이상에 대한 도전과 같은 마음으로 미지의 땅에 당도했고, 더 먼 곳으로 떠날 수 있었던 푸아드는 자신의 잃어버린 과거가 묻혀 있는 혼란의 땅에서 머물며 하나의 삶을 이룬다. 그리고 그들은 함께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 낸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