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선장이 돌아왔다. 윌 터너와 엘리자베스 스완, 그리고 1편의 해적들도 대거 다시 돌아왔다. 새롭게 캐스팅된 캐릭터들과 함께... 1편에서 잭 스패로우 선장 역을 호연, 아카데미 상 후보에 올랐던 조니 뎁이 다시 같은 역을 맡았고, 올랜도 블룸과 2005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 키이라 나이틀리 역시 전편과 같은 배역을 맡았다.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을, 고어 버빈스키가 감독을 맡은 이번 2편에서 잭 선장은 새로운 모험에 내던져진다. 2003년, 흥행 대박을 기록한 1편처럼 이번에도 초자연적인 저주 속에서 얽히고 섥힌 사건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블랙 펄의 저주는 사라졌지만, 대신 그보다 더 끔찍한 재앙이 잭과 그의 선원들을 기다리고 있다. 사실, 잭은 바다의 지배자이자 유령선 ‘플라잉 더치맨’ 호의 선장인 데비 존스(빌 나이 분)에게 생명의 빚을 지고있는 몸. 잭이 특유의 약삭빠른 수법으로 이 계약에서 벗어날 묘수를 찾지 않는 한, 그는 꼼짝없이 존스의 노예가 되어 ‘플라잉 더치맨’호에서 백년간 복역해야 할 운명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엘리자베스와 윌의 결혼식은 무산되고, 두 사람은 잭의 위험천만한 모험담에 또 다시 엮이게 된다. 이들의 앞엔 무서운 바다 괴물과 섬의 식인종 원주민들, 점쟁이 티아 달마(나오미 해리스 분), 오래 전에 헤어진 윌의 아버지 부스트랩 빌(스텔란 스카스가드 분) 등이 기다리고 있다.
한편 동인도 회사의 하수인이자, 무자비한 해적 사냥꾼인 커틀러 베켓 경 (톰 홀랜더 분)은 망자의 함을 손에 넣기 위해 혈안이 된다. 전설에 의하면 망자의 함을 손에 넣는 자는 바다를 지배할수 있다. 베켓은 함의 힘을 빌려 최후의 한명까지 해적들을 소탕하려는 것. 세상이 바뀌어 이제 바다는 돈에 눈이 먼 사업가와 관료들의 이권 다툼의 장으로 변해버렸다. 잭과 그의 선원들처럼 모험을 즐기던 진정한 해적들은 이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은 전편과 마찬가지로 서사적인 환상의 모험담을 통해 관객들에게 일생 잊지못할 즐거움을 안겨줄 것이다. 2편의 시나리오를 쓴 작가는 테드 엘리엇과 테리 로시오. 1편의 시나리오 역시 공동으로 집필했던 이들은 <ALADDIN> <SHREK>등을 통해 이미 성가를 높힌 바 있다. 책임 프로듀싱은 마이크 스텐슨, 채드 오먼, 브루스 헨드릭스, 에릭 맥레오드가 맡았다.
1편에서 잭 스패로우 선장의 캐릭터를 독창적으로 소화해내어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 후보에 오르며 세계 영화팬들에게 새로운 아이콘을 선사했던 조니 뎁은 폭넓은 연기력으로 이미 헐리웃의 정상에 올라있는 배우.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고 지명도 높은 배우중 한 사람이기도 하다. <캐리비안의 해적:블랙 펄의 저주> 뿐 아니라 <네버랜드를 찾아서>로도 역시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 후보에 올랐던 조니 뎁은 1980년대 후반부터 <CRY-BABY> <길버트 그레이프:WHAT'S EATING GILBERT GRAPE?> <ED WOOD> <BENNY & JOON> <EDWARD WCISSORHANDS> <DON JUAN DEMARCO> <DONNIE BRASCO> <FEAR AND LOATHING IN LAS VEGAS> <SLEEPY HOLLOW> <CHOCOLAT> <BLOW> <ONCE UPON A TIME IN MEXICO> <찰리와 초콜릿 공장: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 <TIM BURTON'S CORPSE BRIDE>등을 통해 개성있는 연기 세계를 구축해왔다.
올랜도 블룸은 피터 잭슨 감독의 세계적 흥행작 <THE LORD OF THE RINGS: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레골라스 역을 맡아 국제적인 스타로 부상한 배우. 그후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하고 리들리 스콧이 메가폰을 잡은 <BLACK HAWK DOWN>, 볼프강 페터슨 감독의 <TROY>, 리들리 스콧 감독의 또 다른 작품 <KINGDOM OF HEAVEN> 카메론 크로우 감독의 <ELIZABETHTOWN>등에 출연해왔다.
키이라 나이틀리는 <PRIDE AND PREJUDICE:오만과 편견>으로 2005년 아카데미상 및 골든 글로브상 후보에 올랐다. 그녀가 처음으로 각국 세계팬들의 관심을 끈건 <BEND IT LIKE BECKHAM>에 출연하면서 부터... 그후 <캐리비안의 해적:블랙 펄의 저주> <러브 액츄얼리> <KING ARTHUR> <THE JACKET> <DOMINO>등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다졌다.
고어 버빈스키 감독은 지금까지 5편의 작품을 만들었지만 그 다섯편으로 총 10억 달러의 흥행수익을 올렸다. 판타지 모험담인 <캐리비안의 해적> 1편 외에 공포물 <RING:링> 블랙 코미디 <THE WEATHER MAN>등을 만든 그의 이력을 보면 다양한 쟝르에 도전한다는 특징을 읽을 수가 있다.
제리 브룩하이머는 영화와 TV 양쪽에서 가장 성공적인 제작자로 입지를 굳힌 인물. 처음엔 돈 심슨의 동업자로, 그 이후엔 '제리 브룩하이머 필름'의 회장으로 수없이 많은 흥행작들을 만들어내왔다. 대표작으로 <AMERICAN GIGOLO> <FLASHDANCE> <DAYS OF THUNDER> <BAD BOYS> <DANGEROUS MINDS> <CRIMSON TIDE> <THE ROCK> <CON AIR> <ARMAGEDDON> <ENEMY OF THE STATE> <GONE IN 60 SECONDS> <COYOTE UGLY> <REMEMBER THE TITANS> <PEARL HARBOUR> <BLACK HAWK DOWN> <PIRATES OF THE CARIBBEAN: THE CURSE OF THE BLACK PEARL> <BAD BOYS 2> <KING ARTHUR> <NATIONAL TREASURE> <GLORY ROAD>등 수많은 블록버스터가 포함돼있다.
지금껏 브룩하이머가 제작한 영화와 TV물중 아카데미 상을 탄 작품은 5편, 후보에 오른 작품은 35편, 그래미상을 탄 작품은 5편, 후보에 오른 작품은 8편, 골든 글로브상을 탄 작품은 4편, 후보에 오른 작품은 23편, 에미상을 탄 작품은 7편, 후보에 오른 작품은 43편에 이른다.
조니 뎁, 올랜도 블룸, 키이라 나이틀리와 함께 전편에 이어 이번에도 나란히 재 캐스팅된 배우들로는 파멸한 영국 제독 제임스 노링턴 역의 잭 데븐포트, 엘리자베스의 아버지 스완 총독 역의 조나단 프라이스, 블랙 펄 호의 갑판장 깁스 역의 케빈 맥날리, 늘 티격거리는 두명의 해적 핀텔과 라게티 역의 리 아렌버그와 매킨지 크룩, 앵무새를 키우는 과묵한 해적 코튼 역의 데이빗 베일리, 마티 역의 마틴 크레바 등이 있다
그외에 2편에서 새로 캐스팅된 배우들로는: 악명 높은 바다의 지배자 데비 존스 역의 빌 나이( <LOVE ACTUALLY> <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 윌의 아버지로 데비 존스의 노예가 된 부스트랩 터너 역의 스텔란 스카스가드 (<KING ARTHUR> <GOOD WILL HUNTING>), 점쟁이 티아 달마 역의 나오미 해리스 (<28 DAYS LATER> <MIAMI VICE>), 동인도 회사의 하수인으로, 해적 소탕에 팔걷고 나선 커틀러 베켓 경 역의 톰 홀랜더 (<THE LIBERTINE> <PRIDE & PREJUDICE>),베켓의 무자비한 부하 머서 역의 데이빗 쇼필드 (<THE LAST OF THE MOHICANS> <GLADIATOR>)등이 있다.
또한 1편 <블랙 펄의 저주>에서 많은 상을 휩쓸었던 효과 및 미술 팀중 대다수가 이번 2편에도 투입됐다. 촬영감독 대리우스 울스키 (<THE MEXICAN> <DARK CITY> <THE CROW>), 의상 디자이너 페니 로스 (<THE WEATHER MAN> <KING ARTHER> <EVITA>), 편집자 크레이그 우드(<THE RING> <THE MEXICAN> <MOUSE HUNT>)와 스티븐 리브킨(<ALI> <THE HURRICANE>), <캐리비안의 해적> 1편으로 아카데미 후보에 올랐던 시각효과 감독 존 놀, 스턴트 감독 조지 마샬 루게(<THE LORD OF THE RINGS 3부작>), 메이크업 아티스트 베 닐(<ED WOOD> <MRS. DOUBTFIRE> <BEETLEJUICE>), 헤어 스타일리스트 마틴 사무엘(<EVITA> <LITTLE BUDDHA>), 그리고 1편의 주제곡을 작곡했던 아카데미 수상 작곡가 한스 짐머 등이 있다. 특히나 짐머는 감독인 고어 버빈스키의 전작 <THE RING> <THE WEATHER MAN>과 제작자 브룩하이머가 만든 <DAYS OF THUNDER> <PEARL HARBOR> <BLACK HAWK DOWN>등의 음악도 만든 바 있다.
