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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에게 물을 안주면 무슨일이 생길까? 워터 포 엘리펀트
macbeth2 2011-05-13 오전 10:14:01 725   [0]

프롤로그 (Prologue)

 

‘Water for Elephant', 직역하면 ‘코끼리에게 물을’이라는 뜻이 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영화에 등장하는 코끼리는 매우 중요하고 매력적인 배역을 맡고 있다. 영화의 홍보용 포스터에는 코끼리가 마치 단역배우처럼 너무 작게 표현되어 관객몰이에 도움을 크게 주지는 못하고 있는 듯 하다.

 

게다가 제목과 영화의 주제가 딱히 부합되지 않아 관객은 다소 혼란을 겪는다. 사실 극중의 코끼리 ‘로지’는 물 보다는 와인을 즐기는 편이라 혹자는 ‘코끼리에게 와인을‘로 제목을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원작자 새러 그루언(Sara Gruen)은 2007년 280만부 판매기록을 세우고 12주 연속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인 그녀의 동명소설에서 90대 초반의 노인이 된 주인공 제이콥의 입을 통해 서커스단에서는 본래 코끼리에게 물을 먹일 물당번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사랑스런 코끼리에겐 누구나 물을 주고 싶어지고, 또 물을 줘야만 한다고 행간(行間)에서 말하고 있다.

 

영화중에 코끼리 로지는 목이 마른데에도 코끼리 물당번이 없으니 발목에 채워진 족쇄에 사슬로 연결된 쇠말뚝을 코로 뽑아들고 걸어가서 양동이의 물을 마신 뒤 제자리로 돌아와 쇠말뚝을 원래 자리에 다시 박아놓는다.

 

영화감독 프란시스 로렌스(Francis Lawrence)은 이 갈증난 영리한 54세의 암코끼리에게 물을 제때에 주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코끼리는 기억력이 대단히 우수하고 술을 좋아하며 복수심이 매우 강한 동물이기도 하다. 1998년12월, 1999년 10월, 그리고 2002년 인도에서는 자신을 학대한 인간에게 불만을 품은 술취한 코끼리들이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사건도 보도된 바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영화제목과 그 내용이 일견 연관되어 보인다.

 

이 영화는 기존의 경제적 기반이 흔들려 부자들은 파산해서 고층빌딩에서 몸을 던지거나 은행에 넘어간 호화주택의 서재에서 권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쏘고, 원래 가난했던 이들은 굶어서 죽는 미국의 대공황시기에 ‘지상 최대의 쇼(The Greatest Show on Earth)’라 일컬어 지던 가상의 1931년 벤지니 형제 유랑 서커스단의 이야기이다.

 

그것은 19세기말 바넘(P.T.Barnum 1810~1891)이 이끌던 유명한 서커스단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는 임의의 관객의 가족내력과 성격등을 알아맞히는 심리마술공연의 대가이기도 하였다. 1940년대 말 심리학자 포러(Bertram Forer 1910~2000)박사가 “대중은 스스로 믿고 싶어하는 것을 믿는다”는 인간심리의 원리를 그의 이름을 따와 ‘바넘효과(Barnum Effect)’라 명명하였다. 박사의 이름 그대로 ‘포러효과’라 불리기도 한다.

 

두 번째는 젊은 찰톤 헤스톤(Charlton Heston 1924~2008) 주연의 1952년의 영화 ‘지상최대의 쇼’가 생각난다. 물론 내용은 서커스단의 애환을 그린 이야기이다. 70년대 흑백TV시절 ‘주말의 명화’를 통해 흥미롭게 관람한 기억이 있다.

 

세 번째의 ‘지상최대의 쇼’는 옥스퍼드대학 석좌교수로 재직중인 리차드 도킨스(Richard Dawkins 1941~ )의 저서의 제목인데 책에서 그는 진화야말로 “지상최대의 쇼”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그는 무신론적 논점을 제공하는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과 문화전달의 매개로서 ‘meme’의 존재를 처음 제시한 '이기적 유전자(Selfish Zene)'의 저술자 이기도 하다.

