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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영화의 클리셰에 라디오스타 끼얹기.... 글러브
ldk209 2011-01-25 오전 11:35:20 14521   [6]
스포츠 영화의 클리셰에 라디오스타 끼얹기.... ★★★

 

강우석 감독의 첫 휴먼드라마이자 스포츠 영화라는 <글러브>는 영화적인 어떠한 야망이나 욕심이 보이지 않는 영화다. 연출 방식이라든가 많은 면에서 <글러브>는 기존 강우석 영화의 연장선상에 있고, 스토리는 시놉시스만 읽고도 결말까지 예측 가능할 정도로 뻔하다. 그럼에도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는 가족영화라는 점에서 이 영화의 장점은 뚜렷하다.

 

우선 <글러브>는 스포츠 영화에서 봐왔음직한 온갖 클리셰로 치장되어 있다. 기본기도 안 갖춰진 선수들, 거기에 반해 뛰어난 실력을 갖춘 코치, 일본 스포츠 영화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여성 주무 등의 기본 캐릭터는 물론이거니와 이야기의 흐름도 그렇고, 특히 연습 과정에서의 훈련 장면은 한숨이 나올 정도로 식상함 그 자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휴먼드라마는 어느 정도 전형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그러니깐 전혀 새로운 문법의 영화로는 관객을 이야기에 빠져들어 감동을 불러오기에는 힘에 부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 영화라는 관점에서 당연히 쉬워야 한다는 것도 일종의 조건일 수 있다. 한글을 대충 알아들을 수 있는 정도라면 <글러브>를 보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아주 쉽다는 것도 이 영화의 장점이다. 이러한 영화적 특징은 반대로 보자면 상당한 곤욕일 수도 있다는 것인데, 전반적으로 손발이 오글오글대고 간지럽다. 일 년에 몇 번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가족 나들이 겸해서 영화를 보는 관객이라면 이런 정도의 곤욕은 충분히 감내해야 함은 물론이다. 어쨌거나 이런 점에서 <글러브>의 흥행 가능성은 높다고 보인다.

 

아무리 휴먼드라마라고는 해도 스포츠 영화이니만큼 야구 경기의 연출이 어떠했는지는 관람하기 전부터 주된 관심의 대상이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크게 무리는 없었다고 보인다. 어느 정도 CG가 동원된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투수의 투구나 야수들이나 타자의 움직임은 실제 경기에 비교해도 좋을 만큼 역동적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몇몇 사소한 지적은 가능하다. 야구에 정통한 한 지인의 지적인데, 투수는 이물질을 공에 묻히면 안 되므로, 손에서 피가 나 공에 묻는 상황은 야구 규칙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므로 손가락에 피가 나도 그렇게 공을 던질 수 있느냐의 신체적 문제를 접어두고서라도 마지막 경기의 후반 부분은 현실에선 허용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영화적 설정이라고 이해해줄 수 있다고 보지만, 현실에서라면 한 경기를 위해 선수생명 자체를 버릴 수도 있으므로 그래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한 명의 투수만이 존재하는 팀이 과연 정규 경기를 소화할 수 있느냐는 기본적인 의문은 별개로 하고 말이다. 거기에 성심학교만이 아니라 선수층이 두터운 군산상고가 위기 상황에서도 투수를 교체하지 않고 끝까지 한 명으로 경기를 끌고 갔는지도 아리송하다.

 

위에서 <글러브>는 스포츠 영화에서 한 번쯤은 봤음직한 클리셰를 동원한 영화라고 했다. 이런 차원에서 이해하기 힘든 점은 야구 경기의 마지막을 투수 보크에 의한 실점 상황으로 마무리 지었다는 것이다. 묘하다. 왜냐면 보크로 실점을 해서 경기가 완료되는 상황은 웬만한 야구광이라도 거의 보지 못했을 정도로 흔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뻔한 설정의 연속으로 영화를 끌어와 놓고선 마지막엔 희귀한 상황으로 마무리를 하다니. 이게 웬 엇박자란 말인가. 이러다보니 야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대체 왜 성심학교가 실점을 한 것인지’ 아리송해 하는 눈치다. 차라리 일루에서 공이 빠졌다든가 하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실점으로 깔끔하게 끝내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이와 관련해 예전에 일본 갑자원 결승에서 투수 보크로 승부가 난 경기가 있었다고 하는데, 아마도 어떻게 끝을 낼 것인지 고민하고 있는 상황에서 누군가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아쉽게도 연출의 일관성에서 어긋나 있다고 느껴진다.

 

스포츠 영화의 클리셰만이 아니라 이 영화엔 <라디오스타>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주인공인 김상남(정재영)과 매니저 장철수(조진웅)의 관계는 영락없이 <라디오스타>의 박중훈과 안성기 관계의 복제품이다.

 

영화가 클리셰로 범벅이 되어 있고, 다른 영화의 복제품처럼 느껴진다는 것보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다. 그건 감동적인 휴먼드라마 등등의 홍보문구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글러브>에서 충주성심학교의 청각장애인들은 철저하게 타자화, 대상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깐 이 영화는 장애를 극복하고 어쩌고 하는 류의 휴먼드라마가 아니라 퇴물에 가까운 한 야구선수의 재기를 다루는 데 있어서 장애인들이 소모품으로 활용된 듯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대체 왜 아이들이 야구에 미쳐있는지 전혀 얘기가 없고, 김상남과 아이들은 단지 코치와 선수 이상의 관계를 구축하지 못한다. 좀 과한 표현이긴 하지만, 이 영화에서 충주성심학교 야구선수들은 그저 반려동물적 존재에 가깝게 느껴진다. 다르게 말하자면 아무런 주체적 고민이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없으며, 그저 일승을 올리기 위해 앞만 보고 뛰어가는 기계와 같은 존재. 아이들의 얘기를 다루다보면 시간이 길어지고, 이야기가 옆으로 새고 등등의 반론이 가능할 수도 있다. 맞다. 그렇기 때문에 청각장애 아이들이 이 영화에서 소모품처럼 다뤄졌다는 것이다.

 

※ 강우석 감독이 연출한 대부분의 영화에서 나타나는 일관된 특징 중 하나는 중요한 대목에 이르러서 배우들의 대사가 마치 책을 읽듯이 문어체로 변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대목만이 아니라 일상적 대사에서도 현실 같지 않은 어색한 대사들이 남발된다. 여전히 관객을 설득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인가.

 

※ 누군가 이 영화는 충주성심학교라는 실화를 빗대어 일본 영화 <루키스>를 본 딴 영화라고 지적한다. <루키스>를 보지 못해 뭐라 말할 입장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강우석 감독을 신뢰하지 못하다보니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내가 강우석 감독을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는 <투캅스> 때문이다. 1985년에 프랑스 코미디 영화 <마이 뉴 파트너>가 국내에 상영되었고, 1993년 <투캅스>가 대중들에게 선을 보였다. 처음 <투캅스>의 줄거리를 들었을 때, 난 이 영화가 <마이 뉴 파트너>를 리메이크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 영화를 보니 기본적인 설정은 물론이거니와 세부적인 에피소드도 거의 대동소이했다. 그런데 강우석 감독은 당시에도 그랬고, 현재까지도 <투캅스>는 순수하게 자신이 만든 창작품이라고 주장한다. 만약 베꼈다는 걸 주장했을 때 따르는 여러 법적 문제나 자금 문제가 뒤따를 수 있음은 어렴풋이 이해는 간다. 그럼에도 베낀 건 베낀 것이고, 파렴치한 건 파렴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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