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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요소' 암울한 유럽 몽상적 영상 범죄의 요소
datura 2002-08-04 오후 11:14:48 962   [5]

북유럽의 거장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84년 연출한 첫 장편영화 '범죄의 요소'는 공포영화나 SF영화적인 요소가 섞여있는 80년대식 필름느와르다.

여기에는 그의 후기작 '유로파'(1991) '킹덤'(1994) '브레이킹 더 웨이브'(1996) '백치들'(1998)의 씨앗이 모두 숨어있다.

새롭고 낯설지만 강렬함이 있는 영화다.

도그마 선언 이전, 빛과 색채·사운드 등 온갖 영화기술을 현란하게 사용하던 화려한 테크니션으로서의 초기 경향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다분히 실험적이며 누아르의 냄새를 풍기면서도 몽환적이기도한 이 영화는 '유로파' '전염병'과 함께 암울한 유럽사회를 그린 그의 유럽 3부작 가운데 첫편이다.

인간의 범죄를 이론으로 풀 수 있다는 신념의 끝은 자기파멸적 상황이다.

온통 노란색 톤으로 비춰지는 영화속 공간은 그 절망감을 극대화한다.

영화 내내 유럽이라 불리는 그곳은, 축축히 젖어있고 금방이라도 시궁창의 물이 넘쳐흐를 듯 보인다.

그런 이미지만으로도 영화는 거부할 수 없는 마력을 지닌 악몽처럼 짙은 인상을 남긴다.

끊임없이 내리는 비, 밤밖에 없는 듯한 도시의 뒷골목, 신비스럽지만 결국 범죄에 연루된 여자와 '고독한 늑대' 스타일 주인공 수사관과 내레이션, 명확하지 못한 결말에 극단적 클로즈업과 왜곡된 카메라 앵글, 조각난 조명, 끊임없이 계속되는 혼란스러움까지.

'범죄의 요소'는 범인을 추적하기 위해서는 범인의 입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주 내용.

카이로에서 생활하던 피셔 형사는 경찰학교 스승 오스본과 동기 크레이머의 요청으로 유럽으로 돌아온다.

피셔가 13년만에 고향에 돌아온 것은 3년 전에 종결된것으로 알았던 연쇄살인사건이 재연되고 있기 때문.

피셔는 오스본의 저서 '범죄의 요소'의 신봉자.

'범죄의 요소'는 범인을 추적하기 위해서는 범인의 입장이 돼야한다는 것이 주요내용이다.

피셔는 오스본의 이론대로 범인 해리 그레이의 행적을 밟아 상황을 재현해 본다.

얽혀있던 사건의 실타래를 풀어가는 피셔.

점점 사건의 핵심에 접근하는 듯하지만 어느새 범죄자와 닮아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필름느와르의 스타일 속에서 표현되는 영화의 시ㆍ공간적 배경은 상당히 비관적이다.

공간적 배경이 되는 유럽은 어둠과 물속에 갖힌 채 혼란스럽고 시간적 배경이 되는 머지않은 미래의 모습은 쓰레기와 유리파편 투성이에 녹이 슬어 있다.

현실을 과감하게 왜곡하는 영상, 잠언 같은 대사들, 진지한 비판정신 등이 돋보이는 문제작으로 그 해 칸영화제 고등기술위원상을 받았다.

감독은 독특한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본다.

카메라는 말의 시체를 느린 동작으로 잡아 죽음을 은유하고, 시종일관 어둠침침하고 비가 내리는 상황으로 늙고 암울한 유럽을 빗댄다.

어두컴컴한 배경 속에 노란 램프 빛만 떠다니는 몽환적인 배경, 최면에 걸린듯한 내레이션, 표현주의적인 화면구성도 독창적이다.

'필름느와르의 교과서'인 프리츠 랑 감독의 'M'의 이야기 구조를 감독 자신의 스타일로 다시 만들었다는 이 영화는 모든 장면을 NG없이 단한번씩 촬영해 2주만에 완성했다는 일화도 남겼다.

TV용 영화와 CF의 연출가였던 라스 폰 트리에는 96년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수상작인 '브레이킹 더 웨이브'로 한국에 이름을 알려진 후 97년 Pifan에서 '킹덤'이 상영된 후 심야상영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91년 '유로파'로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으며 2000년에는 '어둠 속의 댄서'로 같은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탔다.

'킹덤'의 눅눅한 공포감을 잊지 못하는 관객들은 '범죄의 요소'를 찾아도 좋을 듯하다.

그러나 영화는 제법 난해하다.

관객을 동화시키는 드라마 대신 영화의 기술적 실험에 치중한 까닭이다.

95년 영화의 순수성.무기교성을 주창했던 '도그마 선언'의 핵심 멤버였던 폰 트리에를 생각하면 안된다.

제작된 지 18년이 지난 '범죄의 요소'에는 오늘날에도 새로워 보일 만큼 기교의 향연이 펼쳐진다.

흑백과 컬러 화면의 교차, 이중 인화, 화면 합성, 급작스러운 카메라 회전 등 정신이 어지러울 정도다.

어둡고 붉은 화면, 현실에선 존재할 것 같지 않은 비의적 공간 등 몽환적 상상력이 일렁인다.

게다가 사방이 꽉 막힌 듯한 분위기가 객석을 장악한다.

겉은 한권의 책을 둘러싸고 진행되는 살인 음모를 파헤치는 미스터리 스릴러로 포장하면서도 속으론 의식과 무의식이 교차하고, 현실과 환상이 왕래하는 독특한 심리극을 만들었다.

단 한번의 촬영 실수(NG)없이 모든 장면을 2주 만에 완성했다는 감독의 추진력이 놀랍지만 일반인의 눈높이를 처음부터 무시하지 않았나 하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그래도 영화 감상의 새로운 충격을 기대하는 관객에겐 반가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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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요소(1984, Forbrydelsens Element)
제작사 : Per Holst Filmproduktion, Danish Film Institute / 배급사 : (주)동숭아트센터
수입사 : (주)동숭아트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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