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하지만 아름다운 내몽골의 강인한 그녀, 투야가 찾아온다!
2007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에 빛나는 수작 <투야의 결혼>이 국내에 선보인다. 중국영화의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왕 취엔안 감독의 신작인 이 작품은 중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해외에서 먼저 알려진 중국의 스타배우 위 난이 투야 역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올 가을, 제 12회 부산국제영화제도 초청을 받아 화제가 된 이 작품은 많은 영화팬들이 기다려온 최고의 드라마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단순히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문제만으로도 너무도 무거운 삶의 무게가 충분히 느껴지는 내몽골, 땅 끝에서 벌어지는 투야의 이야기. 그곳에서 불어오는 그녀의 이야기는 사막을 건너, 중국 대륙을 가로지르고, 그리고 세계의 눈을 지나 드디어 한국 땅에 도착했다. 고요하고 광활한 내몽골을 배경으로 투야의 고된 삶을 그려낸 <투야의 결혼>은 아내이기에, 어머니이기에 강인해질 수 밖에 없는 투야에 감정적으로 집중하기보다는 하루하루의 흐름 속에서 삶을 이어나가는 그녀의 생활상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그 담담함 속에 묻어난 세세함을 통해 투야를 이해하고 투야와 함께 느끼며 그녀의 마지막 울음을 함께 할 수 있는 영화 <투야의 결혼>. 이 영화는 투야의 이야기 이면에 이제는 중국의 땅이 된 내몽골의 아름다운 풍광 속에 묻어있는 현대화 바람과 그 속에서 유목민의 생활을 고수하며 살고 있는 그네들의 척박하지만 때묻지 않은 삶을 현실감 있게 담아내어 보는 이들에게 ‘삶’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시간을 안겨준다. 깊어가는 가을, 우리 모두의 가슴에 시리고도 따뜻한 온기를 선사해줄 <투야의 결혼>은 극장을 찾는 모든 관객들에게 커다란 기쁨으로 다가갈 것이다.
모두의 마음을 흔들어줄 손꼽힐 엔딩으로 기억될 투야의 울음이 지금 시작된다
영화<투야의 결혼>은 투야의 결혼식 장면으로 시작한다. 결혼식장을 빠져나와 혼자 숨어 울음을 터뜨리는 투야. 그녀의 울음과 함께 시작된 영화는 그녀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다시 그녀의 결혼식으로 돌아와 울음과 함께 끝이 난다. 결국 영화의 시작과 마지막 장면은 문학의 수미상관의 형태처럼 동일한 내용의 반복으로 이루어져 있고 장면 속에 담겨있는 의미를 강조해 준다. 이러한 구성법은 영화 전체에 균형을 가져다줄 수는 있지만 중간에 배치되는 이야기가 영화 끝까지 흥미를 끌어갈 정도로 탄탄해야 한다는 어려운 과제를 동반하는 것이 사실이다. 바로 이 점에서 왕 취엔안 감독의 연출력의 탁월함이 십분 발휘되었다. 정적이고 담담한 흐름 속에서도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에 동화되어 끝까지 투야를 지켜볼 수 있게 하는 힘을 가진 <투야의 결혼>은 감독의 깔끔하고 섬세한 연출력이 원천이 되었다 할 수 있겠다. 또한 마지막 장면에서 투야가 숨죽이며 터뜨려내는 울음은 앞서 보았던 울음과 또다른 여운을 남겨주며 인상깊은 마무리를 만들어준다. 한 번 보았던 울음이 다시 보여졌을 때 더욱 깊은 의미와 이해를 동반한다면 그만큼 감동은 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사회, 자본주의에 물들어가는 사회에 반기를 들다
경제적인 사정은 어찌할 수 없이 필요에 의해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게 된다. 투야는 비정한 현실인 곤궁한 살림에 떠밀려 가슴이 찢어지는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이혼을 하되 헤어진 남편과 자식을 모두 부양하기로 마음 먹는 그녀는 번지르르하게 편하게 살 수 있게 되길 바라는 것이 결코 아니었다. 유목 생활을 벗어나 도시로 가기를 바라기는커녕 그저 그녀 혼자선 감당하기 힘들어진 물길어 오는 일을 도와줄 수 있는 남자와 결혼할 수만 있다면 그만이었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단순한 휴먼드라마뿐만이 아니라 사라져가는 내몽골의 전통적인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경제적 발전을 통해 우리가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잃어가고 있는 시간을 이 영화에 담아내고자 했던 것이다. 