 

위에 소개한 다양한 ‘지상최대의 쇼’에는 모두 코끼리가 등장하거나 직간접으로 관련이 많다.

 

시놉시스 (Synopsis)

 

영화는 우천으로 막 철수를 시작한 서커스단에 퍼레이드를 보러 왔다가 일행을 놓친, 다소 괴팍해 보이는 노인이 비를 피해 사무실로 들어와서 서커스단 직원과 대화를 나누던 중 과거를 회상하면서 시작된다.

 

온전한 정신을 지키는 것이 가장 큰 바램인, 전두엽이 자연손상된 93세의 노인에게 단기 기억은 사라져도 자신의 23세 청년기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은 대뇌피질 하나하나의 뉴우런(신경세포, neuron)에 파노라마처럼 생생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그는 서커스계에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던 1931년의 유명한 사건에 대해 하나씩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과거를 회상(回想)하며 시작되는 영화는 관객에게 감동을 배가(倍加)시켜준다.

 

윤일봉, 장미희주연의 방화(邦畫) ‘바다로 간 목마’(1980)가 그러했고, 엘리자베스 테일러, 밴 존슨의 ‘내가 마지막 본 빠리(The Last Time I Saw Paris, 1954)’가 그랬으며, 또 로버트 테일러와 비비안 리의 ‘애수’(Waterloo Bridge, 1940)가 그러했었다. 이들 영화는 모두 회상으로 시작되어 추억을 보여주다가 회상으로 마무리 되는 수미쌍괄(首尾雙括)의 공식과 가슴속에 강물처럼 밀려오는 뭉클한 감동을 일으킨다는 공통점이 있다.

 

1929년 10월 24일 뉴욕의 주가 대폭락을 계기로 확산되어 무려 10년동안이나 지속된 경제대공황시기에, 감자나 빵으로 치료비를 대신 받던 아량 넓은 폴란드계 이민자인 수의사 부모의 슬하에서 성장한 제이콥(Jacob: Robert Pattinson 분)이 가업을 잇기 위해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명문 코넬대 수의학과의 졸업시험을 치루던 날 부모님의 급작스런 교통사고로 꿈 많던 그의 인생은 걷잡을 수 없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린다.

 

학비를 위한 담보였던 집과 부친의 동물병원은 빚으로 은행에 넘어가 무일푼이 된 제이콥은 미처 선택의 여지도 없이 졸업을 포기하고 보잘것 없는 얇고 검은 가방 하나만을 달랑 든 채 정처없이 집을 나선다.

 

철길을 따라 걷다 지쳐 우연히 무임승차한 화물열차, 거기서 그는 ‘지상최대의 쇼, 벤지니 형제 유랑 서커스단’을 만나게 되고 당초 계획에 없던 새로운 인생을 자의반 타의반 시작하게 된다.

 

서커스단 최고의 스타인 아름다운 말레나(Marlena: Reese Witherspoon 분)와 백마 실버가 공연하는 모습을 본 제이콥은 눈부신 그녀의 광휘(光輝)에 시나브로 마음을 끌리게 되지만 그녀는 안타깝게도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서커스단의 빅브라더(big brother) 오거스트(August: Christoph Waltz 분)가 끔찍이도 사랑하는 아내였다.

 

제이콥은 동물들의 용변을 치우는 허드렛 일꾼으로 서커스단의 일원이 되지만 그의 동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오거스트의 신임을 얻게 되어 동물 관리자로서 순회공연에 함께하게 된다.

 

치료가 불가능했던 실버의 죽음으로 위기에 처한 단장 오거스트는 공연의 공백을 만회하고 흥행의 성공을 위해 체불된 일꾼들의 급료를 지불하는 대신 54살의 4톤짜리 아시아 암코끼리 로지를 구입하지만 영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로지에게 조련용 갈고리로 끊임없이 시련을 가한다.

