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 제대로 붙었다
대한민국 대표배우 박중훈과 2006년 가장 기대되는 유망주 천정명이 만났다. 박중훈은 아픈 아들을 위해 순직수당을 타려고 죽기를 각오한 15년 차 강력계 형사 ‘성우’로, 천정명은 누명을 벗기 위해 복수를 각오한 탈옥수 ‘수현’으로 출연한다. 색깔과 개성이 분명한 감독의 작품을 찾던 중, 데뷔작인 <정글 쥬스>로 독보적인 연출력을 선보인 조민호 감독과 시나리오에서 사람냄새가 물씬 묻어난다는 이유로 <강적>의 출연을 결정한 박중훈. 1999년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이후 형사로 다시 돌아온 그는 삶에 지친 형사 ‘하성우’ 역을 맡아 특유의 코믹한 이미지를 거둬내고 또 한 번의 변신을 선보인다. 또한 드라마를 통해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천정명은 새롭게 살아보려 했던 삶이 누군가에 의해 헝클어져 버린 탈옥수 '이수현' 역을 맡아 처음으로 액션연기에 도전한다. 그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밝혔듯이 액션 연기에 대한 목마름과 존경하는 선배배우 박중훈과의 동반출연, 배역을 통해 남성적인 매력을 한껏 보여줄 수 있다는 이유로 <강적>에 출연하게 되었다. 국내에서는 국민배우로, 할리우드에서는 동양을 대표하는 배우로 활약하고 있는 박중훈과 충무로 캐스팅 1순위 천정명의 조화는 많은 팬들에게 최고의 기대를 심어주기에 충분할 것이다.
두 남자, 다르다
2006년 한 해 한국영화계는 남자들의 향기가 가득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개봉한 <야수><홀리데이><사생결단>에 이어 <강적>을 비롯, 조인성, 남궁민 주연의 <비열한 거리>, 설경구, 조한선 주연의 <열혈남아> 등 남성 투 톱을 내세운 영화들이 줄을 잇는 것. 이 영화들의 설정과 내용은 각기 다르지만, 기실 관객들의 시선에서는 비슷하게 보이는 것 또한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그 중 <강적>은 확실히 다른 영화들과 차별성을 보인다. 남자, 대결, 폭력 등의 코드로 이미 시작에서부터 파멸을 예고하는 영화들과는 달리 일시적인 연대와 어쩔 수 없는 협력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며 공감하게 된다는 설정은 <강적>이 확연히 다른 선상에서 출발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강적>은 밑바닥 인생에도 한 가닥의 햇살은 비춘다는 낙관론을 바탕에 두고 삶에 대한 희망을 놓치지 않으려는 두 남자의 절박한 감정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비루한 삶의 상처를 핥아주는 두 남자의 치열한 감정 속의 울림은 음모와 파멸이 난무하는 영화들에 지친 관객들에게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메가폰을 잡은 조민호 감독이 “실상 우리 영화는 멜로 드라마”라고 말하는 것처럼 남자들의 끈끈한 우정이 강하게 녹아나 인간냄새가 물씬 나는 새로운 스타일의 액션드라마를 선보일 것이다.
두 남자, 치열하다
시나리오 단계에서 <강적>의 가제는 <죽기를 각오하다>였다. 이미 제목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영화의 전체적인 톤은 치열함이 동반된 끈끈함이다.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액션 역시 다르지 않다. 뭔가를 각오하고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인간이 끝까지 사력을 다할 때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인공으로 꾸며진 허황된 면을 지양, 세트를 배제하고 실제 거리에서 실전 감각이 살아있는 액션을 중심으로 표현되었다. ‘캐릭터가 보이고, 캐릭터로부터 나오는 액션’이라는 목표를 둔 박중훈과 천정명은 극중 캐릭터에 심취해 ‘죽기를 각오한’ 리얼액션을 펼쳤다. 설정 상 인질과 인질범으로 나오기 때문에 두 배우는 거의 모든 연기를 서로 수갑을 찬 채 촬영해야 했고 하루 촬영이 끝날 때마다 온통 손목이 부어 며칠씩 고생해야만 했다. 대교 위에서의 차량 추격 씬, 폭파하는 차에서의 탈출 씬, 둘을 쫓는 경찰들과의 혈투 씬 등 여러 액션 씬에서 부상을 감수하면서까지 온몸을 던져 연기했다. 생사를 함께 하는 장면들이 많아서인지 두 배우는 실제로도 영화만큼이나 끈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촬영장에서 배우들이 나눈 특별한 교감은 영화 속 장면을 통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것이다. 이처럼 실제 상황을 방불케 하는 땀 냄새와 살 냄새가 묻어 있는 두 배우의 실감나는 액션 연기는 영화의 재미는 물론, 완성도에 깊이를 더해 줄 것이다.
