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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대한 방대한 이야기들을 놀랍도록 깔끔하게 담아내고 있는 진짜 영화 경주
jojoys 2014-06-13 오후 4:11:50 15467   [1]

※ 이 글은 제 블로그(http://blog.naver.com/c106507)에 작성한 글을 가져온 것임을 밝힙니다.

 최교수와 함께 하는 유쾌하고 신비한 인생 드라마 / 15세 관람가 / 145분

장률 감독 / 박해일, 신민아, 윤진서.. / 개인적인 평점 : 8.5점

 

    드디어 많은 분들이 기다리시던 브라질 월드컵이 시작되었네요. 아마 축구 좋아하시는 분들은 한동안 새벽잠을 설치시겠는데요? ^^ 오늘은 어제(12일) 메가박스 북대구에서 관람하고 온 <경주> 이야기를 해볼려구요. 개봉전부터 일찌감치 국내 언론으로부터 '한국판 <미드나잇 인 파리>', '한국판 <비포 선라이즈>'라는 닉네임을 부여 받은 <경주>였던터라 개인적으로 굉장히 궁금했던 영화였죠. 그도 그럴 것이, 우디 앨런 감독의 <미드나잇 인 파리>는 제 인생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손꼽는 작품이고, 무려 20년 동안 시리즈를 이어온(굉장히 띄엄띄엄이긴 했지만요. ^^;;) <비포 선라이즈> 역시도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작품인터라, 개봉전부터 그 두 편의 영화에 빗대어 불려진 <경주>에게 꽤 높은 기대감을 가질 수 밖에 없었던게 사실이었는데요. 과연, <경주>는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아 버린 저의 기대감을 만족시켜줬을지, 언제나 그렇듯 제가 보고 느낀 그대로 지금부터 솔직하게 말씀드려보도록 할께요. ^^

 

충동적으로 떠난 짧은 경주 여행에서 마주하게 되는 수 많은 인연들

줄거리 2013년 8월 24일 아침 7시. ​북경대학교에서 동북아 정치학을 가르치고 있는 학계 최고의 권위자 최현(박해일) 교수는 절친한 선배 창희(김학선)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새벽 비행기로 대구에 도착하게 되는데요. 조문을 마치고 또 다른 선배 춘원(곽자형)과 대화를 나누던 중, 7년전 셋이서 함께 떠난 경주 여행에서 봤었던 찻집 벽에 그려진 춘화가 갑자기 보고 싶어 최현은 충동적으로 경주 여행을 결심하고 경주행 기차에 몸을 싣죠. 그리고 그렇게 7년만에 다시 찾은 찻집 '아리솔'에서 최현은 신비한 아름다움을 지닌 찻집 주인 공윤희(신민아)를 만나게 되면서 <경주>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답니다. ^^

★ <경주> 예고편 ★

    조선족 동포 출신인 장률 감독님께서 각본과 연출을 맡으신 영화 <경주>. 사실 개인적으로는 장률 감독님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데다가, 그동안 워낙에 국내 언론들이 이런저런 띄워주기식 기사를 남발해온 탓에 '한국판 <미드나잇 인 파리>', '한국판 <비포 선라이즈>'라는 수식어를 접하면서도 반신반의 했던게 사실이었는데요. 하지만 직접 극장에서 만나 본 <경주>는 그 두가지 수식어와 딱 어울리는, 정말 영화다운 영화더라구요. ^^

    145분이라는 굉장히 긴 러닝타임 내내 느릿느릿 여유로운 호흡으로 진행되는 <경주>​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작품이 가지고 있는 메타포(은유와 상징)들을 바로바로 캐치하고 해석할 수 있는 안목이 반드시 필요했던 탓에, 일반적인 상업영화에 길들여져 있는 관객들에게 있어서 <경주>는 마냥 지겹기만 한 영화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아 보였는데요. 실제로 제가 관람한 상영관에서도 청소년 관객들은 <경주>에게 엄청난 분노를 표출하며 러닝 타임 내내 'X레기 영화'라는 불만을 토로 할 정도였으니까 말이죠. ^^;;

    하지만 작품 속에 담겨진 은유와 상징들을 바로바로 읽고 해석해낼 수 있는 영화적 연륜과 안목을 가지신 관객분들에게는, 우디 앨런 감독의 <미드나잇 인 파리> 못지 않은 유쾌하고 신비한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는 <경주>였답니다. ^^

<경주> 속에 담겨진 삶에 관한 방대한 이야기들

    앞서 제가 <경주>를 '한국판 <미드나잇 인 파리>'라는 수식어와 잘 어울리는 작품이라는 말씀을 드리긴 했지만, 사실 <경주>가 지니고 있는 작품색은 우디 앨런 감독의 <미드나잇 인 파리>의 그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데요. 우디 앨런 감독의 <미드나잇 인 파리>가 세계에서 가장 로맨틱한 도시 파리를 배경으로 밤마다 펼쳐지는 길(오웬 웰슨)의 시간 여행을 통해 낭만이 가득 흘러 넘치는 작품색을 지니고 있는 영화였던 반해, 장률 감독님의 <경주>는 하루에도 수십 수백번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가는 무수한 인연들을 일상적인 이야기들로 풀어나가고 있는 소박한 작품색을 지니고 있는 작품이거든요. 하지만 평범한 일상 속에서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이뤄지는 무수한 인연들을 느린 호흡 속에 감춰진 통렬한 메시지들을 통해 담아내고 있는 장률 감독님의 <경주>도 전 너무나 매력적이더라구요. ^^

