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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있어야 행복도 있는 법…… 파리 36의 기적
novio21 2011-02-23 오전 2:21:07 456   [0]

  아련한 옛추억만을 담을 것 같은 영화는 이상하게도 시대상을 분명히 드러내며 시작한다. 추억 속의 세상이 마냥 행복한 그 시절은 아닌 것을 보여주려던 것 같았다. 1936년은 전세계적으로 경제공황이 밀어닥친 시대다. 경제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힘든 시대였고, 그 후 몇 년 후 독일의 침공으로 2차 대전이 시작될 때쯤이다. 그런 시간 속에서 프랑스 역시 격렬한 정치적 변화를 겪는 시기였고 좌우의 대립이 심했을 뿐만 아니라 좌파 정권인 블룸 정부가 우파를 누르고 정치권력을 갖게 된 시기이다. 좌파 정권이 최초로 정권을 잡았던 시기라면 거의 다 사회적으로 좌우의 충돌이 만연됐고 정권에 대한 권위를 결코 인정하지 않으려는 우파와 그에 대해 정치적 타당성을 강조하면서 우파를 비판하는 좌우의 대립이 심각한 시기였다. 서로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아야 하지만 그런 시대가 결코 아니었다. 모든 것을 빼앗아 가려고만 하는 시간, 바로 그 때가 영화의 시공간적 배경이다.
  시작부터 보인 어느 피의자 심문은 어느 중년 남자의 불행까지 가는 과정을 보여주려는 의도를 보여준다. 그리고 나오는 과거의 회상장면에서의 1936년 벽두부터 터진 자살사건을 시작으로 영화는 어는 험난한 인생을 가야 할 가장을 보여준다. ‘피구알(제라르 쥐노)’은 자신이 일했던 샹소니아 극장이 폐쇄되면서 직장을 잃게 됐고, 불륜으로 도망친 아내가 자신의 아들을 데려가서 혼자 남게 됐다. 그는 소외됐고, 외롭게 됐으며, 미래는 더욱 암울하게 됐다. 그리고 그와 함께 가난한 자들이 나온다. 그들 중 좌파 신념을 목숨처럼 소중히 하는 ‘밀루(클로비스 코리니악)’와 3류를 넘어 4류로까지 하락하고 있던 성대모사를 하는 ‘재키 (카 므라)’가 있다. 그들은 시대 정신에 민감한 자와 그런 이데올로기에 상관 없이 오늘 하루를 잘 살아가기만을 원하는 그런 사람으로 구성된 자들이다. 그냥 서민들이다. 서로 다르지만 하나의 시공간 속에 살면서, 그들은 서로 관계를 맺고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그나마 그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샹소니아 극장의 폐쇄는 많은 이들이 경험한 절망의 시간이다. 그러나 그런 절망을 부둥켜안고 살아간다는 것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결국 최악을 맞이할 뿐이란 사실을 그들 모두가 알고 있다. 새로운 극장 주인의 음험한 호의 덕분에 다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지만 관객이 아는 동화로 그들의 순식간의 성공을 보여주지 않는다. 연이은 파산과 동료들의 반목, 그리고 떠나가는 동료들과 남게 된 동료들간의 서글픈 인간관계들이 영화 중반을 가득 메운다. 그나마 갖고 있는 것들이 모두 날라갈 때, 그 시점에서 다시금 새로운 동료애가 나오고 관객들에게 모욕만 받았던 삼류 성대모사꾼이 새로운 모습으로 인기를 얻는 장면에서 영화는 동화로 관객들을 인도한다. 작은 무대에서 벌어지는 매력적인 성공담은 모든 이들을 훈훈하게 한다. 하지만 마지막은 그런 동화가 끝까지 이어지지 않고, 슬픈 마지막과 함께, 1945년으로 시간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리고 보게 되는 새로운 시작과 활력으로 영화는 그래도 희망이란 단서를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아슬아슬한 줄타기였다. 비극과 동화를 교묘한 장치를 통해 연결하는 모험은 영화의 내용을 울고 웃는 장면으로 계속 이어갔다. 그런 과정 속에서 볼 수 있었던 2차 대전 전후에 벌어진 프랑스의 역사가 보였고, 당시 사람들의 희망과 불운을 봤고, 그리고 새로운 출발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의 우리들이 살고 있는 시기가 묘하게 유추된다. 과거의 모습이 현재의 모습과 겹치는 것은 아마도 그때나 이때나 사는 과정도 비슷하고, 당시의 고민이 오늘의 고민과 다르지 않고, 그때의 희망이 지금에도 통한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감독의 도전이 엿보인다.
  그렇다. 쉬운 것이 어디 있을까? 그리고 오늘의 현대인이 지상낙원에 산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환상이다. 그런 환상을 꿈꾸며 현실을 사는 것은 현실부정일 뿐이다. 영화는 삶의 부침 속에서 그래도 희망을 갖고 있을 때,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고, 또 새로운 활력을 확인할 수 있다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 꿈은 오늘에도 통하며, 힘든 현실 속에서 결코 외면해선 안 되는 그나마 갖고 있는 행복이다. 희망을 꿈꿀 때 그것이 행복인 것이다. 삶이 우릴 속일지라도 말이다. 그래서 마지막의 꿈 같은 밤의 장면이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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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36의 기적(2008, Paris 36 / Faubourg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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