2편을 위해 새로 투입된 기술진으로는 아카데미상을 수상했거나 후보에 올랐던 실력파들이 많은데 그 면면을 보면: <SLEEPY HOLLOW>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프로덕션 디자이너 릭 하인리히를 비롯, <LEMONY SNICKET>으로 아카데미 후보에 올랐던 미술 감독 존 덱스터, <LEMONY SNICKET> <MEN IN BLACK>등으로 아카데미 후보에 4번 올랐던 세트 데코레이터 셰릴 카라식, <INNERSPACE>로 아카데미를 탔고 <HARRY POTTER AND THE PRISONER OF AZKABAN>으로 후보에 올랐던 시각 효과 감독 빌 조지, <FORREST GUMP>로 역시 아카데미 상을 탔으며 <BACKDRAFT> 및<MIGHTY JOE YOUNG>으로 동시에 아카데미 후보에 오르는 영예를 안았던 특수 효과 감독 알렌 홀, <JURASSIC PARK>로 아카데미 상을 탔고 <BACK TO THE FUTURE PART II> <HOOK> <THE LOST WORLD:JURASSIC PARK> <AI>등으로 후보에 올랐던 특수효과 감독 마이클 란티에리 등이 있다.
제작 뒷 얘기
인생처럼 예술도 어떤 면에선 계속 돌고 도는 것이다. 스크린에 선보인 디즈니의 첫 실사 이미지 영상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보물섬:TREASURE ISLAND'을 각색한 1950년의 동명 영화에 나온 해골과 뼈다귀 깃발 그림이었다. 그로부터 53년후, 디즈니는 또 다시 <캐리비안의 해적:블랙 펄의 저주>로 오래전 쇠퇴한 해적 쟝르에 도전, 수백만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예전만해도 '보물섬'이나 'BOOK OF PIRATES'와 같은 고전 소설부터 <THE BLACK PIRATES> <THE BUCCANEER>와 같은 영화에 이르기까지, 바다를 배경으로 한 악당과 영웅들의 모험담은 영원히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것만 같았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해적이란 모티브는 영화의 소재로 점차 잊혀져왔다. 그러던중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와 고어 버빈스키 감독, 그리고 재능있는 몇몇 배우들에 의해 해적 영화가 다시 부활한것이다. 이들이 영감을 얻은 원천은 1967년도에 디즈니랜드에 처음 세워진후 세대를 초월해 수많은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디즈니랜드 테마 파크. 월트 디즈니가 개발한,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테크닉인 오디오 애니매트로닉스 기법으로 단장한 캐리비안의 해적 놀이파크는 '요호요호, 신나는 해적의 인생'이라는 주제곡과 함께 팝문화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그러한 테마파크의 인기를 발판으로 삼아 제작된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블랙 펄의 저주>는 개봉되자마자 세계 각국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켜, 미국내에서만 3억 달러 이상, 세계를 통틀어 6억 5천만 달러 이상의 놀라운 흥행기록을 세웠다. 이 작품은 조니 뎁의 남우상 후보 지명을 비롯, 아카데미상 여러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테마파크의 놀이시설처럼 <블랙 펄..>은 사람들의 내면 속에 어느 정도 숨겨져있는 해적의 기질(?)에 불을 지폈다. 자유롭게 살며 때론 약간의 사고도 치고싶은 그런 본능을 자극했다고나 할까? <블랙 펄...>은 기존 해적 영화들에 대한 오마쥬이면서 또한 기존 영화들과는 차별화된 개성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그건 바로 유머였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조니 뎁이 연기한 잭 스패로우 선장이라는 캐릭터. 조니 뎁의 독창적인 인물 해석으로 탄생한 잭 스패로우는 기존 해적들과는 전혀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처음 영화를 개봉했을때만 해도 이 작품이 그렇게 큰 성공을 거두리라곤 아무도 장담 못했다. 제리 브룩하이머는 이렇게 회고한다 '많은 사람들이 디즈니의 놀이 시설을 모티브로 영화를 만들면 어린이 관객이나 볼것이라고 했다. 게다가 해적 영화 붐은 이미 40년전에 맥이 끊긴 터였고, 그 붐을 다시 일으키려고 시도했던 작품들은 모두 참패를 당했기에 개봉 결과는 정말 미지수였다. 하지만 그래도 개봉은 강행됐고, 결과는 모두의 놀라움 속에 대 성공이었다. 버빈스키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들과 배우들의 완성도있는 작업의 결과로 이 작품은 관객들의 상상력을 사로잡으면서 세계적인 흥행 성공을 거둔 것이다'
'1편의 주요 내용이 2편에서도 그대로 이어져 전개된다. 그리고 기술 스탭도 대부분 그대로 다시 고용됐다. 고어 버빈스키는 정말 영리하고 유머 감각과 비쥬얼 감각이 뛰어난 감독이다. 비쥬얼에 강한 감독들은 종종 스토리텔링에 약한 경우가 있지만 고어는 그 두가지중 하나도 놓치지않는 보기 드문 재능의 소유자다'
'결국 제일 중요한건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 그리고 수백명의 출연진과 제작진의 상상력이다. 관객에게 즐거움을 줄수있는 이렇게 큰 규모의 대작 오락영화를 함께 만들수 있어서 우리 모두 매우 즐거웠다'
1편의 성공은 쇠퇴한 해적 영화 장르를 부활시켰을 뿐 아니라 해적에 대한 관심도 불러일으켰다. 해적에 관한 책들이 쏟아져나왔고 아이들은 해적을 주제로 한 파티를 열기 시작했으며 여학생들은 '아이러브 잭 스패로우'라는 스티커를 학용품에 붙이고 다닐 정도.
이런 반응에 고무된 제작진은 속편 한편만으로는 부족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래서 2,3편을 동시에 제작하기로 했는데, 그게 가장 경제적이기 때문이었다. 로케 장소 섭외, 세트 설치등을 2, 3편 따로 할 필요가 없을뿐더러 요즘들어 더욱 바빠진 출연 배우들을 두번 섭외할 필요가 없어서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 2,3편을 동시에 찍은건 작품의 크리에이티비티를 위해서이기도 했다. 1편의 캐릭터들이 모두 나름의 확고한 개성으로 어필한바 있어서, 그 캐릭터들을 그대로 살려 2편에 연결시키는게 좋을 듯 했다. '2,3편을 다 보고나면 모든게 1편과 다시 연결된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시리즈는 진정한 3부작이라고 할수있다'고 브룩하이머는 설명한다.
시나리오 작가 테리 로사리오는 '1편에선 테마 파크가 아이디어의 근원이었다고 한다면, 2,3편에선 1편이 아이디어의 근원이었던 셈이다'라고 말한다. 여기에 동료 작가 테드 엘리엇은 이렇게 덧붙인다. '1편의 캐릭터들이 워낙 매력있어서 속편에서도 그 캐릭터들의 특징을 살리고자 했다. 하지만 똑같은 모습, 똑같은 페이스로 캐릭터들을 그려내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그래서 2,3편에선 동일 캐릭터들의 특징을 좀더 심화시켜보았다. 도덕적으로 애매모호한 극중 인물들이 극적인 상황에 부딪혔을때 어떤 행동을 보이는가에 촛점을 맞추는 것이다. 가령 잭 스패로우가 원하는 바가 윌이나 엘리자베스가 원하는 바와 상치될때, 약삭빠른 잭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속편에서 우린 확인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윌과 엘리자베스의 사랑 얘기도 속편에 이어진다. 1편 마지막을 장식한 두 사람의 열정적인 키스를 본 관객들이라면 그 뒤가 어떻게 됐을지 궁금할 것 아닌가?' 속편은 또한, 뱃사람들 사이에서 떠도는 유명한 전설과 신화들을 더 깊이 파고든다. 바다의 악령 데비 존스부터 12세기때부터 전해내려오는 전설의 괴물 크라켄까지... '바다엔 초자연적 스토리들이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규모가 큰 해적영화에서 그런 이야기들을 다룬적은 거의 없기 때문에 영화의 소재로는 무궁무진한 보고인 셈이다'라고 작가 엘리엇은 설명한다. 1편에서도 이런 전설에 대한 잠깐의 언급은 나온다. 윌이 데비 존스가 지배하는 바다 밑으로 내려가겠다는 말을 했던 것. 그래서 2편에선 데비 존스가 어떤 인물이지를 밝혀보기로 했다. 그리고 내친 김에 또 다른 전설인 플라잉 더치맨호에 관한 얘기를 이와 결합시켜 풀어나가기로 했다. '
두 작가는 역사상 가장 수익률이 높고 정치적으로 막강했던 기업체인 동인도 회사를 스토리 전개의 또 다른 중심축으로 사용했다. 해적 영화가 대부분 그렇듯, 역사적인 사실이 극의 재미와 팬터지를 상승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영국의 동인도 회사는 1600년부터 1858년까지 인도와 페르시아만, 동남아, 극동 지역에 이르는 드넓은 해역을 장악하며 영국 제국주의의 확산에 큰 몫을 했다. 아량이 넓은 역사학자들도 동인도 회사에 대해서는 탐욕적이고 비인간적인 기업체였다고 혹평을 서슴치 않는다. '극중에서 해적은 자유를 상징한다. 반면 거대한 다국적 기업인 동인도 회사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주체를 상징한다. 그들은 세계를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규정짓는다. 그들이 독점하는 세계가 넓어질수록 잭 스패로우 같은 인물들이 설 땅은 좁아지는 것이다'
잭 스패로우 선장은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에 등장한 유일한 스크린의 아이콘이라고 할수있다. 변신의 귀재인 조니 뎁이라는 명배우에 의해 탄생한 이 독창적이고 특이한 캐릭터는 순식간에 새로운 세기의 안티 히어로가 됐다. 온몸에 부적과 액세서리를 주렁주렁 매달고, 입안엔 금니빨과 은니빨이 번쩍이는 잭 스패로우는 영화 자체 만큼이나 나이와 국적, 성별을 초월, 세계 모든 관객들에게 어필했다. 2006년 5월에 발간된 '프리미어’는 조니 뎁이 보여준 잭 스패로우 연기를 역사상 가장 뛰어난 연기 100선에 꼽기도 했다. 조니 뎁은 이 작품 외에 <가위손:EDWARD SCISSORHANDS>으로도 명단에 오르는 영예를 차지했다.
