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받지 않는 욕망에 대한 그녀의 행복한 여러 겹 사랑 이야기 <사랑니>
첫사랑의 기억을 머금고 새롭게 시작되는 눈부신 사랑 이야기가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사랑니>는 상처 입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느닷없이 찾아 온 사랑에 솔직하게 응수하며 자신만의 사랑을 가꾸어 갈 줄 아는 한 여자의 솔직한 담화이다. 사랑은 힘들지만 모두 갈 만한 길이라고 말하고 있는 이 영화는 사랑을 꿈꾸고 시도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용감하게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1. 행복을 향해 성큼성큼 똑바로 걸어가는 현대적 여성, 조인영
능력 있는 과외학원 수학강사로 외제차를 타고, 커피를 즐겨 마시며 건강을 위해 각종 영양제를 챙겨 먹고 러닝 머신 위를 달리는 서른 살의 현실적인 여자 ‘조인영’. 그녀는 또한 편찮은 홀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는 속 깊은 딸이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 날 학원에 열일곱 시절의 첫사랑과 이름도 얼굴도 똑 같은 소년, 이석이 찾아 오게 되고, 인영의 일상은 이‘첫사랑의 재림’으로 들뜨기 시작한다. 조인영은 십수년 전 과거에서 금방 걸어나온 듯한 이 17세 소년과 추문이 될 지도 모르는 관계를 뻔뻔하게 지속시키면서 자신의 행복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현대적 감성을 리드해나가는 새로운 여성 캐릭터이다.
2. 모든 사랑에는 패턴이 있다.
사랑했던 이와 함께 했던 장소, 습관, 추억… 자신도 모르게 새로운 사랑과 그 소중한 것들을 다시 반복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놀란 적은 없었는가? 한 마디로 명백하게 표현할 수 없지만 자신이 사랑했던 이들에게서 발견되는 알 수 없는 공통점을 느껴 본 적 없었는가? 우리는 가끔이라고 하기엔 너무 자주, 새로운 사랑을 맞이했다는 벅찬 기쁨 뒤에 뒤따라 오는 익숙함을 경험한다. 나이가 든다 해도 조금 성숙했을 뿐, 누구나 여전히 어린 시절의 사랑을 그대로 반복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랑니>는 우리 일상 속에 잠복해 있었지만 그 동안 미처 눈치채지 못했던 사랑의 패턴에 대해 새롭게 질문을 던진다.
3. 추억과 사랑을 넘나드는 독특하고 치밀한 시간 구성
<사랑니>에는 눈에 띄는 독특한 구성이 있다. 다른 멜로 영화들처럼 하나의 사랑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사랑이 함께 공존하며 끊임없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 이 독특한 구성은 <사랑니>를 다른 멜로 영화들과 그 영화적 형식에 있어서 차별화시키는 요소이며 <사랑니>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더욱 흥미로운 건 그들의 선이 뚜렷하지 않고 묘하게 엇갈리면서도 공존한다는 사실이다. 특유의 치밀한 시간 구성을 통해 과거 아닌 과거는 현재라는 시간 속에 마술처럼 스며들고 추억과 사랑은 기묘한 동거를 하게 된다.
<사랑니>로 이루어진 특별한 만남!
정지우 감독은 자신이 진정 원하는 건 ‘행복’이라고 거침없이 말하고 있는 배우 김정은을 발견한다. 사랑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고 그래서 행복을 향해 성큼성큼 멋지게 걸어갈 줄 아는‘인영’은 자라온 환경부터 호의적인 성격까지 배우 김정은과 많은 부분이 닮아 있었다. 모나지 않고 그다지 많은 상처도 받지 않고 충분히 사랑하고 사랑 받으며 살아 온 자연인 김정은은 첫사랑의 옷을 입고 찾아 온 예사롭지 않은 사랑을 당당하게 받아들이고 그 기쁨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행복을 만들어가는 캐릭터 ‘인영’ 그 자체였다. 그런 이유로 정지우 감독은 인생에 대한 진지한 고찰과 적나라한 연애담, 그 중간쯤 위치하고 있을 ‘조인영’역에 김정은은 완벽한 캐스팅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렇게 짝을 이룬 듯 딱 맞는 인물들이 만나 시작된 <사랑니>는 완벽한 화학 작용을 일으키며 그 시작부터 큰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다.
다시 없을 행복을 꿈꾸고 있는 감독 정지우 특유의 친화력 위에 또 다른 매력을 얹으려는 배우 김정은
강렬한 사랑의 잔상을 남겼던 <해피엔드> 이후 5년이란 공백 기간이 있었지만 정지우 감독의 일상 뒤에는 한 순간도 쉴 수 없었던 영화와의 싸움이 있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정지우 감독은 관습과 욕망의 부조화가 낳은 개인의 불행을 그린 전작 <해피엔드> 이후 이번 작품 <사랑니>를 통해서는 자신의 직관을 향해 씩씩하게 걸어 들어가고 있는 여자 ‘조인영’의 여러 겹 사랑 이야기를 펼쳐 놓을 생각이다. 그런 정지우 감독과 함께 하고 있는 김정은은 이제 그녀 특유의 친화력 위에 우아함을 얹어 우리에게 더 가까이 다가오려 한다. 배우로서 자신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조금씩 달라져 가고 있는 모습을 선보이고 싶다는 김정은은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영화 속 ‘조인영’ 속으로 빠져 들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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