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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역사스페셜이 아니다 전국: 천하영웅의 시대
novio21 2013-05-19 오후 9:47:48 496   [0]

 영화 포스터에 나온 이름으로 무척 설렜다. 손빈과 방연, 그리고 귀곡자. 신비로운 노장 사상가인 귀곡자 문하에 중국 전국시대 시기를 뒤흔든 인물들이 무려 네 명이 나왔다. 군사력으로 경쟁을 하게 된 손빈과 방연이 있고, 종횡가로서 합종연횡(혹은 합종연행)이란 고사성어를 만든 소진과 장의가 있었다. 비록 정치적 목표가 달라 서로 정치적 선택이 달랐지만 그래도 친구로서 끝까지 남았던 소진과 장의와는 달리 손빈과 방연은 서로를 죽고 죽여야 하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이 과정에서 시기와 분노, 그리고 복수라는 인간의 가장 참혹한 면들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그런데, 손빈과 방연이 주인공인 영화 '전국: 천하영웅의 시대'에는 그런 분위기가 보이지 않았다. 놀랍게도 서로 간의 배려를 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방연에게 여동생이 있었는지, 그리고 전씨 성을 가진 여자 장군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전씨는 후일 제나라 왕족인 여씨를 몰아내고 제나라 왕이 되는 만큼 묘하게 관심을 갖고 보게 됐다. 그런데 지금까지 알려진 역사가 잘못됐는지 모르겠지만 영화는 역사의 인물들과 사건들은 작가와 감독 자신의 생각과 꿈, 그리고 이상을 펴는 수단이 됐다. 영화니까, 그리고 어차피 1000년도 훨씬 지난 이야기를 굳이 재현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다 아는 사실을 영화화하는 것보다 다른 각도와 시각에서 뭔가를 보여주려는 시도는 영화에서, 아니 소설이나 기타 등등의 매체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들의 스토리를 기억하고 재현하길 바라는 이들을 위해선 그리 좋은 만찬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나름, 가치가 있는 도전이란 생각이 든다.

  치열한 세상 속에서 천재 전략가라 불리는 손빈의 행동은 거의 바보에 가까웠다. 아마도 그런 바보가 세상을 바로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일까? 그의 다리 잘리는 유명한 불행도 그의 착한 마음을 없애지 못했다. 그는 최후까지 평화로운 방법을 염원했다. 하지만 세상이 그런 유치한 생각을 받아들일 리가 없었고 바로 영화가 보여주고 싶은 세상의 모습이었다. 영화는 무너져만 가는 착한 이의 이상주의를 어느 정도 아름답게 보여주면서도 결국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래도 착한 방연의 모습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하긴 역사적 사실이라 해도 선과 악을 나누는 많은 이들과 특히 역사가들의 고약한 습성으로 인해 역사적으로 방연은 친구를 배신하고 자신의 탐욕만을 누린 인물로 평가됐지만 더 깊이 들어간다면 혹시 다른 면이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단편적인 시선으로 한 인물을 평가하는 것은 후세 사가들의 특권이지만 남용되는 문제 역시 다반사이다. 개인적으로 영화 속 방연의 모습이 어쩌면 진정한 그의 모습이란 생각이 든다. 아무리 착하고 싶어도 조직이나 사회는 그런 모습을 허락할 수 없는 노릇이다.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들려는 그의 무모한 도전 역시 손빈의 생각처럼 무너지고 있었다.

  과거의 역사를 기억에 담고 영화를 본다는 것은 좀 위험할 수 있단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 관객들에겐 좀 고약한 면들이 많았다. 그러나 신비주의 분위기의 중국의 영화를 생각한다면 비록 이런 시도들이 관객에겐 불친절할 수 있어도, 마냥 비난받을 필요는 없단 생각이 든다. 좀 더 좋은 작품을 위해, 그리고 새롭게 보려는 관객을 위해 이런 영화의 가치도 클 것이기 때문이다.

  김희선의 출연은 한중 영화 제작자들의 의욕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그녀의 연기력은 훨씬 좋은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의 미모 대결을 했던 경첩 역시 새로운 신성으로 자리매김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괴상한 손빈 역을 맡은 손흥뢰는 이 영화의 최고의 매력이었다. 강렬한 악역을 담당했던 그의 손빈 역은 전혀 색달랐으면서도 매우 재미있었다. 그리고 그의 이상이 무너질 때, 여러 가지를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그는 확실히 차원이 높은 배우였다. 그리고 이런 배우가 계속 좋은 영화에 나오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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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천하영웅의 시대(2011, The Warring State / 戰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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