 

인권의 개념조차 정립되기 훨씬 전인 그 시대에 동물의 복지를 생각한다는 건 차라리 사치일 수도 있었겠다.

 

한편 어떨결에 코끼리의 조련역까지 담당하게 된 제이콥은 코끼리가 폴란드어로 훈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되고 영리한 로지를 조련해 가면서 말레나와의 관계는 한층 가까워 진다.

 

코끼리와 공연하는 말레나의 모습에서 어린시절 재미있게 시청한 TV시리즈물 ‘타잔(Tarzan)의 여자친구 제인(Jane)이 연상되어 더욱 흥미를 자아냈다. 물론 ‘타잔’속의 코끼리는 귀가 크고 거대한 상아를 지닌 아프리카 코끼리였었지만......

 

코끼리 로지의 귀엽고 신기한 묘기 덕분에 서커스 흥행은 대성공을 거두고 서커스단은 많은 돈을 벌게 되지만 단장 오거스트는 점점 탐욕스럽게 변해만 간다.

 

경쟁자인 ‘링글링 서커스단’을 이겨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리는 이기적이며, 변덕스럽고, 폭력적이기까지 한 남편에게 순응하며 지내던 말레나는 제이콥의 등장으로 강렬한 삶의 에너지를 회복한다. 남녀간의 일이라는 게 늘 그러하듯이, 처음엔 서커스단의 동료로서 단순한 우정으로 시작되었으나, 감정은 점차 뜨거워 지고, 결국 오거스트에게 두사람의 욕망의 눈빛을 들키고 만다.

 

주체 못하는 질투심으로 어거스트의 폭력성은 더욱 거세지고 또 두드러질 수록 말레나는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자, 평생 마지막일지도 모를 진정성 있는 사랑에 모든 것을 걸게 된다. 그것이 비극의 시작이 될 지 아닐 지 미처 알 지 못한 채 제이콥을 향한 그녀의 사랑은 더욱 확고해 져 간다. 그녀의 이와 같은 비현실적이며 모험적인 사랑의 결단에 관중은 열광한다.

 

제이콥 또한 그녀를 선택한 순간 둘은 서로에게 운명이 되어버린다.

 

단원들을 달리는 열차에서 떨어뜨려 죽게 한 오거스트의 행동에 분개한 단원들은 어느날 맹수우리의 빗장을 모두 풀어 놓게 되고 공연중인 서커스는 일대 혼란에 빠진다.

 

그런 와중에 영리한 코끼리 로지는 자신을 심하게 학대하던 오거스트를 절명(絶命)케 함으로써 자신이 그동안 입어 온 트라우마(trauma)의 원인을 제거하게 되고, 제이콥과 말레나는 로지를 데리고 함께 길을 떠난다. 로지는 그들에게 사랑의 매개자이자 축복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1931년 그해에 서커스단은 파산하고 로지, 제이콥과 말레나는 결국 어디로 떠났는지, 제이콥을 돕다가 목숨을 잃은 서커단의 난쟁이 객차 동료 월터가 남긴 애완견은 어떻게 되었는지는 말하지 않고 남겨놓는 배려를 아직 영화를 관람하지 못한 관객에게 선사해 드린다.

 

왜냐하면 관객의 기대에 부합하는 확실하고도 명백한 카타르시스(Catharsis)를 제공하는 흡족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에필로그 (Epilogue)

 

영화에서 서커스단은 작은 사회였다. 그것도 아주 복잡하게 얽혀있는 다양한 인간군상이 등장한다.

