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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음악에 실려 온 사랑이야기..... 원스
ldk209 2007-10-11 오후 4:53:24 2449   [44]
아름다운 음악에 실려 온 사랑이야기.....

 

선댄스 영화제와 더블린 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하고, 2007년 5월 16일 미국에서 고작 2개관 개봉으로 출발했으나,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개봉관 숫자가 140개 여개까지 확대되면서 헐리웃 블록버스터들과의 대결을 통과해 3개월 이상 장기 상영하며, 제작비의 수십배에 달하는 돈을 벌어들인 영화. 작은 영화의 확대 개봉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한국에서도 10개관에서 17개 관으로 확대되며 관객을 불러모으고 있는 영화 <원스>.

 

영화는 더블린의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그'와 부랑자 동생의 추적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 짧은 추적 장면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그의 현실이 매우 비루하고 고달프다는 것이다. 이제 장면은 바뀌어 저녁의 더블린 거리. 아무도 그의 노래에 귀기울이지 않는 컴컴한 거리에서 <Say It To Me Now>를 소리 높여 부르는 그에게 카메라가 거의 부딪칠 듯 다가서다가 뒤로 살짝 물러서며 '소녀'의 등을 비춘다. 카메라는 바로 소녀의 시선이었다. 당당하게 2센트를 내려 놓으며, 그에게 노래와 관련한 사랑 이야기를 물어보는 소녀. 그는 청소기 수리를 하며 매일 짬을 내어 더블린 거리에서 노래를 하는 악사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낮에는 사람들이 주로 아는 노래를 부르고, 아무도 듣지 않는 저녁에는 자신의 노래를 부른다고 하자, 소녀는 내가 듣고 있다며 반박한다. 소녀는 망가진 청소기 수리를 부탁하고, 이 둘의 만남은 마치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듯 청소기를 끌고 다니며 이어진다.

 

대사보다는 노래가 주된 감정 전달의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일종의(!) 뮤지컬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뮤지컬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뮤지컬은 어쩌면 가장 판타지한 장르의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갑자기 빠방한 선율의 음악이 흘러 나오며, 배우들은 책상이나 탁자 위로 뛰어 올라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어디선가 무희들이 배경을 가득 채워주고 노래가 끝나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사라진다. 그러나 <원스>에서의 노래는 정말 너무나 현실적이고 사실적이다. <원스>의 음악은 단순한 배경 음악도 아니고, 뮤지컬에서처럼 오버되는 정서의 표현도 아니다. 그와 소녀는 정말 현실에서처럼 노래를 하고, 그 노래로 감정을 전달한다. 버스 맨 뒷좌석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한 할머니가 쳐다보자 '죄송하다'고 말하는 바로 그 현실처럼 말이다.

 

음악이 위주인 영화다 보니, 역시 영화의 매력은 음악이 주는 힘에 많은 부분을 의지한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그리는 음악의 힘은 <메리 크리스마스>처럼 전쟁을 멈추게 한다든가 하는 거창한 게 아니다. 지나가던 소녀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소녀에게 피아노 연주의 기회를 제공하는 마음씨 좋은 악기상 주인 아저씨의 얼굴에 미소를 띄게 하며, 은행 대출을 가능하게 한다. 왠 이상한 놈들이라며 비웃던 프로듀서의 얼굴에 환한 웃음을 가져오는 그것, 바로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의 작은 변화, 그것이 음악의 힘이다. 물론 무엇보다 음악의 힘은 서로의 가슴에 사랑이라는 감정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다. 떠나간 연인을 잊지 못해 괴로워하던 그는 소녀와의 만남을 통해 런던으로 떠날 용기를 얻게 되고, 소녀는 그와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아일랜드에서의 삶에 정착해 나간다.

 

영롱한 기쁨을 안겨주는 <원스>의 또 다른 매력은 비전문배우에 의한 생생한 현실감이다. 주인공을 맡은 그와 그녀f를 연기한 글렌 한사드와 마르케타 이글로바는 실제 음악인이고, 그래서 이들은 연기를 한다기보다 평소 일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하다. 아마도 이 영화에 출연하는 모든 인물이 비전문배우임은 분명해 보인다. 더군다나 거리를 통제하지 않고 촬영한 때문에 걸거리를 지나가는 일반 사람들의 생생한 표정을 확인할 수 있다. 촬영 자체의 느낌도 영화라기보다는 TV인생극장같은 다큐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그러다보니, 카메라와 배우 사이에 사람들이 쑥 지나가기도 하고, 촬영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카메라와 배우를 힐끔 쳐다보기도 한다. 그리고 글렌 한사드가 리더인 그룹 'The Frames'에서 베이스를 연주했던 감독은 자신의 경험을 살려 음악인의 현실을 더욱 리얼하게 그리고 있는데, 녹음을 끝내고 카테스트를 하는 장면같은 데서 특히 그런 부분을 느낄 수 있다.

 

이 영화는 전통적 의미의 기-승-전-결 구도가 파괴되어 있다. 뚜렷하게 클라이막스라고 꼽을 만한 장면이 없다. 아니, 각자가 느끼는 대로의 클라이막스가 존재한다. 어떤 사람은 소녀가 가끔 들러 연주하는 피아노 가게에서 그가 <Falling Slowly>를 한 소절, 한 소절 소녀에게 가르쳐 주며 노래를 부르고, 소녀는 부끄러운 듯 간단한 피아노 반주와 화음을 넣는 장면을, 또 다른 사람은 길거리 악사들과 함께 밤을 새며 녹음하는 스튜디오 장면을 클라이막스로 꼽을 것이다. 내가 가장 감동 받았던 장면은 소녀가 그에게 빌린 CDP의 밧데리를 갈아 끼우고 어두운 길을 걸어오며 그가 연주한 음악에 맞춰 가사를 만들어 노래부르는 장면이었다. 아무런 극적 장치도 없이, 인위적 조명 하나 없이 그저 거리를 걸어가는 소녀를 비추기만 하는 장면 하나 만으로도 이렇게 아름다운 감정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게 정말 놀랍다. 이런 게 진실의 힘인가?

 

영화의 끝도 끝이 아닌 듯하다. 둘이 만나는 시작은 존재했으나 끝은 존재하지 않는다. 런던의 그와 더블린의 소녀를 각기 비추며 끝나는 영화는 그 이후로도 어떤 이야기가 계속되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아니, 어쩌면 음악에 심취했기 때문이었을까? 영화가 끝나고 마지막 곡 <Once>를 배경으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있는데도 난 여전히 무언가 더 있을 것 같은 예감에 자리를 뜨지 못했다. 마치 소품과도 같은 아름다운 음악에 실려온 사랑이야기는 꽤나 진하고 긴 여운을 남기며 막을 내렸다. 이건 마치 한편의 동화같다. 어쩌면 영화의 촬영이 진행되면서 실제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는 두 주연 배우의 이야기가 그런 느낌을 더욱 강하게 했을지 모른다.


(총 0명 참여)
thesmall
글쿤요   
2010-03-14 21:41
ranalinjin
음악영화 중에서도 정말 너무 기억에 남는 영화죠   
2008-01-02 20:47
1


원스(2006, Once)
제작사 : Summit Entertainment / 배급사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수입사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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