급변해가는 자본주의 사회의 흐름에 따라가기보다는 전통의 삶에서 평온하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투야가 원했던 전부다. 척박한 땅이라도, 끝이 보이지 않는 고단한 삶이라도 그저 그곳에서 지금껏 살아왔듯이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기만을 바라는 그녀에게는 삶을 살아간다는 생존만이 중요한 명제가 될 뿐, 자본주의 사회에 물들어있는 그 어떠한 삶의 변화도 필요치 않았다. 그들의 현실감 넘치는 삶을 담담한 시선으로 스크린에 옮겨놓은 <투야의 결혼>을 통해 이제는 사라져가는 내몽골의 유목민들의 시리고도 아름다운 삶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너무도 현실적인, 그래서 정직하게 다가오는 휴머니티를 만난다
‘투야’라는 중심인물은 굉장히 우울할 수 있는 시나리오상의 설정에도 불구하고 인물의 캐릭터 자체는 오히려 담백하다. 어찌 보면 너무 건조할 정도로 실용적인 모습의 그녀가 힘들게 헤쳐나가야 할 상황들을 버텨 나간다. 곤궁한 삶에 찌들어 허우적거리기보다는 당장 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삶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캐릭터의 절제된 감정 표현이 영화를 무미건조하게 만들진 않을까 걱정한다면 그건 오산이다. 오히려 이러한 감정의 접근은 실생활에 더욱 가까이 닿아있고 설득력 있게 이들을 바라볼 수 있게 한다. 투야뿐 아니라 모든 캐릭터들의 심상에 깊이 파고들기보다는 각각의 삶의 단편을 보여주는 영화는 그들이 반복적으로 살아가는 하루의 삶을 이야기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관객들의 마음을 울려준다. 세상의 끝에서 그 어떠한 야망도, 복잡한 이전투구도 없이 그저 정직한 삶을 살아가는 그들을 통해 만나볼 수 있는 진정한 휴머니티를 <투야의 결혼>을 통해 만나보기 바란다.
가족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 결혼이 그들에게 던져준 삶과 사랑의 아이러니가 펼쳐진다
투야는 수 십 마리의 양을 몰고, 하루에도 여러 번 수십 킬로를 왔다 갔다 하며 물을 길어오고, 아직 어린 두 아이가 있으며 불구인 남편이 있다. 그녀에게 필요한 건 이러한 그녀의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게 해줄 새 남편이다. 살기 위해 이혼하고 살기 위해 새로운 남편을 찾는다. 그녀에게 결혼은 가족의 안위만을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투야에게 안정된 생활을 약속해 오는 청혼자들은 ‘결혼’이라는 제도에 연연하지만 정작 투야는 그 제도나 관습에서 초월한 모습을 보여준다. 결혼이 가지고 있는 가족관계에 대한 혼란은 이혼과 재혼이 얽히게 되면서 갈등을 가져오게 된다. 가족을 짊어지고 살고 있는 투야는 가족과의 삶을 위해 합의 하에 방법을 찾게 되지만 그녀의 유일한 선택은 그녀에게 다시금 혼란의 시간을 안겨준다. 전 부인 투야의 결혼식에서 새로운 남편 썬거와 뒤엉켜 싸움을 벌이는 전 남편 바터와, 또래의 아이가 아빠가 둘이라고 놀렸다며 밖에서 싸움을 벌이고 있는 어린 아들 짜야의 모습이 교차로 보여지는 장면은 삶을 위한 선택일 수 밖에 없었던 그녀의 결혼이 그들에게 시사하는 바를 보여준다. 또한 투야는 처음 ‘필요에 의한 결혼’을 의도했지만 친구였던 썬거가 친구가 아닌 남자로 다가와 결혼까지 하게 된 상황에서 ‘사랑에 의한 결혼’이라는 의미가 더해지며 눌러왔던 감정이 터져 나오게 된다. 그녀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가족이었고 그 가족을 사랑하였기에 결혼의 끈을 놓았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결혼의 끈을 통해 가족과의 삶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움튼 새로운 사랑은 그녀에게 또다른 의미의 시련을 가져다 준다. 하지만 그들은 살아갈 것이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던져주는 삶과 사랑의 아이러니 속에서 가장 중요한 생존을 위해 하루하루를 다시 살아갈 그들이 바로 <투야의 결혼>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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