 

그 안에는 급여를 지불하지 않기위해 일꾼들을 달리는 기차에서 밀어 떨어뜨리는 행위조차 서슴치 않는 오거스트 단장과 같은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이 존재하고, 그 권력에 맹종하는 세력이 존재한다. 또한 나름의 계급체계와 문화, 끈끈한 정으로 뭉친 하류 서커스 단원들의 눈물겨운 삶, 그리고 사람사는 곳이라면 어디든 발생하는 갈등이 그곳에도 있다.

 

영화를 관람하고 있노라면 모든 것을 역사적 사실처럼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 섬세한 미술과 음악, 그리고 시대의상을 담당했던 스텝진에게 잠시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1931년 금주법이 시행되던 대공황시대에 치열하게 살았던 미국인의 모습은, 현실의 각박함에 쫓기며 살고 있는 현재 우리들의 자화상과 특별히 다른 점은 발견하기 어렵다.

 

‘워터 포 엘리펀트’는 미국 경제공황기에 폴란드계 이민의 아메리칸드림과 서부개척기 프론티어 정신과 맞물린 비현실적 낙관주의(unrealistic optimism)를, 말레나와 제이콥의 나이와 신분을 뛰어 넘는 맹목적 사랑을 통해 실현해 나가는 이야기가 가장 큰 주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도입부에 이미 관객은 정형화된 스토리의 종말을 예견한다.

 

하지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리즈 위더스푼(Reese Witherspoon)과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수상자 크리스토프 왈츠(Christoph Waltz)의 내면연기 앙상블(ensemble)이, 루틴(routine)한 플롯을 지향하는 단조로운 불륜드라마의 전형으로해서 자칫 경멸의 대상으로 외면당하거나 관객을 식상하게 할 수 있는 통속극에 신선한 산소를 대거 불어넣는다.

 

그들이 연기한 배역엔 4가지의 사랑이 등장한다.

 

포악하고 소유욕이 강하며 여자도 동물처럼 사육하려 드는 서커스 단장 오거스트의 이기적인 사랑(egoistic love), 주인공 제이콥의 말레나를 향한 헌신적이고 이타적인 사랑(altruistic love), "내가 17살이었을때 대체 어딨었어?"라며 시작한 기혼자인 여주인공 말레나의 앳된 청년 제이콥에 대한 혼란스런 아노미적 사랑(anomic love), 그리고 말레나가 죽음의 위기에 처하자 자신을 학대하던 서커스단장 오거스트를 쇠말뚝으로 후려쳐 구해내는 코끼리 로지의 숙명적 사랑(fatalistic love)이 그것이다.

 

* 에밀 뒤르켐(Émile Durkheim 1858~1917)의 ‘자살론(Le suicide, 1897)’에서 용어를 차용함.

 

“ ‘지상최대의 쇼’는 곧 사랑 ”이라는 만고(萬古)의 진리를 확인시켜 주는 데에 어색함이 없는 그들의 빼어난 연기력으로 배역에 대한 관객의 감정이입이 한층 부드러워졌다.

 

웅장한 서커스단의 규모, 800여명의 관객들을 수용하는 초대형 천막의 설치과정, 수십 마리의 위험천만한 맹수들의 우리, 서커스단을 태우고 이동하는 수십 량의 열차행렬,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하는 화려한 곡예사 의상과 아슬아슬한 묘기, 연기력이 뛰어난 사랑스런 코끼리 로지의 재롱과 함께 휘황찬란하게 장식된 서커스의 무대, 무용수들의 관능적 몸짓과 함께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서커스단 이면의 에피소드들이 빼어난 영상미를 통해 또다른 영화적 매력을 한껏 발산하고 있다.

 

상영이 끝난 후 극장문을 나설 때, 파산한 ‘벤지니 형제의 유랑 서커스단’을 떠나 코끼리 로지, 제이콥 그리고 말레나와 함께 ‘링글링 서커스단’으로 자리를 옮겨야만 할 것 같은 착각에 관객은 발걸음을 잠시 머뭇댄다.

 

아직 영화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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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 포 엘리펀트(2011, Water for Elepha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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