조니 뎁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그런 캐릭터를 원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이 내겐 충격이었다'고 고백한다. '처음 역할을 제의받고 시나리오를 읽었을때 잭이란 인물이 어떤 인물인지 느낌이 왔다. 많은 사람들은 내가 그런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것에 반대했다. 제 정신이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난 잭이라는 인물에 완전히 매료됐고,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 내가 창조하고 싶었던건 천진난만한 아이들 뿐 아니라 이미 마음이 굳어버린 어른들에게도 어필하는 그런 캐릭터였다.
작가 테리 로사리오에 의하면 대개의 미국 영화속에서 폄하되고있는 캐릭터는 바로 협잡꾼 스타일이라고 한다. '미국 영화는 주로 올바른 타이밍에 올바른 일만 하는 영웅들을 숭배한다. 반면 잭이란 캐릭터는 협잡꾼 스타일인데다가 자기 앞가림을 제대로 못할때도 많다. 그게 되려 그의 매력인 것이다'
'협잡꾼 스타일이 재미있는 점 또 한가지는 자신의 이익만을 따라 행동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의 그런 행동은 타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때론 긍정적으로 때론 부정적으로... 그래서 이런 의문이 남게된다. 잭은 선한 인물인가, 악한 인물인가? 그는 해적 영웅인가, 해적 악당인가? 그 결론은 보는 사람의 주관에 달렸다'
<블랙 펄의 저주>로 국제적 스타덤에 오른 두 배우 올랜도 블룸과 키이라 나이틀리는 속편의 출연에 기쁜 마음으로 응했다. 이로써, 주요 등장 인물 네명중 뎁을 포함한 세명이 2편에 출연케됐고, 나머지 한명인 캡틴 바르보사 역의 제프리 러시는 2편 끝부분에만 잠시 출연하게 됐다. 1편에서 바르보사는 잭 스패로우에 의해 지하 세계로 끌려갔기 때문.
블룸과 나이틀리는 신인 발굴에 남다른 안목을 지닌 제리 브룩하이머가 찾아낸 진흙속의 진주들이다. 블룸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 출연하기 전 브룩하이머에 의해 <BLACK HAWK DOWN>에 캐스팅됐고, 나이틀리는 그녀의 첫 출세작이랄수 있는 <BEND IT LIKE BECKHAM>이 아직 개봉되기 전에 1편에 주연으로 발탁됐다.
블룸은 2편에서의 자신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1편에서와 같이 정직하고 정정당당하기만한 윌의 모습을 약간은 벗어나고 싶었다. 2편에서 윌의 마음을 가장 크게 지배하는건 아버지인 부스트랩 빌의 안위에 대한 염려다. 1편에서도 부스트랩은, 비록 등장하지 않았지만, 중요한 의미를 지닌 인물이었다. 2편에서 윌은 데비 존스의 노예로 ‘플라잉 더치맨’호에서 복역중인 아버지 빌을 구하고, 동시에 엘리자베스와의 사랑도 지켜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2편속의 등장 인물들은 저마다의 목적을 갖고있다. 또한 그 목적들이 서로 어느 정도씩은 상충된다. 그리고 윌과 엘리자베스의 사랑에도 보통 젊은 연인들간에 있을 법한 긴장이 존재한다' 키이라 나이틀리는 <캐리비안의 해적 : 망자의 함>의 특징중 하나로 캐릭터들이 진화한다는 점을 꼽았다. '극초반 엘리자베스는 윌과 결혼할 찰라에 베켓경이라는 인물로 인해 좌절을 당한다. 해적 소탕의 야심을 품고 있는 베켓은 윌과 엘리자베스에게 죄목을 씌워 둘을 처형시키겠다고 으름짱을 놓는다. 엘리자베스는 이제 순진하기만한 아가씨가 아니고 나름의 목적을 지닌 성숙한 여인으로 변해간다. 윌과의 관계, 그리고 잭 스패로우와의 관계에도 표면과는 다른 뭔가가 싹트기 시작한다'
노링턴 제독 역으로 2편에 또 다시 캐스팅된 잭 데븐포트는 자신의 캐릭터를 이렇게 설명한다. '1편 마지막에서 노링턴은 모든걸 잃고 파멸을 맞았다. 사랑하는 여자도, 직위도 잃고 모든 사람들의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제독이라는 지위를 갖고있는 공인으로서, 수백명이 둘러싼 가운데 개인적인 수모를 당했을 때 그의 심정이 어땠을지는 상상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다. 2편의 시나리오를 받았을때 내심 기뻤다. 그의 캐릭터가 많이 발전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완전히 밑바닥 인생으로 전락한 그에게 자신의 원수라고 할수있는 잭 스패로우의 선원으로 일할 기회가 주어졌다. 노링턴은 기꺼이 이에 응한다. 그가 노리는건 과연 뭘까? 복수? 엘리자베스? 아니면 다른 그 무엇?'
(묘하게도, 잭 데븐포트의 부친인 영국 배우 나이젤 데븐포트는 40년전에 개봉된 알렉산더 매켄드릭 감독의 <A HIGH WIND IN JAMAICA>에서 주연을 맡은 바 있다. 이 영화는 해적 쟝르물의 가장 좋은 선례로 꼽히고 있는 작품)
감독과 제작자는 2편에 새로이 출연할 배우들을 고심끝에 골랐다. 반 괴물, 반 인간인 데비 존스 역으로는 영국의 다재다능한 연기파 배우 빌 나이가 선택됐다. 그러면, 괴물의 얼굴속에 감춰진 인간의 본성을 잘 드러내줄것이라 믿었기 때문. '데비 존스는 깊은 상처를 안고있는 고독한 영혼의 소유자'라고 빌 나이는 분석한다. 상처가 너무 깊어서, 그가 선택한 건,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절반의 생명체로 살아가는것. '그러기 위해 그는 자신의 심장을 도려내어 특별한 함속에 가둬둔다. 그에겐 크라켄이라는 애완 괴물(?)도 있다. 바닷속에 사는 이 거대한 괴물은 말로 표현할수 없을만큼 잔인하고 포악하다. 데비 존스가 숨겨둔 심장만 손에 넣으면 데비 존스와 크라켄을 콘트롤할수 있다. 그건 곧 모든 바다를 손에 넣는거나 마찬가지다'
특이한 바다 생물의 얼굴을 가진 데비 존스 역을 소화하기 위해 빌 나이는 촬영 내내 회색빛의 트랙 수트를 입고 머리엔 캡을 쓴채 연기해야 했다. 그의 표정과 연기는 컴퓨터 그래픽효과 전문 회사인 ILM (INDUSTRIAL LIGHT & MAGIC)사의 기술진에 의해 버빈스키 감독과 컴퓨터 아티스트 마크 맥크리어리가 설정해둔 모습으로 놀랄만큼 정교하게 스크린에 재현됐다.
촬영에 힘든 점이 있을걸 알면서도 빌 나이는 기꺼이 캐스팅에 응했다. '1편이 너무나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라 속편 출연 제의를 받고 무척 기뻤다.컴퓨터 그래픽의 도움을 받아야하는 캐릭터라서 연기의 많은 부분을 상상력에 의존해야했다. 하지만 어차피 연기는 상상력 없인 힘든거 아닌가?'
'물론 얼굴에서 문어 다리가 자라나는 배역은 나로서도 솔직히 처음이라 내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경험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수 없다'
2편에 새로 등장하는 또 다른 악당은 바로 커틀러 베켓경. 사랑의 상처 때문에 악마로 변한 데비 존스는 베켓에 비하면 오히려 인간적이다. 차갑고 교활하고 계산적인 이 인물을 연기한 배우는 <오만과 편견>에서 키이라 나이틀리가 분한 엘리자베스 베넷에게 청혼했던 톰 홀랜더. 그는 자신의 캐릭터가 다른 극중 캐릭터들처럼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나름의 매력을 갖고있다고 말한다. '베켓'이란 인물의 성격은, 좋게 말하면 '외유내강'형이라는게 그의 분석. 겉으로 보기엔 일견 부드러워 보이지만 그 내면은 놀라울 정도로 차갑고 냉혹하다는 것. 홀랜더는 또한 동인도 회사를 현대 사회와 비교한다.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현대 사회구조가 홀랜더의 동인도 회사를 닮았다는 것이다. 극중 해적은 권력에 억압받는 개인의 자유를 상징하는것으로 볼수 있다는 것.
윌의 아버지 부스트랩 빌로 2편에 새로 등장하는 스텔란 스카스가드는 1970년대부터 고국 스웨덴에서 활동해오다 그후 국제 무대로도 활동 영역을 넓혀 활발한 연기 활동을 펼쳐온 중견 배우. 부스트랩은 1편에서 언급만 됐을뿐 실제 등장하진 않았었다. 전작 <KING ARTHUR>에서 스카스가드를 캐스팅했던 제작자 브룩하이머는 그를 '세계적 배우'로 손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조니 뎁과 올랜도 블룸도 부스트랩 역으로 그를 적극 추천했다. 스카스가드라면 저주스런 운명의 덫에 걸려 자신을 조금씩 잃어가는 부스트랩의 고독한 내면을 100% 표현해낼수 있을거라는게 우리 모두의 확신이었다'
2편 <망자의 함>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또 다른 얼굴은 점쟁이 주술사 티아 달마. 영국 출신의 신예 여배우 나오미 해리스가 배역을 맡았다. '티아 달마는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집시의 여왕이다. 사람들의 내면을 꿰 뚫어보고, 그들이 가장 원하는게 뭔지를 읽을수있는 마법의 힘을 지녔다. 무엇보다, 파워풀한 여자라는 점이 내겐 가장 매력적이었다. 자연과 소통하는 힘을 지닌 티아 달마는 불같은 열정의 소유자로 변덕스럽고 까다로운 여자이기도 하다.'
그밖에 커틀렛 경의 부하인 머서 역으로 영국의 성격파 배우 데이빗 스코필드가 캐스팅됐고, 엘리자베스의 아버지이자, 포트 로열의 총독인 스완 경 역의 조나단 프라이스가 1편에 이어 2편에서 또 다시 관객과 만난다.
