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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간첩] 우리의 소원은 정말로 통일인가요? 이중간첩
asura78 2003-01-21 오전 11:56:59 1221   [5]
80년대 한국 땅에선 고문이 일상적으로 행해지고 있었습니다. 아무런 죄도 없이 간첩으로 오인 받고 혹독한 고문을 받으면서 어쩔 수 없이 거짓진술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들은 이제 더 이상 세간의 관심을 끌지 못합니다. 한 사람의 희생으로 사회정의가 실현될 수 있다는 막연한 환상 때문일까요? 세월이 흘려서 진실은 밝혀졌지만 그 어느 곳 하나 그 일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언제나 우리 사회는 이랬지요. 그런 나라에서 이런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것이 어쩌면 뻔뻔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루이 16세 때 고안되어 프랑스 대혁명까지 널리 사용된(1970년대까지 사용되었다고 하니 놀랍지 않나요. 더욱 놀라운 것은 우리나라가 고문을 세계에 공식적으로 안 하겠다고 이야기 한 것이 1997년이라고 하니, 참 할 말이 잃게 만드는군요) 기요틴은 겐트성에 있는 고문도구에 비하면 세발의 피에 불과할 것입니다. 한순간으로 고통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언제 끝날지 모르는 끝도 없는 고문의 연속은 사람의 정신마저 피폐하게 만들기 때문이겠지요. 살아남기 위해서 불어터진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을 수 밖에 없는 그 현실 속에서 탈출구란 있기나 한 것일까요? 자유를 위해서 내려왔다는 탈북자들을 이제 반가워하지도 않는 우리가 간첩(?)을 반갑게 맞이한다면 그건 아마도 너무나 우스운 일이겠지요.

서해교전 당시 북한 함정이 격침되어 북쪽 군복을 입은 30여명이나 바닷속에서 고통스럽게 죽어갔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을 어떤 식으로 바라보았나요. 남쪽 군복을 입은 사람들의 죽음 앞에서 북쪽 군복을 입은 사람들의 죽음은 아주 하찮은 것에 불과했습니다. 우리 국군 기술력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남쪽만의 반쪽 짜리 승리에 자축하였지요. 거기에다 덧붙여서 철저하게 경계심을 품고 강경대응을 해야한다고 쉰 목소리로 소리 높여 한소리로 말했지요. 만일 우리 자산이 북쪽 땅에서 태어났다면 상황은 달라졌을까요? 그 사회가 만들어놓은 기준에 세뇌되고, 사회주의에 환상을 버리지 못해서 그런 행동을 하는데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나 않았을까요? 물론 그들 수뇌부의 사고방식은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가득차 있지만 어쩔 수 없이 그런 현실 속에서 살 수 밖에 없는 그들까지 미워할 자격이 우리한테 정말로 있는 것일까요?

평양 김일성 광장, 사열대의 한가운데 칼같이 정돈된 대오를 이끌고 행진하는 강인한 인상의 젊은 중대장 림병호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중간첩]이 비극적인 이야기의 시작을 알립니다. 조폭영화만 판치는 극장가에서 오랜만에 만나게 되는 묵직한 영화이지만 [이중간첩]은 너무나 무거워서 가까이 다가가기가 겁납니다. 북한에 대해서 특이한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 요즘 10-20대에게 이 영화가 어떤 식으로 비쳐질지도 궁금해지고요. 저 또한 그 범주에 포함되지만 말입니다(관심이 너무나 없다고 하는 것이 바른 말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기나 한 것일까요? 그렇다면 그건 누구를 위한 통일입니까? 우리 자신의 포만감을 위한 통일은 아니런지요)
 
너무나 모범적인 연기만 하고 있는 한석규는 자신들의 전작에서 보여준 이미지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합니다. 인간적인 냄새가 나지 않고 틈이 보이지 않는 그의 모범적인 연기를 보다보면 너무나 기계적이라서 숨이 막힐 정도입니다. 그에 반해 고소영은 CF의 호흡과 영화의 호흡을 아직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을 정도로 시종일관 어벙벙한 자세입니다. 작품의 품격에는 더 이상의 찬사가 필요없겠지만 문제는 이데올로기를 지키기 위해서 거짓을 조장하고 진실을 은폐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이중간첩]의 이야기가 심심하고 지루한다는 데 있습니다. 아마 그건 할리우드에서 오래전에 만들어낸 냉전시대의 영화들 때문 이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젊은 층에게 [이중간첩]은 반공영화로 비쳐질 가능성이 크고요.

[이중간첩]은 애초부터 가벼움과는 결별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칫 잘못 다루면 모든 이야기가 엉망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야기에서 웃음을 찾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현실을 이토록 침울하게 담아낼수 있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지요. 북,남한 사람도 아닌 국적불명의 한 사람이 될 수 밖에 없는 그들의 모습을 보다보면 지구상에 남아있는 마지막 분단국가에 살고 있는 우리 자신의 존재가 너무나 하찮게 느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관객들은 서로의 이념과 사상(더 많은 무언가가 있지만 그런 건 나열하면 나열할수록 구차해질테니 생략하겠습니다)을 위해서 비극을 맞이할수 없는 이 영화가 보여주는 현실 보다 더 현실 같은 이야기를 그저 묵묵하게 바라볼수 없습니다. 목놓아 울고 싶을 정도로..답답한 가슴을 풀 곳이 없어서. 그저 화면만을 묵묵하게 바라볼 수 없는 힘없는 자신의 모습을 한탄하면서 말이지요.

사족


우리가 잊고 지낸 것들,그동안 너무나 가벼워서 바람만 불어도 날아갈 것 같은 깃털 같은 영화들에서 찾아볼 수 없는 진중한 드라마로 무장했지만 얼마나 그것이 요즘 관객들에게 먹혀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네요. 3년만에 돌아온 한석규의 이름만으로는 성공하기에는 역부족일 것 같은데 말입니다.

남한의 지도층 인사가 림병호에게 묻습니다. 가장 좋았던 기억에 대해서. 그것이 진실이었는지.. 한순간 꾸며낸 말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우리는 가끔씩 중요한 무언가를 잊고 사는 건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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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세대에게는 반공영화로 비칠 위험이 있다? 저는 오히려 남한이 더 싫어지던데.. 남한이 공산주의 국가였나봐요?   
2003-01-21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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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간첩(2002, Double A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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