 

    <경주>는 최현과 윤희의 로맨스를 다루고 있는 영화라기보다는, 1박2일 동안 최현의 주위를 스쳐 지나가는 무수한 인연들을 통해 과거와 현재, 삶과 죽음, 인간의 원초적인 본성 등에 대한 이야기를 일상 개그로 양념해 펼쳐내고 있는 그런 작품이었는데요. <경주>가 담고 있는 일련의 이야기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천년고도 경주를 독특한 공간으로 바라보고 계시는 장률 감독님의 시선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선결되어야 하죠. ㅎ

 

    천년도 훨씬 지난 옛 신라 왕족들의 거대한 능 옆에서 젊은 연인이 열정적인 키스를 나누고 또 그 곁을 천진난만한 꼬마 아이들이 뛰어 노는 도시 경주. 이처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는 경주를 과거와 현재,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장소, 다시 말해 경주를 과거와 현재, 삶과 죽음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독특한 공간으로 설정하신 장률 감독님의 의도만 미리 아시더라도 <경주>가 관객들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들을 이해하시는데 큰 도움이 되는데.

 

    이같은 <경주>의 독특한 설정을 미리 알고 작품을 보시다 보면, <경주>가 그려내고 있는 삶의 불확실성, 인연의 신비함과 소중함 등과 같은 철학적인 이야기들에서부터 시작해, 사랑과 욕정, 분노와 그리움 등과 같은 원초적인 감정에 지배 받으며 살아가는 인간의 본성등에 관한 내용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만큼의 다양한 메시지들을 놀랍도록 깔끔하게 작품 속에 담아내고 있는 <경주>에게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게 되시리란 생각이 드네요. ^^

장률 감독님의 매력 돋는 연출력도 일품!!

 

    개인적으로 <경주>를 관람하는 동안 또 한가지 흥미로웠던건, 카메라가 인물을 따라 가는 것이 아닌 카메라의 움직임은 최소화한 채 인물이 고정된 앵글 속을 들어갔다가 나왔다 하는 식으로 촬영되어 있다는 점이었는데요. 급기야 인물은 카메라 앵글 밖에 있고 목소리만 들려오기도 하는 이 같은 촬영 방식은 기존의 영화들에서는 쉽게 접해보지 못했던 것이라 꽤나 신선하게 느껴지더라구요. ^^

 

    특히, 윤희의 계 모임 멤버들과 최현이 동석한 궁전노래방 장면은 저에게 굉장히 강한 인상을 남겨줬는데요. 카메라는 와이드한 앵글로 방안 전체를 롱테이크로 촬영하도록 고정 해놓고, 그안에 윤희와 최현 사이에 흐르는 묘한 감정의 교환과 그들 두 사람을 지켜보는 영민(김태훈)이의 불타는 질투심, 그리고 그런 영민이 옆에 바짝 붙어 앉아 살뜰하게 챙기는 다은(신소율)이의 짝사랑, 여기에 무리와는 홀로 동 떨어진 채 꽃접기에 열중하는 강선생(류승완)과 한쪽에서 술에 취해 잠을 자는 박교수(백현진)의 진상에 이르기까지, 지극히 일상적인 장면 속에 흐르는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의 기류들을 놀랍도록 세밀하게 담아내고 있는 장률 감독님의 연출력에 전 떡~ 하니 입이 벌어지고 말았거든요. ㅎ

작품에 대한 호불호는 크게 갈릴 수 밖에 없는 영화

 

    앞서 말씀드렸던 것 처럼 <경주>는 일반적인 상업영화를 기대하신 분들에게 있어서는 굉~장히 길고 엄~청나게 지겹기만 한 영화로 기억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작품이었는데요. 하지만 작품 속에 담겨져 있는 은유와 상징들을 읽고 해석할 수 있는 영화적 연륜과 안목을 지니신 관객분들에게 있어서요즘 보기 드문 진짜 영화로 오래도록 기억되며 진한 여운을 남겨주는 그런 작품이 되어줄 것으로 여겨지네요. ^^

 

    개인적으로는 지난주와 이번주에 걸쳐 감상한 <우는 남자>, <엣지 오브 투모로우>, <하이힐>, <황제를 위하여> 등으로 인해 밑바닥까지 떨어졌던 영화적 감성을 다시 한 번 충만하게 채워줘서 너무나 좋았던 영화 <경주> 리뷰는 이쯤에서 마치고, 오늘 저녁 관람 예정인 조세래 감독님의 유작 <스톤> 리뷰로 조만간 다시 찾아뵙도록 할께요. 모두들 즐겁고 행복한 일만 가득한 불금 되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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