역시 1편에 등장,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어리버리한 두명의 해적 핀텔과 라게티도 2편에 또 다시 등장 그 특유의 익살스러움으로 관객들에게 재미를 줄 예정. 전편과 똑같이 리 아렌버그와 매켄지 크룩이 배역을 맡았다. 두 사람은 극중에서처럼 촬영때도 한시도 떨어지지않고 붙어다녀 끈끈한 파트너쉽을 과시했다. '우린 마치 18세기 해적 로렐과 하디 처럼 콤비가 됐다'고 아렌버그는 말한다. '난 늘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녔다. 매켄지와 콤비를 이룰 땅딸하고 대머리 벗겨진 괴짜 배우가 런던에 나밖에 없었던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런던에서 캐스팅에 실패한 제작진은 헐리웃에서 땅딸하고 대머리 벗겨진 괴짜 배우를 찾았고, 그 결과 캐스팅된 행운아가 바로 나다. 어찌보면 이건 운명이다'
잭 스패로우의 갑판장인 깁스 역은 이번에도 당연히 케빈 맥날리가 맡았다. 그는 1편을 찍을때만해도 이 작품이 그렇게 큰 성공을 거둘 대작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한다. 영화가 개봉된후 친구들과 극장에 가서 이 영화를 보고나서야 모험과 재미가 가득한 블록버스터 오락 영화라는 걸 실감했다고... '그후 내 해적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한 <오페라의 유령> 촬영때 2편을 찍으니 짐을 쌀 준비를 하라는 전갈을 받았다'
그밖에 말없는 해적 코튼 역에 데이빗 베일리가, 난장이 선원 마티 역에 마틴 클레바가 다시 캐스팅됐다. 마틴 클레바는 1편을 찍은후 이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2편에 또 캐스팅된다면 좋은 일이고, 만약 못된다고 해도 상관없다. 1편을 찍으며 충분히 행복했으니 그걸로도 만족한다'고... 그런데 2편, 3편에 연속 캐스팅됐다는 연락을 받았으니 그의 기쁨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간다. '와, 배우에게 이런 행운이 일생이 몇번이나 찾아올까?' 라고 생각했었다고 한다.
2005년과 2006년: 해적 오디세이
<블랙 펄의 저주>가 서사시였다면 <망자의 함> 촬영은 하나의 오디세이였다고 말할수 밖에 없을것이다. 이 로케 장소에서 저 로케 장소로, 이 섬에서 저 섬으로 옮겨다니는 강행군의 연속이었던 촬영작업은 그 자체가 환상적인 모험이었다. 프로메테우스의 야심과 시지프스의 도전과 헤라큘레스의 승리에 비견될 만큼... 1년이 넘는 촬영기간 (잠깐씩의 촬영 중단 기간과 3편 촬영기간까지 포함해서)의 대부분을 캐리브해에서 지내면서 촬영진은 모두 난생 처음 겪는 여러가지 경험들을 맛보았다. 그중 많은 수가 영화판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 프로듀서중 한명이었던 브루스 헨드릭스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까지 300여편의 영화제작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온 나로서도 이런 영화는 경력의 한 이정표가 될만하다. 나중에 이 시리즈를 돌아볼때 아마, 와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마치 전쟁을 치르는 느낌이었다'고 또 다른 책임 프로듀서 에릭 맥레오드는 말한다. '한번도 영화 촬영을 안했던 인적 드문 원시의 땅으로 들어가기 위해 길을 닦아야했다. 산을 뚫고 정글을 뚫고 해변에까지 길을 냈다. 도미니카에선 500명의 촬영진이 80개의 호텔과 콘도, 민박집에 나눠 숙박했다. 매일 150명의 운전기사들이 이들을 촬영장으로 픽업해왔다. L.A., 모빌, 앨라바마, 세인트 빈센트, 도미니카, 바하마, 영국 출신의 회계사 40명이 7개국의 통화로 비용 계산을 했다. 우린 움직이는 군대와도 같았다. 궁극적으로 모든 촛점은 카메라 앞에서 벌어지는 배우들의 연기에만 집중되지만, 그들의 뒤에선 엄청난 규모의 지원 부대가 묵묵히 뒷받침을 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2,3편 촬영을 위한 준비 작업은 2004년 6월부터 시작됐다. 두 시나리오 작가의 대본을 받아본 촬영진은 한곳이 아닌 여러군데의 섬을 로케 섭외해야한다는걸 깨달았다. '제작자와 감독, 시나리오 작가등이 참석한 초반 미팅에서 우린 이 영화가 얼마나 우릴 고생시키게 될지 서서히 깨닫게 됐다. 1편은 세인트 빈센트 섬에서만 찍었지만 2편에선 여러 섬을 돌아다니며 촬영을 해야하고 또 배도 여러 척이 등장한다는것이었다. 결국 로드무비를 찍는 셈이었다. 그 '로드'라는게 이 경우엔 각 로케장소를 잇는 바닷길을 뜻하는 거지만... 그래서 2004년 봄과 초여름에 우린 캐리브 해를 또다시 이잡듯 뒤지며 장소 섭외에 들어갔다' 유니트 프러덕션 매니저 더그 메리필드의 회상이다
<블랙 펄의 저주>에 등장했던 해적들의 본거지 포트 로열과 토투가 섬은 릭 하인리히에 의해 세인트 빈센트 섬에 새 단장됐다. 세인트 빈센트 섬은 <블랙 펄의 저주>에서도 로케 장소로 쓰였던 곳. 때묻지않은 천혜의 낙원 도미니카는 길이 29마일, 넓이 16마일에 인구가 7만 1천명밖에 되지않는 곳이지만 야자수가 점점이 박힌 해변과 아름다운 밀림과 열대우림 등을 고루 갖추고있어 로케 장소로 100% 활용됐다. 바하마에선 엑수마와 그랜드 바하마 섬이 촬영지로 이용됐다.
'이 섬들중 일부는 호텔이나 식당같은 기반 시설이 거의 안갖춰진 곳도 많았다. 하지만 무한한 상상력과 무모한 (?) 배짱을 가진 버빈스키 감독은 이런곳들을 과감히 선택했고 스탭들은 이에 따라주었다. 그런 점에서 스탭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사전 제작 작업기간중 가장 인원이 많을땐 자그마치 천명의 스탭들이 L.A., 런던, 캐리브해에 흩어진채 각자의 파트에서 작업에 열중했다. 일명 '시너지'효과를 100% 내기 위해 모든 기술진, 미술팀이 불가능을 가능케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기술과 역량을 총 발휘한것.
시나리오 작가 테드 엘리엇과 테리 로시오는 촬영진과 모든 로케 장소에 늘 동행했다. 그리고 계속 상황에 맞게 시나리오를 수정, 보완하면서 촬영 끝까지 함께 작업에 동참했다. 제리 브룩하이머에 의하면 감독과 배우들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즉석에서 수용하기 위해서였다는 것.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면 두 작가가 그 자리에서 머리를 싸매고 대본 수정작업에 들어갔다. 그렇게해서 다시 만들어진 대본으로 다음 씬을 촬영하곤 했다'
'잠재력이 많다는 것만큼 큰 짐은 없다'고 캐리브해 촬영 도중 테드 엘리엇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 말은 유명한 미국의 철학자(?) '챨리 브라운'의 명언. 속편에 쏟아지는 기대를 잘 알고있었기에 작가들이나 촬영진 모두 쉽고 편하게 영화를 찍진 않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하고있었음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로스앤젤레스: 항해의 시작
<캐리비안의 해적> 3부작의 두번째 작품인 <망자의 함> 촬영은 2005년 2월 28일에 시작됐다. 스튜디오와 L.A.에서의 로케 촬영이었다. 블랙 펄 호의 럼주 보관창고와 포트 로열 감옥 내부를 찍는 씬이라 프러덕션 디자이너 릭 하인리히의 솜씨가 이때까진 사실 별로 발휘되지 않았다.
엄청난 스케일과 무한한 상상력의 결과물인 <망자의 함>은 천혜의 로케장소와 놀라운 세트 물로 영화 미술의 한계를 보여준다해도 과언이 아닌 작품. 1편엔 없었던 새로운 선박들 -전편보다 한층 멋지게 단장된 블랙 펄 호와 데비 존스의 끔찍한 유령선 플라잉 더치맨, 18세기 영국 상선 에딘버러 무역선 등...- 과 같은 거대한 세트를 비롯, 부제목에 등장하는 '망자의 함'과 같은 작은 소품에 이르기까지 모두 하인리히 팀의 아이디어와 땀방울의 소산이다.
'감독은 내게 자신이 그린 해적선과 괴물의 상상도를 보여주며 1편에 등장했던 것들의 신화적 특성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켜 줄 것을 요구했다. 우리가 고심끝에 내린 결론은 1편처럼 유머와 공포의 균형을 잡아야한다는 것이었고, 그건 곧 테마 파크 엔터테인먼트로의 복귀를 뜻했다.
'우린 관객이 20세기 초반 더글라스 페어뱅크스와 에롤 플린 영화에서 맛보았던 재미와 흥분을 이 영화를 통해 또다시 맛볼수 있기를 원했다. 대신 기술적 진보로 훨씬 업그레이드된 화면을 통해... 이 작품은 1편 <블랙 펄의 저주>보다도 그래픽 기술이 한수 위임을 자부한다. 덕분에 호러와 코미디가 적절히 배합되어 보는 이들을 짜릿한 즐거움의 세계로 안내할 것이다'라고 릭 하인리히는 설명한다.
