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악동'과도 같은 화성인의 지구 침공을 소재로 한 팀 버튼의 SF 풍자극. <쥬라기 공원>, <인디펜던스데이>, <트위스터> 등 90년대의 롤러 코스터 영화들의 맥을 잇는 오락 영화로, 초호화 캐스팅과 전편에 걸친 재치있는 풍자적 유머, 그리고 워너 디지탈 스튜디오(Warner Digital Studios)와 ILM(Industrial Light & Magic)이 참여한 특수효과가 볼거리다.
팀 버튼과 <쥬만지>의 래리 프랑코가 제작했으며 각본은 그림 카드 제작 회사인 톱스 컴페니의 그림 카드 시리즈의 내용을 기초로 조나단 젬스가 썼다. 이 카드 시리즈의 소재는 '앵그리 레드 플레닛'이란 외계 항성의 초록색 외계인들이 지구를 침공하여 발생하는 악몽같은 사건들이다.
LA, 아리조나, 라스베가스, 캔사스, 워싱톤 DC 등의 로케이션 장소를 옮겨 다니며 화성인의 침공으로 인해 아수라장이 된 미국 본토를 매우 리얼하게 잡아냈다. 화성인이 미국 본토를 침공하여 속수무책의 지구인을 말살한다는 기본 골격을 토대로 팀 버튼은 영국 태생의 시나리오 작가인 조나단 젬스를 영입시켰다. 두 사람은 <배트맨>으로 만난 적이 있다. 이들은 그림카드 '화성침공'의 아이디어와 50, 60년대의 고전적인 외계인 침공 영화들로부터 주된 이미지를 차용했다. 팀 버튼은 대통령을 출연시켜야 하였기에 워싱톤 DC를 필수 로케이션 장소로 채택했고 라스베가스도 포함시켰다. 그 다음엔 두 도시와는 대조적인 분위기의 시골 마을로 중서부 지역을 선택했다. 숨쉴 틈을 주지않는 <화성침공>의 액션은 웅장한 스케일의 워신톤 DC와 뉴욕시의 주택가, 황폐한 도로변의 도너츠 가게, 캔사스의 황량한 들판, 아리조나의 사막및 라스 베가스의 불야성을 종횡무진으로 옮기며 펼쳐진다.
출연자가 호화롭다. 아카데미 수상자인 잭 니콜슨과 글렌 클로즈를 위시하여 아네트 베닝, 데니 드비토, 나탈리 포트만, 로드 스타이거, 마틴 쇼트, 피어스 브로스난, 톰 존스 (팝 가수), 마이클 J. 폭스, 사라 제시카 파커, 팜 그리어, 리사 마리 등 한번쯤 듣어 봤을 배우들이다.
미합중국 대통령인 제임스 데일 역에는 자유진영의 지도자다운 면모를 갖추고 화성인의 출몰에 직면해서도 의연성과 능청스러움을 잃지 않는 연기자로서, 잭 니콜슨이 맡았다. 그가 연기하는 대통령은 세계의 안보는 일단 뒷전이며 어떤 옷차림이 화성인들을 환영하는데 더 어울릴까를 걱정하는 캐릭터이다. 니콜슨은 1인 2역을 맡게 되는데, 미국 대통령과 라스베가스의 불법 부동산 투기꾼인 아트 랜드 역이다.
한편 상대역인 영부인 역의 글렌 클로즈는 빨강색 의상에 작은 가발을 쓰고 기품있으며 세련된 자태로 영부인 역을 열연했다. 과거 낸시 레이건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그녀의 연기에선 미국의 역대 영부인들의 모습을 복합적으로 볼 수 있다. 침착하고 스타일이 넘치면서도 혼비백산 놀라 갈팡질팡 하기도 하고 때론 위선적인 표정으로 억지 미소를 짓기도 한다. 그녀는 하루 온종일 의상과 외모에만 신경 쓴다.
처음엔 알콜 중독자로 늘 술에 취해있었지만 이젠 새로운 천년 우주시대의 꿈에 취해있는 바바라 랜드 역엔 아네트 베닝의, 눈이 반꺼풀 풀린 듯한 표정 연기가 압권이다.
천방지축 막무가내 도박사 역의 데니 드비토는 팀 버튼의 <배트맨2>에서 팽귄맨을 열연한 경력이 있다. 눈초리가 심술궂고 무례하며 입을 다물고 있지 못하고 늘 떠벌리는, 도박에 미쳐 라스 베가스를 안방처럼 드나드는 인물이다. 언제나 재미있는 일을 찾아 뭔가를 작당하느라 누군가가 화성인이 나타났다고 외쳐도 난 주사위나 던지겠어라며 천하태평이다. 백악관이 날아가든 말든 자신의 도박을 방해만 말아달라는 속물이기도 하다.
나탈리 포트만이 연기하는 영애 태피는 화성인의 출현조차 따분하기만 하며, 대통령의 보자관이나 자문위원들이 구체적인 대책수립도 없이 탁상공론만 늘어놓자 급진 강경파 장군 데커 역의 로드 스타이거는 "앞뒤 잴 것없이 화성인을 핵무기로 깡그리 날려버리자!"고 강변한다. 화성인들의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라는 메시지를 곧이 곧대로 믿는 케세이 장군은 폴 윈필드가 연기하며 화성인 영접을 위한 선발대의 중책을 떠맡는다. 마틴 쇼트는 백악관의 공보담당관인 제리 로스 역을 열연하며 동시에 여자라면 화성인도 마다않는 호색한이기도 하다. 피어스 브로스난은 도널드 케슬러 박사역을 맡았으며 두개골이 몸체만한 화성인이 어떻게 지구에서 숨쉬며 생존할 수 있는지 파고든다. 전 헤비급 복싱 챔피언인 바이런 윌리암스 역은 짐 브라운이 열연하며 현재는 카지노에서 인기좋은 호객꾼으로 일하고 있다. 전설적인 팝 가수이자 여자라면 한번쯤 눈도장을 찍고싶은 톰 존스도 극중에서 톰 존스 역으로 등장한다. 사라 제시카 파커는 TV의 날렵하고 민완한 패션쇼 앵커우먼인 나탈리 레이크 역을 맡았으며 마이클 J. 폭스는 나탈리 레이크의 남자 친구이며 단정하고 야물딱진 방송국 라이벌 제이슨 스톤 역을 맡았다. 이들 두 사람은 새로운 천년 우주시대의 실황 중계를 위해 좌충우돌 하지만 화성인들에게 실험용으로 처참하게 이식 수술을 받는다. 루카스 하스는 리치 노리스 역을 맡았으며 실비아 시드니는 치매 증세를 가진 리치의 할머니 역을 맡았다. 이들 두 사람은 화성인의 지구 침공 야욕을 제지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극중 바이런 윌리암스의 별거 중인 아내이자 두 아이의 어머니인 루이스 윌리암스 역은 팜 그리어가 맡았다. 워싱톤 DC에서 거주하며 바이런과 상봉하기로 한 날 남편의 참변 소식을 듣게 된다. 리사 마리는 화성인들이 만들어낸 지구인 역을 연기하며 백악관 공보담당 제리 로스를 유혹하여 백악관에 침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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