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룩크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1989, Last Exit To Brooklyn)
브룩크린 부두에서 실제 노동자 생활을 했던 휴버트 셀비 쥬니어가 1964년 펴낸, 외설 논쟁에 휘말렸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에서는 폭력, 마약, 동성애가 암울한 브룩크린을 배경으로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원제목의 'Exit'는 우리말 제목으로 번역한 '비상구'의 뜻이 아니라 그냥 '출구'인데, 브룩크린은 뉴욕의 한 지역 명칭이며 이것은 뉴욕 지하철역에 있는 안내판의 문구이다. 즉, 지하철에서 '브룩크린 쪽으로 나가는 출구들 중에서 가장 끝에 있는 출구'를 뜻한다. 몸에 꼭 달라붙는 바지에 여자 속옷을 걸친 동성연애자, 노조 돈을 유용해 동성 애인의 환심을 사려는 노조 간부, 빼어난 외모와는 달리 욕지거리를 입에 달고 다니는 창녀, 창녀와 한 패가 되어 길가는 남성을 유인해 강도짓을 일삼는 양아치들, 오토바이를 사서 창녀에 대한 사랑을 입증하려는 순진한 꼬마,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임신한 뚱보 처녀, 애 아빠를 찾아내 책임질 것을 강요하는 처녀의 아버지, 전장으로 달려가야 하는 한 떼의 군인들... '브룩크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에 등장하는 인물 군상들의 면면은 이렇다. 마약과 술과 섹스와 폭력이 난무하는 곳. 문닫은 가게들, 가동을 멈춘 공장들, 더러운 지하 술집들을 품에 안고 있는 어둠침침하고 지저분하고 음산한 브룩크린의 분위기는 인간 말종들이 사는 지옥과 같다. 동성애로 파멸해 가는 노조간부 해리와 뒷골목의 마릴린 먼로로 낯선 남자들의 주머니를 터는 창녀 트랄랄라, 그리고 가난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대가족을 이끌어 가는 빅 존 등 세 사람의 이야기가 영화의 주를 이루며, 노동운동과 파업의 소용돌이 속에서 주변인인 트랄랄라가 절망하며 파괴되어 가는 모습에서 끔찍할 정도로 적나라한 시대상을 볼 수 있다. 그녀가 윤간당하는 장면은 그 절정의 표현. 1980년대 최고의 영화들 중의 하나로 평가받는 이 작품은 '아메리칸 드림'의 실체인 폭력, 마약, 알코올, 매춘으로 오염된 현대 미국사회를 날카롭게 해부하고 있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하층민들을 통해 전쟁과 파업으로 혼란한 50년대의 미국 사회 중에서도 특히 뉴욕의 가장 큰 우범지대인 브룩크린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인간사를 차분히 그리고 있는 이 영화는 마크 노플러의 아름다운 음악으로도 유명한데, 트럼펫과 잔잔한 드럼, 긴박감 있는 봉고리듬이 어두운 주제를 잘 상징화시키고 있다. 거리여자 트랄랄라로 독특한 연기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제니퍼 제이슨 리는 뉴욕비평가협회와 보스턴영화 평론협회에서 최우수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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