하인리히에 의하면 버빈스키 감독의 <캐리비안...>이 역사에 어느 정도 뿌리를 둔 영화이긴 하지만 역사적 사실에 얽매어있진 않다고 지적한다. 극의 시대적 배경은 의도적으로 명확히 안밝혀져있지만 캐리브해 해적들의 전성기인 1720년대 전후쯤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프러덕션 디자이너로서 <망자의 함> 촬영때 하인리히가 거느린 팀은 미술 총감독 존 덱스터를 비롯, 세명의 미술감독, 7명의 보조 미술감독, 9명의 세트 디자이너, 한명의 소품 세트 디자이너, 세명의 컨셉 아티스트, 6명의 일러스트레이터, 수많은 그래픽 디자이너, 코디네이터, 조사원, 그외 작업 보조요원등 수십명에 이르렀다. 그밖에도 세트 데코레이터 셰릴 카라식, 건축 코디네이터 그렉 칼라스, 소도구 담당 크리스 펙 등이 하인리히를 도와 육지와 바다에서 스크린의 마법을 만들어냈다.
사전 제작 기간 동안 제작진은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의 미술부의 '해적'코너를 방문, 해적에 관한 컨셉화와 사진, 미술 작품, 옛 그림, 해적선을 묘사한 에칭화와 바다및 육지의 풍경 사진, 하워드 파일의 고전 동화 'BOOK OF PIRATES'에 나오는 일러스트레이션 등을 둘러보았다. (이 일러스트레이션이 버빈스키 감독과 하인리히에게 특히 많은 영감을 주었다고...)
미술팀은 1편의 디자인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가급적 최대한 리얼하게, 살아있는것처럼 보이게 하는걸 2편 디자인의 목표로 삼았다. '그래서 처음 사전 자료조사때부터 자연 그대로의 원형을 디자인의 기본 모티브로 잡았다'
2편에 등장하는 블랙 펄은 선박 제조 전문가들이 많은 알라바마의 라 바트르 조선소에서 새로 만들었다. 실제로 바다에 띄울수있는 이 배는 1편의 디자인을 살짝 바꾼것. '극중 블랙 펄의 의미가 컸기 때문에 이 배만을 전담하는 미니 미술부가 따로 있다시피했다. 인력은 최고의 수준으로만 배치했다. 배가 나오는 영화 제작때 일을 해본 경험이 많은... 예를 들어 <MASTER AND COMMANDER>와 같은... 물론, 비쥬얼 기술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파일을 조선기술자와 엔지니어들에게 보내면 그들이 배의 구조를 검토, 어떤 부분이 물속에서의 촬영때 수압과 움직임을 견디기 힘들것인지, 또 어떤 부분이 견딜수 있을지를 진단해줬다. 멋진 외양을 가진, 그러면서도 실제로 물에도 뜰수있는 배를 만든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2편의 블랙 펄은 다소 미학적으로 과장되게 만들었다'고 하인리히는 설명한다. '1편의 블랙 펄은 어느 정도 주어진 상황에 맞게 제작됐다고 할수있다. 바지선 위에 바로 배를 반들었기때문에 바지선 규모 이상을 능가할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그런 한계에서 자유로왔다. 버빈스키 감독은 1편의 블랙 펄에서 마음에 안들었던 점과 마음에 들었던 점을 고려, 2편 블랙 펄의 제작에 반영했다. 1,2노트 밖에 달릴수없는 기존 블랙 펄보단 훨씬 기능성있는 배를 만들고자 하는게 감독의 의도였다'
그래서 디자인팀이 내린 결론은 109피트 길이의 '선셋호'를 영화의 컨셉에 맞게 새로 꾸미는것이었다. 한때 멕시코 만의 유정탑을 오가는 배로 쓰였던 만큼 외형이 보잘것 없던 이 배를 새로 단장하는데 8개월이 걸렸다. '완성된 배는 아름다운 해적선 블랙 펄로 거듭났다. 하지만 그 내부엔 선셋의 구조가 그대로 살아있다. 엔진, 연료, 물탱크, 벙커 등...'
영화 중, 후반부에 등장하는 플라잉 더치맨도 곧 이어 제작에 들어갔다. 170피트 길이에 420톤의 무게를 자랑하는 이 무적의 함선은 썩어가는 나무 갑판 위에 온갖 바다 생물들이 엉겨있는 기괴하고 오싹한 모습의 유령선이다. 해골이나 악어의 모습을 닮은 앞돛대는 잔인한 포식자를 연상시킨다. 돛은 모두 갈기갈기 찢어졌고, 갑판엔 해초들이 엉겨있다. 36개의 대포는 형편없이 녹슬었지만 그 성능은 아무 이상없다. 게다가 세개가 한세트로 이뤄진 회전 대포는 플라잉 더치맨의 항로를 방해하는 그 어떤 상대도 순식간에 가루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
'어떤 세트를 만들땐 리얼리티와 역사성을 최대한 살리려 노력한다. 그래야 그 세트가 배우들의 연기를 제대로 뒷받침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원칙은 플라잉 더치맨 제작때도 지켜졌다. 뱃전 구석구석에 바다 생물체가 자라나는 모습을 연출했다. 촬영때마다 이 생물체들이 살아있는 느낌이 들도록 배에 물을 잔뜩 뿌리곤 했다'
플라잉 더치맨은 옛날 네덜란드의 17세기 대형 돛배인 '갈레온'선의 디자인에서 일부 영감을 얻어 제작됐고, 더 많은 부분은 스웨덴의 대형 전함 '바사'호에서 아이디어를 따와 만들어졌다. 하인리히는 미술 총감독 존 덱스터와 배 제작 6개월 전부터 아이디어를 주고받기 시작했고, 그 3개월후부터는 엔지니어와 선박 전문가들까지 아이디어 회의에 포함시켜 기술적 자문을 받았다. 그후 세트 디자이너와 일러스트레이터들을 불러 수립된 아이디어에 살을 입혔다. 배는 L.A.와 바하마섬 두 군데에서 나눠서 건조됐다.
하인리히의 지시에 따라 배 건조 작업을 총 지휘한 건축 코디네이터 그렉 칼라스는 미장공, 목수, 페인트공, 조각가등 450명의 전문 인력을 총 지휘해서 이 으시으시한 목조 선박을 완성했다.
제작진은 블랙 펄과 플라잉 더치맨호에 각각 4개 세트씩의 돛을 실제로 설치했고 나머지 돛과 마스트는 ILM의 그래픽 기술진에 의해 보강됐다.
하인리히의 디자인팀이 포트 로열의 성당 세트를 세운 장소는 태평양 연안 팔로스 베르데스에 있는 해양 테마파크 '마린랜드'가 있었던 곳. 윌과 엘리자베스의 결혼식이 베켓 경과 동인도 회사 소속의 민병들에 의해 중단됐던 극 초반 씬의 배경 장소다. 1편에서 포트 로열의 찰스 기지가 세워졌던 세트장이기도 하다.
그후 블랙 펄의 포열 갑판이 세워진 버뱅크의 디즈니 1번 스튜디오로 옮겨가 촬영이 진행됐다. 이곳 스튜디오에선 블랙 펄과 에딘버러 상선의 내부구조도 제작됐다. 그곳으로부터 몇 마일 떨어진 유니버설 스튜디오 뒷마당엔 기존부터 있었던 명물 세트장 '유럽의 거리'가 새롭게 단장됐다. 이 유럽의 거리는 원래 1939년 '노틀담의 꼽추' 촬영을 위해 만들어졌던 세트. 이 세트가 하인리히와 셰릴 카라식, 존 덱스터 팀에 의해 포트 로열과 토투가의 거리로 새롭게 변신한 것.
잭 선장이 플라잉 더치맨에 태울 선원들을 뽑는 토투가의 술집 씬도 여기서 촬영한 것이다. 선원들간의 난투극이 벌어지는 대목도 바로 이 씬. 스턴트 감독 조지 마샬 루게와 그의 오른팔 댄 배링거가 싸움 장면을 총괄 감독했다. 키이라 나이틀리가 칼 싸움하는 장면도 이때 처음 등장한다. 'L.A. 스튜디오에서 칼싸움 훈련을 2주 동안 받았다. 하지만 막상 촬영을 하려니 모든게 연습때와는 너무나 달랐다. 넓은 스튜디오와는 달리 촬영장 세트엔 수많은 사람들이 꽉 차있었고, 게다가 야간 촬영이었기 때문에 어려움이 훨씬 많았다'고 키이라 나이틀리는 회상한다. '게다가 내가 싸우는 장면은 새벽 4시에나 시작됐다. 몸싸움을 해야하는데 밤을 꼬박 새웠으니 컨디션이 말이 아니었다. 내가 할수 있는 건 밤새 커피를 마시는것 뿐이었다'
극중에 등장하는 의상은 자그마치 8천여벌. 이 모든 의상을 디자이너 페니 로스와 차석 디자이너 존 노스터, 의상 감독 케니 크라우치가 디자인했다. 디자인된 의상을 제작하기 위해 수많은 인력이 동원된건 물론이다. 재단사, 자재 구매담당, 가죽공예가, 옷을 낡고 허름하게 만드는 작업 전문 인원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의상 제작을 위해 땀을 흘렸다.
주연급 배우들을 위해 제작된 옷엔 배우들의 캐릭터의 변화까지도 반영돼있다. '잭 스패로우란 캐릭터는 사실 1편의 캐릭터와 별로 변화가 없어 의상도 크게 달라진게 없다. 다만 조니 뎁이 몇가지 아이템을 더 추가했는데, 그의 설정에 나도 100% 동감한다'. 잭의 외모는 1편때 페니 로스와 메이크업 아티스트 키스 리쳐즈, 헤어 스타일리스트 마틴 사무엘, 그리고 조니 뎁 자신이 함께 머리를 짜내어 만든 합작품. 잭의 외모가 크게 달라진게 없는 반면, 윌 터너의 외모는 1편에 비해 많이 업그레이드됐다. '1편 초반에 윌은 대장장이에 불과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는 점차 세련된 인물로 발전해왔기 때문에 2편에서의 의상에도 변화가 필요했다.'고 로스는 설명한다. '2편에서 윌은 극중 많은 시간, 올리브 그린색의 가죽 해적 의상을 입고 등장하는데 그로 인해 훨씬 카리스마있는 분위기를 풍긴다'는게 올랜도 블룸의 분석이다.
