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년 홍콩태생의 왕정 감독은 왕지량 감독의 아들로, 태어나자마자 영화와 접했다.어려서부터 아버지가 만든 영화의 반응을 지켜보던 왕정 감독은 관객들이 원하는 영화적 요소들을 너무나 잘 파악하게 된다. 처음에 배우로 입문한 왕정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을 주로 하다 19987년 [도신]으로 감독에 데뷔한다. 이후 [지존무상] [정전자] 등의 카지노 무비를 주도하며 홍콩 느와르의 다른 한쪽에서 흥행 감독으로 자리잡기 시작한다. 한편에서는 왕정감독을 두고 싸구려 코미디라며 시기와 반목의 시각으로 바라봤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영화 만들기에 전념하여 왕정식 액션, 왕정식 코미디, 왕정식 드라마, 왕정식 에로티시즘 등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며 흥행대가로 자리매김 했다.
또한 왕정 감독은 작품의 흥행뿐만 아니라 스타제조기로도 유명하다. TV 단역으로 전전하던 유덕화를 [지존무상]을 통해 톱스타로 만들었으며 현재 홍콩 최고의 스타 서기를 모델에서 배우로 발굴한 사람도 바로 왕정 감독이다.
배우출신인 왕정 감독은 배우출신 감독들 중에서 굳건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몇 되지 않는 사람이다. 그와 비견될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배우 출신에겐 굳건히 닫혀있는 것이 홍콩 영화계임을 생각해보면 그의 성공은 특히 대단하다. 진가신 감독과 함께 영화사 UFO를 만들었고 왕정과 같은 코미디 배우 출신인 증지위 정도가 그와 비교될 수 있을 정도이다.
특히 왕정 감독의 강점은 그가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내는데 탁월한 수완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가 만들었던 초기 느와르 작품 [지존무상]은 도박과 느와르라는 장르를 하나로 결합시켜 홍콩 영화의 최전성기를 연장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지존무상] 이후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던 겜블 영화들은 그의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말해준다. 또 [시티헌터] [스트리트 파이트] 등의 일본 만화나 게임을 영화화하기도 했던 그는, 만화나 게임의 영화화를 시도하는 첫 선봉에 서서 자신만의 감각으로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낼 만큼 한 장르에 치우치지 않은 다양한 연출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의 필모그래피 중에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코미디 외에도, [경천12시] 같은 순수 느와르에서 [초류향] 같은 시대물까지 그가 손대지 않은 장르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 영화마다 자신의 손을 거쳐나가며 분명한 왕정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힘있는 연출력을 가진 감독인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