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홍상수 감독의 새로운 시리즈 <극장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을 시작으로 최근작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까지 남녀관계의 진부함을 직설적인 표현과 디테일을 통해 일상의 진풍경으로 탈바꿈 시키는 것은 홍상수 감독만의 고유 브랜드였다. 이제, 2005년 홍상수 감독이 여섯번째 작품 <극장전>으로 관객과의 새로운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영화로 인해 하루가 바뀌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누구나 한번쯤 어떤 영화를 보고 짧게는 몇 분, 길게는 며칠을 영화의 영향 속에서 지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행복한 기운일 수도, 우울한 느낌일 수도, 알 수 없는 미세한 감정 변화일 수도 있고, 안 해보던 짓을 하게 만드는 동기가 될 수도 있다. 영화 <극장전>은 10년 째 감독데뷔 준비 중인 동수가 선배감독의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선 어느 하루, 그 같은 경험을 쫓는 영화다. 주인공 동수는 극장 앞에서 만나게 되는 영화 속 여주인공을 중심으로 동창들 그리고 자신이 본 영화 속 장소를 거쳐가며 만나는 택시기사, 실직자 데모대, 포장마차 오뎅집 주인, 등등 수많은 사람들과 직간접적으로 부딪히면서 끊임없이 변한다. 남녀 간의 기억, 모방, 추억 등을 테마로 ‘항상 같은 이야기이면서, 언제나 다른 영화’를 변주해 온 홍상수 감독이 이제 진정한 변화를 예고하는 지점이 바로 이 관계에서 출발한다.
<생활의 발견>이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등의 전작은 한 남자와 두 여자, 한 여자와 두 남자처럼 한정적인 인간관계 속에서 깊이 파고드는 매력은 있었지만, 대신 어딘지 출구가 없어보이는 촘촘한 시선을 담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극장전>은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 간의 한층 폭 넓어진 관계의 변화로 그만큼 다양한 에피소드와 여유있는 시선을 만들어낸다. 홍상수의 영화는 또 다른 삶에 대한 시각, 그리고 새로운 구성과 풍성함으로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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