'키이라 나이틀리는 <망자의 함>에서 세가지의 다른 모습으로 등장한다'고 로스는 설명한다 '엘리자베스가 극이 진행되면서 점차 성숙해지고 용감해지기 때문이다. 극중 일부 장면에선 남장을 하고 나오기도 한다. 초반에 아름다운 웨딩드레스를 입기도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비에 흠뻑 젖은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 웨딩드레스를 제작하기 위해 엄청 고생한 페니 로스로서는 정말 유감스러울 법 하다. 웨딩 드레스 안에 받쳐입는 페티코트는 퀼트로 누빈 순면 앤틱 침대보를 갖고 제작한 것으로, 로마에서 공수해왔다고 한다.
수석 메이크업 디자이너인 베 닐과 수석 헤어 스타일리스트 마틴 사무엘은 캐릭터들의 전체적 외모와 분위기를 창조하는데 큰 몫을 담당했다. 라게티의 의안 (나무 눈알)은 극중에서 그 자체가 하나의 재밌는 캐릭터 역할을 한다. 의안을 낀 애꾸 역할을 위해 매켄지 크룩은 두개의 콘택트 렌즈를 꼈다. '불편했지만 참을만 했다. 이 나무 눈알이 없었으면 난 그저 또 다른 해적 한명에 불과했을 것이다'라는게 크룩의 변.
현대의 치과의사들이 보면 기절초풍할 (아니면 매우 반가워할) 해적들의 엽기적인 치아 상태는 사실 정교하게 만들어진 의치에 색을 입힌 것이다.
티아 달마의 나무 오두막이 있는 파타노 강 세트장은 디즈니 스튜디오에 세워졌다. 240피트 길이에 130피트 넓이의 2번 스튜디오를 가득 채운 이 세트장은 캐리브해 연안 강가를 완벽하게 재현한 걸작품. 축축 늘어진 나무들과 덤불, 티아 달마의 오두막 등이 미술팀의 정교한 솜씨로 스튜디오 안에 탄생했다. 이 세트는 디즈니랜드에 있는 오리지널 '캐리비안의 해적' 테마 파크에 제일 가깝게 재현됐다는 평. 그런 점에서 볼때, 디즈니 랜드의 테마 파크 쇼의 주제곡 '요호'의 가사와 시나리오를 쓴 디즈니의 전설 '프랜시스 자비에 X 아텐시오'가 이 세트를 방문한것도 어찌보면 우연만은 아닐듯. <망자의 함> 촬영진은 아텐시오를 위해 세트장에 레드 카펫을 깔고 감독 의자를 준비했다. 제리 브룩하이머, 고어 버빈스키, 조니 뎁, 올랜도 블룸, 키이라 나이틀리 그리고 그밖의 모든 출연진과 스탭들이 모여 그의 방문을 환영했다. '이 분이 아니었으면 오늘 우린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로 버빈스키 감독은 환영사를 대신했다.
캐리브해를 향해: 촬영의 시작
2005년 2월 28일, 촬영진은 L-1011 제트기에 몸을 싣고 먼 서인도 제도로 향했다. ( 이후 <망자의 함> 촬영 로케 장소인 이곳에서 이들은 근 1년간을 지내며 예상치 못한 많은 에피소드와 모험을 겪었다.)
첫 목적지는 세인트 빈센트 공화국 섬과 적도에서 13도 북쪽에 위치한 그레나딘. 개발되지 않은 섬이다 보니 세인트 빈센트의 공항엔 엔진 2개짜리 프로펠러 비행기밖엔 착륙할수 없어서, 촬영팀의 제트기는 인근 세인트 루치아섬에 착륙해야 했고, 그곳에서 페리를 타고 2시간 동안 거친 바다를 항해, 목적지에 도착했다.
300여명의 스탭들이 L.A.와 영국 기타 각지에서 세인트 빈센트 섬으로 공수돼왔고, 섬 원주민들이 각 제작파트에 임시 고용됐다. 섬에 큰 숙박시설이 없는 관계로 촬영진은 43개의 호텔, 여관, 콘도, 아파트 등지에 나눠 묵었다. 세인트 빈센트 섬에서 촬영한 기간은 2개월.
사람뿐 아니라 여러 종류의 동물들도 헐리웃에서 캐리브 해로 공수돼왔다. 분 나르와 마크 하든이 훈련시킨 이 동물들의 목록을 보면, 거미 원숭이 두마리, 사랑앵무새 두마리, 염소 열두마리, 돼지 세마리, 백마 두마리, 짐 말 두마리, 닭 서른 여섯마리, 암소 여섯마리, 갈가마귀 14마리 등이다.
말없는 선원 '코튼'의 앵무새 역은 '칩'과 '살사'란 이름의 두 마리 사랑앵무새가 연기했다. 한 마리는 날아다니는게 특기고, 한마리는 앉아있는게 특기라 필요할때 적절하게 촬영에 투입했다고... 1편에도 등장해서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감옥 문 지키는 개'는 8살짜리 잡종 테리어견 '챠퍼'가 연기했다. 1편에서 연기했던 '트위스터'는 오랜 연기 생활을 접고 편안한 은퇴생활을 보내고 있는중.
떨어지는 코코넛을 조심하라: 도미니카에서의 모험
도미니카 영연방은 '..아름다운 섬, 경이의 섬...'이라는 국가의 가사가 무색하지않을 만큼 천혜의 절경을 자랑하는 섬. 하지만 워낙 안알려진 미개발의 섬이다보니 도미니카 공화국과 자칫 혼동을 일으키기쉬워 스탭들의 장비가 멀리 떨어진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잘못 운송되는 사고도 종종 있었다
길이 29마일, 폭 16마일에 71,000명의 인구가 사는 이 작은 국가는 생태계 모험을 좋아하는 여행객들에게 요즘 새로이 부상하고있는 관광 명소. 그러나 워낙 미개발 지역이다보니 촬영팀에겐 애로 사항이 많았다. 하지만 섬을 둘러본 버빈스키 감독은 도미니카를 <망자의 함>의 육지씬의 메인 촬영지로 결정했고,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도 감독의 그런 결정에 100% 동의했다. 감독의 설명대로 '들쑥날쑥한 해안선때문에 크루즈 선이 들어오질 못해서 영화 촬영지로 지금껏 한번도 이용된적이 없는' 이 천혜의 섬은 <망자의 함>에서 유머러스한 식인종들이 살고있는 섬으로, 그리고 죽음의 섬으로 각각 등장한다. <망자의 함>에 등장하는 액션 씬중 많은 부분이 이 섬에서 촬영됐다. 그건 곧 배우와 스턴트맨들이 엄청난 더위와 거친 환경 속에서 죽을 고생을 했다는 뜻.
제작진도 고생하긴 마찬가지였다. 제리 브룩하이머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한다. '우린 섬의 원주민들을 임시 촬영 스탭으로 많이 고용했다. 그들은 무척 이해력이 빨랐고, 협조적이었다. 문제는 촬영 장비가 고장이라도 나면 외지에서 새걸 구입해오는데 적어도 이틀 이상 걸려야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촬영 스케쥴에 지장이 많았다. 하지만 모두의 결속감은 대단했다. 마치 캠프장에 온 기분이었달까? 많은 배우와 스탭들이 오두막에서 생활했고, 모기장 속에서 잠을 잤다. 해변에서 저녁식사를 하기도 했다. 환경에 적응해야 했으니까..'
책임 프로듀서 브루스 헨드릭스는 '웬만큼 외곩수가 아니면 500여명의 인원과 수백톤의 장비를 끌고 그 오지까지 갈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고어 버빈스키 감독은 집념이 대단한 사람이다. 결국 우릴 끌고 그곳까지 가서 촬영을 마쳤으니까...'라고 웃으며 말한다.
이런 오지의 작은 섬에서 촬영을 하는건 특히나 릭 하인리히와 건축 코디네이터 그렉 칼라스에겐 크나큰 도전이었다. '처음 로케 장소를 보고 난 정말 난감했다. 하지만 감독의 요구를 만족시켜주는게 우리의 할일이었으므로 최선을 다할 수 밖엔 없었다. 섬은 작았지만 도로 여건이 열악해서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가는데 3,4시간은 걸렸다. 미술팀에서 어떤 공간에 집어넣을 구조물을 만든 뒤엔 그 공간까지 구조물을 옮기는게 큰 과제였다. 게다가 섬엔 물품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모든 걸 다 준비해서 가져가야했다. 못 하나, 나무 조각 하나, 시멘트 부대 하나까지도... 중장비도 아예 섬엔 없었기 때문에 캐리브해의 인근 국가들과 남미 국가로부터 수입해다가 썼다.
<망자의 함> 촬영이 시작된 때는 마침 도미니카의 수상 선거가 한창인 때였다. 선거의 열기가 너무 뜨거워 미국의 대선은 저리 가라였다. '캐리브 해의 외딴 섬 주민들은 착하고 얌전하기만 할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오산이다. 도착 첫날밤 10시쯤 침대에 누웠는데 갑자기 거리에서 한바탕 난리가 났다. 한밤중에 선거 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북새통은 아침 7시에 끝났다. 휘파람 소리, 고함소리, 음악소리, 자동차들이 쌩쌩 달리는 소리... 정말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촬영팀은 누가 수상이 되든 관심이 없었다. 문제는, 섬의 예측 불가능한 기후와 좁고 험한 산길, 낯선 동식물과 싸우며 어떻게 촬영을 무사히 해내는가였다.
도미니카에서의 촬영은 4월 18일부터 시작됐다. 첫 촬영지는 햄스티드 해변. 터키석 빛깔의 바다와 흰 백사장이 아름다운 이 북동부 해변은 울창한 정글과 코코넛 야자나무가 그 절경을 더해주지만 실은 그중 많은 부분이 영화를 위해 새로 옮겨 심은것. 미술감독 윌리엄 스키너의 지휘로 자그마치 7천 그루의 식물과 야자나무, 그리고 -먹을수 없는- 타로 감자를 옮겨 심었다.