스크린에 다시 태어나는 종로
<정글 쥬스>가 청량리를 배경으로 양아치들의 일상을 담았다면 <강적>은 인질과 인질범으로 만난 두 남자의 드라마가 종로 거리와 그 뒷골목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때문에 <강적>에서는 종로 일대의 피맛골 거리, 종로경찰서, 삼청동 한옥마을, 서대문 드림시네마 등 종로를 중심으로 광화문에서부터 서대문으로 이어지는 거리와 거리의 숨겨진 뒷골목들이 주요 공간으로 등장한다. 종로를 카메라에 담는 것은 조민호 감독이 이전부터 소망했던 프로젝트이다. 처음 서울에 상경하였을 때 종로에서 받았던 충격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담고자 했던 감독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종로의 독특한 분위기를 자신만의 색깔로 그려보고자 했던 오랜 바람을 <강적>을 통해 실현하게 된 것이다. 서울에서 유일하게 몇 백 년 전, 몇 십 년 전의 느낌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종로는 도시이면서도 낡았고 현실이면서도 추억을 재생시키는 아이러니의 미학을 선사하는 곳이다. 신구(新舊)가 함께 어우러진 종로의 독특함을 감독은 ‘고구마 자루를 등에 지고 종로 5가 이정표 밑에 서 있는 소년이 주인공인 신동엽 시인의 <종로 오가>’와 비슷한 색채로 종로를 통해 서울을 표현해내었다. 특히 서울시의 전폭적인 지지로 종로 일대뿐만 아니라 한국영화로는 최초로 잠수교 전체를 봉쇄하고 촬영할 수 있었다. 천정명이 다른 조직원들에게 쫓기는 긴박한 장면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잠수교를 관객들은 색다른 느낌으로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스톡홀롬, 리마 증후군을 통해 다시 보는 인간 관계
스톡홀롬 증후군[Stockholm syndrome]: 인질이 인질범들에게 동화되어 그들에게 동조하는 비이성적 현상을 가리키는 범죄심리학 용어. 리마 증후군[Lima syndrome]: 인질범들이 인질들에게 정신적으로 동화되어 자신을 인질과 동일시함으로써 공격적인 태도가 완화되는 현상.
인질사건에서 인질로 잡힌 사람들이 인질범들에게 정신적으로 동화되어 오히려 자신들을 볼모로 잡은 범인들에게 호감을 나타내는 스톡홀롬 증후군은 이미 많은 영화에서 다루어 왔던 소재이다. 또한 이와 반대로 인질범들이 인질들에게 정신적으로 동화되어 자신을 인질과 동일시함으로써 공격적인 태도가 완화되는 현상을 일컫는 리마 증후군 역시 지남철처럼 따라다니는 소재. <강적>은 성우와 수현, 두 남자가 겪는 이 두 증후군을 통해 인간간의 관계를 진지하게 돌아본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이 힘들어진 사회, 현재를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진정한 의미의 친구도, 적도 없이 그저 외로움의 분노만 표출하는 시대를 살아간다. 이러한 세상 속에서 결코 친구가 될 수 없는 위치에서 억지로 파트너가 되어 뭉칠 수 밖에 없다면 그들의 인간관계는 어떻게 변모할까 라는 의문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그리고 이처럼 극적 상황에서 정반대의 입장을 가진 두 주인공이 서로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강적>의 이야기는 지금의 각박한 세상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대인들이 가장 원하는 ‘우리’라는 믿음을 찾아가는 그들. 카메라가 그들의 심리를 따라가는 동안 관객들은 스스로가 스톡홀롬, 혹은 리마 증후군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
캐릭터에 동화되기 위한 배우들의 노력
박중훈이 <강적>에서 맡은 역할은 15년 경력의 강력계 형사. 이제까지의 출연 작에서 형사 역할만 이번이 다섯 번째이다. 사실 박중훈은 <인정 사정 볼 것 없다> 촬영 당시 인천 경찰서에서 거의 살다시피 해서 형사들의 세계는 꿰뚫고 있는 반 형사나 다름 없다. 그러나 이번 <강적>을 위해 서대문 경찰서에 가서 형사들의 생활을 다시 한 번 관찰하며 몸에 익혔다. 예전 형사 생활과 달라진 것은 요즘 형사들은 모두 깔끔하다는 것. 그 이유인즉 형사들의 복지를 위해 경찰서마다 자체 사우나 실이 생겼기 때문이다. 때문에 <인정 사정 볼 것 없다>까지만 해도 며칠씩 씻지 못한 모습으로 다녔지만 이번 <강적>에서는 많이 정돈된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박중훈과 마찬가지로 영화 속 동료형사로 나오는 조연들 역시 형사들과 함께 실제 현장에 출동하기도 했다. 또한 천정명은 역할의 특성 상 고난도의 액션이 많은 관계로 촬영 전 약 두 달간 액션스쿨에서 훈련을 받아 몸을 사리지 않은 액션을 선보였다. 차량 추격 씬과 격투 씬은 기본, 자신을 잡기 위해 쫓아온 일당과 대적하는 극장 격투 씬에서는 20대 1의 격투를 벌이기도 했다. 특히 경찰을 피해 달아나는 장면에서는 3미터의 담장을 단번에 뛰어 넘으며 NG없이 한 번에 OK사인을 받아내는 등 액션의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체육학과 출신답게 평소 단련된 날렵한 몸짓으로 다행히 큰 부상 없이 촬영을 마쳤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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