잭 스패로우와 윌 터너, 제임스 노링턴이 굴러가는 거대한 물레방아 바퀴위에서 칼 싸움을 벌이는 장면은 이 햄스티드 해변을 둘러싸고 촬영됐다. 칼 싸움 장면으로는 영화 사상 가장 난이도 높은 장면 중 하나로 기록될만한 이 장면을 찍는데는 배우들의 강인한 체력도 요구됐지만 그 못지않게 확실한 안전 장치가 중요했다. 여러 위험 요소중 하나는 바로 거대한 코코넛이 수시로 주변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점. 촬영 스탭 일부는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헬멧을 썼는데, 특히 버빈스키 감독은 구식 강가딘 스타일의 헬멧을 쓰고 촬영에 임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물레방아 바퀴는 여러 모로 촬영에 애로가 많은 소품이었다'고 스턴트 감독 조지 루게는 회상한다. '굉장한 체력과 안전의식이 요구되는 작업이었다. 많은 부서가 이 장면을 위해 함께 연계해서 일했다. 특수효과, 시각효과팀을 비롯, 프러덕션 디자인팀, 미술팀, 소품팀, 건축팀, 촬영팀 등의 합동작품인 셈이다. 그러나 이 명장면이 나올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고어 버빈스키 감독의 뛰어난 열정과 비젼 덕분이라고 믿는다.'
물레방아 바퀴는 강철 구조위에 여러 겹의 칠을 입힌 것으로, 무게는 1800파운드 이상 나가고, 높이는 18피트에 이른다. 제작진은 이 바퀴를 두개의 버젼으로 제작했다. 하나는 트레이닝 휠이 달린 '카트' 버젼. 물레방아 바퀴를 케이블로 끌게돼있는 이 버젼엔 바퀴를 둘러싼 트레이닝 휠위에 카메라 플랫폼이 설치돼있었다. 두번째 버젼은 '페인트 롤러'라는 애칭으로 불렸는데 강철 견인 막대기가 부착되어 트레일러 트럭이 견인하는 방식으로 이동했다. 이 트레일러 트럭은 때로 카메라 플랫폼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제작진은 바퀴가 잘 구를수 있도록 밀림에 길을 내고 평평하게 다듬었다. 길바닥이 너무 울퉁불퉁하면 연기자들이 바퀴 위에서 균형을 잡기 힘들뿐 아니라 칼 싸움에 필요한 손동작과 시선의 방향이 흐트러지기 때문.
이 장면 촬영을 위해 사전제작 기간중 5주에 걸친 리허설이 실시됐다. 스턴트 감독 루게는 그후에도 약 3주에 걸쳐 틈나는대로 배우들과 함께 촬영장소에 직접 가서 칼싸움 동작을 훈련 시켰다.
조니 뎁은 그 장면을 찍던 때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한다 '내가 그 거대한 바퀴 위에 올라가야할 순간이 됐을때 감독은 대뜸 웃기부터 했다. 성인 어른에게 그런 짓을 시킨다는게 자신도 우스웠던 모양이다. 그는 내게 말했다. 이제부터 당신을 바퀴 안에 꽁꽁 묶고 칼 한자루를 줄 것이다. 바퀴는 계속 굴러갈거고 당신은 몇번이나 거꾸로 섰다가 바로 섰다가를 반복하게 될테니 각오하라고... 이 영화를 찍으면서 황당한 일들을 하도 많이 겪어서 사실 웬만큼은 내성이 생겨 별로 겁먹지도 않았다. 게다가 감독의 능력과 열정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에 모든 걸 믿고 촬영에 임했다'
올랜도 블룸도 그 장면이 인상 깊었던 모양. 이렇게 덧붙인다 '며칠을 줄에 묶여 바퀴 위에서 혹은 바퀴 안에서 칼 싸움 하는 장면을 찍었다. 바퀴가 굴러가는대로 360도 회전을 반복하며... 놀이공원에서라면 재밌었겠지만 무지 불편하고 힘들었다.'
촬영스탭도 힘들긴 마찬가지였다. 카메라맨들 역시 바퀴 안에 묶인채 360도로 회전하며 그 장면을 찍어야했다.
잭 데븐포트는 이 장면에 CGI도 약간 섞였지만 대부분은 실사로 촬영된 것임을 강조한다. '물레방아 바퀴 씬은 꾸며낼 수 없는 고전적인 칼싸움 장면이다. 배우들이 거꾸로 서서 이마에 힘줄이 붉어진채 싸우는 모습도 특수효과가 아닌 실제의 모습이다'
펠레고스토스라는 식인종 마을 촬영장면은 도미니카 수도 로사우 남쪽에 위치한 '하이 메도우'와 '트윈 픽스' 두 곳에서 촬영됐다. '펠레고스토스'족은 해적의 전설에서 영감을 얻어 작가들이 창조해낸 유머러스한 부족.
'이 섬에서의 촬영씬의 백미는 해적들의 탈출 장면이다. 그야말로 감독과 작가들의 상상력의 극치를 보여준 장면이라고 할수있다'고 프러덕션 디자이너는 설명한다. '마을 세트가 워낙 고도가 높은 곳에 세워져 웃지못할 에피소드도 많았지만, 원주민들이 사는 오두막 또한 그 자체가 코미디다. 멀리서 보면 마치 오두막들이 해골의 눈 구멍과 입 구멍처럼 보인다. 그래서 마을의 이미지가 전체적으로 살벌하고 공격적으로 느껴진다.'
'펠레고스토스 족의 전체적인 외모나 마을 풍경은 감독과 의상 디자이너, 메이크업 팀, 헤어 팀, 디자인팀이 오랫동안 함께 회의하고 연구한 끝에 만들어진 작품이다. 처음엔 여러 실제 부족들을 모델로 다양한 버젼을 시도했지만 결국은 모든게 짬뽕된 새롭고 창조적인 모습의 원시 부족을 창조하게됐다.'
이 장면 촬영을 위해 도미니카를 비롯한 캐리브 해의 여러 섬에 사는 칼리나고 부족민 130명이 엑스트라로 동원됐다. 제작진은 극중 펠레고스토스 족을 위한 언어까지도 새로 만들었다. 그 언어의 이름은 '움쇼코(UMSHOKO) 어'. 언어 지도 전문가 칼라 메이어와 UCLA 언어학 교수 피터 라데포겐드의 작품이다. '버빈스키 감독은 극중 원시인들의 언어가 다른 특정 부족의 언어와 비슷하게 들리는걸 원치 않았다. 그래서 몇가지 국제적인 언어에 PIG LATIN (뒤바꿈말 형식의 말장난)과 스펠링을 거꾸로 한 영어를 섞어 새로운 언어를 창조한 것이다. 예를 들어, RAH RAH RAH FI FI는 BIG, BIG, BIG FIRE다'
원주민 마을 씬에서 또 다른 백미는 윌 터너와 해적 들이 사람 뼈로 만든 우리에 갇혀 탈출을 시도하는 장면. (사실은 사람 뼈가 아니고 라텍스와 발포제를 합성해서 만든거지만..) 도미니카의 남중부 내륙에 있는 몬 트로아 피톤스 국립 공원의 절경 티투 조지에서 촬영했다. 이 씬 역시 여러 부서의 협조로 촬영이 가능했던 난이도 높은 장면이었다. 우선 문제는 사람들이 그 안에 들어가 들고 뛸수있을만큼 가벼우면서도 구조적으로 튼튼한 우리를 만드는 일이었다. 제작진은 많은 실험과 시행착오끝에 결국 여러개의 버젼으로 우리를 만들었다. 달리는 용도, 구르는 용도 등 그때그때의 용도에 맞게... 달리는 용도의 우리는 가벼운 발포성분의 폼(FOAM)으로, 구르는 용도의 우리는 훨씬 견고한 재질로 제작됐다. '일단 우리에 들어가면 온몸이 상처와 멍투성이가 되서야만 나올수있다고 우린 농담 삼아 얘기하곤 했다. 6명이 우리의 틈사이로 12개의 다리를 내민채 호흡을 맞춰 달리는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루게는 설명한다.
섬의 북부 끝자락에 위치한 비엘라 카세 역시 세 사람의 칼 싸움 배경 장소로 선택됐다. 캐리비해의 절경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끝에 위치한 이 곳에 프러덕션 디자이너는 버려진 성당과 묘지를 만들었다. 망가진 물레방아 바퀴가 놓여있던 장소도 바로 이곳. 이곳에 건축 팀은 성당 건물을 지었다. 성당의 높이는 6층 건물 높이. 미국인 40명에 도미니카 인부 40명이 가세, 장장 4개월에 걸쳐 공사가 진행됐다.
도미니카에서 가장 지형이 험하다는 악명에 걸맞게, 삼면이 바다로 둘러쌓인 좁은 반도와도 같은 지형인데다, 화씨 93도에서 95도를 오가는 높은 온도에 구름도 거의 없는 지역이라 촬영팀과 제작 스탭은 그야말로 초인적인 강훈련을 하듯 촬영에 임해야했다. 땡볕이 내리쬘땐 화씨 100도를 넘는 날도 많았다고...
게다가 촬영 장소까지 올라가는 길도 경사가 30를 넘는 가파른 험로라서 다들 이 길을 오를때면 '이것도 <캐리비안의 해적> 체력단련 프로그램의 하나'로 생각하며 이렇게들 외쳤다고 한다 '버빈스키와 브룩하이머 덕에 우린 몸짱으로 거듭날거야!'
도미니카 섬에서 8주에 걸친 고된, 그러나 그만큼 보람있었던 촬영을 끝마치고 촬영진과 원주민들은 일명 '도미니카 생존 파티'라는걸 열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 무렵 이미 촬영진은 그들 자신이 절반쯤은 해적으로 변모(?)해있었다. 그래서 촬영 장비나 차량등에 해적 깃발을 그려놓기도 했고, 몸에 문신을 하기도 했으며 심지어 귀와 코를 뚫기도 했다. 머리에 손수건이나 스카프를 둘러묶은 스탭도 많았다.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조엘 할로우가 특별히 디자인한 해골 모양 은반지나 금반지도 인기였고...
다시 바하마로...허리케인 속의 강행군
바하마는 헨리 제닝스, 헨리 모건, 에드워드 티치, 찰스 베인 등등 수없이 많은 전설적 해적들의 본거지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들도 잭 스패로우 일당에게 본거지를 내줄수밖에 없었으니, <망자의 함> 다음 촬영지가 바로 바하마였던 것.
도미니카 촬영을 끝낸 제작진은 바하마 군도를 구성하는 7백개의 섬중 하나인 엑수마 섬으로 날아갔다. 제리 브룩하이머는 엑수마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이라고 극찬한다. '길게 뻗은 흰 모래사장과 아름다운 바닷물 빛을 스크린으로 옮기면 정말 환상일 것이다. 관객들은 실제로 촬영한것으로 안믿을지도 모른다. 디지털로 만든 그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엑수마의 바다는 화면에 나온 모습 그대로다'
거의 핑크 빛이 도는 엑수마의 모래톱 화이트 케이(WHITE CAY)에서 잭, 윌, 노링턴 세 사람의 칼 싸움 씬 일부가 촬영됐다. 화이트 케이로 가려면 바다를 지나야했다. 촬영이 있을때마다 모두 보트에 나눠타고 30분 거리를 달려 수상 베이스 캠프에 도착, 짐을 풀었는데, 이 베이스 캠프는 여러대의 바지선을 연결해서 만든것. 그 위에 배우들의 트레일러와 장비를 실은 트럭, 식당 텐트, 테이블, 의자 등등이 갖춰져있어 그야말로 물에 떠있는 임시 제작 본부라고 할만 했다.
화이트 케이 촬영땐 이 섬의 보호 동물인 이구아나와 다소 위협적인 손님인 수염 상어의 방문을 때때로 받아야했다. 제작진은 촬영기간 동안 이구아나를 보호하기 위해 플로리다의 야생 생물학자 조셉 바질류스키를 섬으로 초빙, 그의 조언을 받기도 했다. 수염 상어 역시 보기만큼 위협적인 존재는 아니었지만 갑자기 해안 근처에 불쑥 불쑥 나타나면 촬영이 몇분씩 중단되기도 했다.
엑수마 섬에서의 초반 촬영을 마친후 여름 휴가가 주어졌다. 제작진은 6월 초에 집으로 돌아갔다가 8월 초 다시 L.A.에 집합했다. 그 동안 감독은 팔로스 베르데스에서 '뼈다귀 우리' 씬 촬영을 계속했다. 이번엔 100피트 높이의 크레인에 우리가 대롱대롱 매달려 흔들리는 씬이었다. 올랜도 블룸은 놀이기구를 탄듯 재밌었지만 케빈 맥널리, 데이빗 베일리, 마틴 클레바 등의 배우들은 우리에서 내렸을때 얼굴이 파랗게 질려 있었다.
우리속에 갇힌채 절벽을 기어오르는 장면 역시 이곳에서 촬영됐다. 이 장면 촬영을 위해 디자인 팀은 90도에서 45도에 걸친 가파른 경사의 절벽을 제작했다. 절벽의 길이는 100피트, 높이는 50피트. 기본 구조는 철골로 돼있어서 160톤 크레인 두대로 옮겨야했다.
디즈니 스튜디오에선 데비 존스의 배 '플라잉 더치맨' 내부의 선장실 장면을 찍었다. '데비 존스가 연주하는 장엄한 오르간은 우리 디자인 팀이 제작한것이다. 기능은 보통 오르간과 똑같지만 외형은 전혀 다르다. 온갖 바다 생물체들이 그 안에서 자라나고 알 수 없는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이 기괴한 악기는 그 자체가 조개나 여타 해양 생물체의 느낌을 준다. 건반엔 독특한 색깔을 칠해 기묘하게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사랑을 잃고 악마가 돼버린 데비존스의 캐릭터가 갖고있는 페이소스를 표현하기 위한 의도였다'.
다시 바하마로: 허리케인 속에서의 강행군
몇주간 <캐리비안의 해적 3> 초반 시퀀스를 촬영한후 제작진은 9월 19일에 4번째 촬영지이자 최종 촬영지인 그랜드 바하마 섬으로 이동했다. 이곳의 골드락 크릭에 있는 바하마 영화 스튜디오에서 해상 씬을 찍었다. 망자의 함을 찾아 여러 배들이 모여든 해상 장면 촬영이니만큼 넓은 공간이 필요했는데 이 스튜디오는 그런 점에서 아주 적당했다.
첫주의 촬영은 쾌청한 날씨속에서 말 그대로 '순항'이었다. 그러나 곧 자연이 변덕을 부려 그랜드 바하마 섬엔 폭우와 강풍이 불기 시작했다. 대서양 바다는 자쿠지를 '강'으로 틀어놓은 욕조처럼 요동쳤고 날씨는 끊임없이 변했다. 파도의 방향이 계속 바뀌는 바람에 촬영이 쉽질 않았다.
그러나 기후의 악조건 속에서도 촬영은 계속됐다. 배우들은 업그레이드된 블랙 펄에서 촬영하며 1편의 향수와 함께 새로운 감흥을 느꼈다. '1편때의 블랙 펄은 아름답지만 너무 작아서 몸을 움직이기도 힘들 정도였다. 게다가 앉을 자리도 없었다. 하지만 새 블랙 펄은 한층 규모가 커져서 그런 불편함이 없었다'고 키이라 나이틀리는 회고한다.
극중 데비 존스의 부하인 바다 괴물 크라켄은 천여년 동안 내려온 바다의 전설을 토대로 만들어진 캐릭터. 1954년에 개봉된 디즈니의 고전영화 <해저 2만리>에 등장하는 거대한 오징어에서도 일부분 컨셉을 따왔다고 볼수있다. '크라켄'이란 단어는 12세기 노르웨이에서부터 있었다. 섬 한개 만한 크기의 괴물, 혹은 거대한 오징어를 가리키는 이름이었던것. 거대한 촉수를 뻗어 배를 순식간에 전복시킨다는 이 괴물의 명성이 어찌나 자자했던지 영국의 시인 알프레드 테니슨 경도 1830년에 'THE KRAKEN'이라는 제목의 시를 썼을 정도다. 캐나다와 <망자의 함> 촬영지 중 하나인 도미니카 연방엔 크라켄 우표도 있다고...
에딘버러 상선과 블랙 펄 호가 크라켄의 공격을 받는 장면에선 스턴트 팀의 도움이 컸다. 그러나 스턴트 맨들 못지않게 올랜도 블룸도 용감했다. 때론 30피트 높이나 되는 에딘버러 상선의 돛대 꼭대기에 직접 올라가기도 했다. '내가 돛대위에 올라가 돛 위로 뛰어내린 뒤, 칼로 돛을 찢은 뒤 밑으로 미끄러져 내려오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을 찍으면서 마치 어린 소년으로 돌아간것처럼 신이 났었다. 모든 소년들의 꿈이 그런거 아니겠는가? 바로 그게 또한 윌 터너의 캐릭터이기도 하다'고 올랜도 블룸은 회상한다.
크라켄은 ILM의 시각효과 전문가들의 CGI기술과 실사 촬영의 합작품이다. '크라켄 씬은 많은 부분이 그림으로 미리 시각화 돼있었다'고 시각효과 감독 존 콜은 설명한다. '우린 그 청사진에 맞춰 특정 부분별로 촬영을 진행해나갔다. 크라켄 씬은 바닷물과 합성되는 부분이 많아서 기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특히 십여개의 촉수가 배를 위에서 둘러싼채 선원들을 집어들어 내던지는 장면의 경우, 여러가지 요소들을 합성해야했기 때문에 완성에 수개월이 걸렸다'
1편보다 훨씬 업그레이드된 시각효과를 요구하는 2편의 제작 컨셉에 맞추기위해 ILM 팀도 1편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해야했다. 시각효과 작업량도 1편의 세배에 달했다. 덕분에 시각효과 기술도 엄청나게 발전했다고 ILM팀은 말한다. '그 자신이 시각효과 분야를 훤히 꿰고있는 버빈스키 감독은 기존의 수준보다 늘 한단계 앞선 무언가를 우리에게 요구했다. 우리가 충분히 따라올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 감독의 독창성과 믿음 덕분에 2편의 시각효과는 기술이 아닌 창조의 영역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었다'
데비 존스와 그의 선원들의 외모는 많은 부분 디지털에 의존해 창조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확실한 연기력이 뒷받침된 배우들을 써야한다고 주장했다. 배우들의 연기력과 캐릭터에 대한 이해력이 CG로 포장된 외모 밖으로 배어나온다고 믿었기 때문.
1편 CG캐릭터 촬영때는 12대에서 15대의 카메라가 한명의 캐릭터에게 배당됐다. 마크가 붙어있는 타이트한 검은색 수트를 입은 캐릭터가 움직이면 컴퓨터는 카메라를 이용, 공간속 각 마크를 3각법으로 입체화시켰다. 그런뒤 애니메이션 파일을 캐릭터에 입히면 배우의 움직임과 똑같은 동작이 만들어진다. 정말 길고도 힘든 작업과정이었다
하지만 2편에선 발달된 CG기법 덕분에 2대의 비디오 카메라만으로 같은 작업을 해낼수 있었다. 차이점이 있다면 예전처럼 두번에 나눠 찍는게 아니고 한번에 작업을 했다는 것. 그로 인한 장점은 많았다. 1편의 경우, 배우가 저주받은 해골 해적과 싸우는 씬을 찍으려면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향해 칼을 휘둘러야했지만 이번 영화에선 실제 사람을 상대로 연기를 할수있어서 훨씬 리얼하고 자연스러운 씬을 찍을수 있었다.
2006년 1월 둘째주에 바하마로 돌아온 촬영진은 크라켄에게 공격받는 장면과 잭 스패로우 선장이 등장하는 앞 장면 씬을 끝으로 모든 촬영을 마쳤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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