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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2-24 오후 6:23: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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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정황 주연:김현수, 지성, 성지루. 박상민
<호>[휘파람 공주] 지원사격하자..
12월의 중반을 넘어서고 있는 현 시점에서 극장가는 그야말로 외화와 한국영화간의 치열한 전쟁을 치루고 있다. "가문의 영광"이 전국 5백만명을 넘어서면서 한국영화의 상승기류를 제공해 이후로 개봉된 "몽정기", "광복절 특사"가 영화 팬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뒤늦게 나마 한국 영화가 높은 좌석 점유율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러한 한국영화의 상승기류에 태클을 거는 영화가 있으니,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과 "반지의 제왕"이 그 대상이다. 이 두 영화는 개봉과 동시에 엄청난 관객 점유율을 차지했다는 것은 영화 팬들이라면 알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영화를 찾는 영화 팬들의 발걸음이 잠시 주춤 하기도 했지만, 다행히도 두 영화와 맞짱 뜨기로 한 한국영화 "색즉시공"이 개봉을 하여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세워 주면서 계속된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어차피 12월에 개봉되는 영화들과의 전쟁에서 현재로서는 "색즉시공"과 "해리포터","반지의 제왕"간의 전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영화가 얼마나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할 실정이면서, "색즉시공"을 지원 해줄 한국영화가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그렇다면 "색즉시공"을 지원해 줄 한국영화가 없는가..? 그것은 아니다. 분명히 지원해줄 영화가 있는데, "휘파람 공주", "에이치<H>", "품행제로"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중에 "휘파람 공주"가 가장 먼저 지원 사격을 하기 위해 워밍업을 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휘파람 공주"는 어떠한 영화인가..?
영화 "휘파람 공주"는 당당히 12월 25일에 개봉하기로 결정한 영화이다. 그럼 왜 대부분의 영화들이 주말을 이용해 개봉하는 것과는 달리 "크리스 마스"에 개봉을 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휘파람 공주"는 영화 팬들에게 "크리스 마스 선물"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만큼 영화는 자신이 있다는 말이다. 자 그럼 "휘파람 공주"는 관객들에게 어떠한 선물을 선사하는 영화인가..? "휘파람 공주"는 간단히 말해서 남과 북이 하나되어 미국에 대항하는 영화이면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야기를 담아낸 영화이다. 기존에 남과 북을 놓고 영화로 제작된 작품들이 상당수가 있었는데, 그 중에 99년에 개봉되어 한국블럭버스터의 새장을 열었던 <쉬리>는 남북 대치관계를 그려내었으며, 2000년에 개봉되어 당시 최고의 흥행기록과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공동경비구역 JSA>는 마치 있을 수도 있는 듯한 남과 북의 공조를 냉철하면서도 따뜻한 시각을 담아낸 작품이다. 이 두 작품의 공통점은 남과 북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계보를 잇는 듯한 영화 "휘파람 공주"역시 남과 북이 등장하지만, 남남북녀란 말이 있듯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인물은 락밴드의 드러머인 [준호:지성]와 북한을 대표(?)하는 인물은 평양예술단 수석 무용수이자 김정일 최고 위원장의 막내딸인 [지은:김현수]이 영화를 이끌어 가면서 아주 중요한 캐릭터이자 사랑으로 영화를 포장했다는 복선을 제공하고 있다. 앞서 얘기한 <쉬리>와 <공동경비구역 JSA>는 액션과 사건을 풀어가는 미스테리 스릴러적 요소가 다분히 짙은 영화이기에 조금은 무겁게 다가오는 영화이지만, "휘파람 공주"는 다소 가벼우면서도 휴먼적인 내용으로 영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필자는 "휘파람 공주"를 관람하기 전까지는 그저 그런 코미디 영화로 생각했었다. 영화에 대해서 알려주는 모든 것들이 진지하고 전해주려는 메시지들은 보여지지가 않았고, 그저 상황적인 코미디 요소만을 부각시켜 영화를 소개하는 시퀀스들이 많았기에 그러한 생각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영화를 관람하는 동안 왠지 영화의 홍보가 잘못 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물론 영화의 기대치를 올리기 위해서 행하는 영화의 사전적 홍보는 대중들이 가장 좋아하는 코미디로 포장하는 것은 좋지만, 영화의 본질적인 의미를 배제한 채 영화를 포장한다면 관객들은 웃음을 자아내는 코미디 영화로 생각하고 영화를 관람하게 될 것이고, 그것이 관객들의 눈앞에 펼쳐졌을 때, 코미디 영화가 아니란 사실을 알았을 때에는 그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는 것도 알아야 할 사실이다. 아무튼 필자는 영화를 관람한 후의 느낌은 음악을 통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야기를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담아내고 있으며, 남과 북이 합쳐지는 행위를 팔짱끼고 볼 수 없다는 미국의 입장을 냉철한 시각으로 담아낸 작품이란 점이다. 요즘처럼 반미감정이 극대화된 시점에서 절묘한 타이밍이 맞아떨어진 영화도 없기에, 적시에 개봉을 하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여기서 영화의 내용을 다루지 않을 수가 없는데, 평양예술단의 수석 무용수인 [지은]은 수행원들을 따돌리고 탈출을 감행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의 답은 극중 인물중 북측의 인민무력부 소속의 [오상철:성지루]이 [지은]을 옥상에서 만났을 때 "TV에서 보던 남한과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죠.."란 대사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에서 소개되는 남한의 모습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지은]은 몸소 체험을 하고 싶었고, 젊음이 간직한 "도전"과 "모험"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은]은 짧은 시간이나마 남한의 모습을 자신의 눈을 통해 인지하고 마음 깊숙이 담아내고 싶었던 것이다.
[지은]은 수행원을 따돌리고 우연찮게 만나게 된 락 밴드 "노펜스" 멤버들과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락 밴드의 리더이자 드러머인 [준호]와의 티격태격적인 다툼이 있으면서도 애틋한 사랑이 싹트는데, [지은]과 [준호]는 왜 처음부터 싸움이 일어나는 것이고, 수 많은 직업중에 락 밴드인가..? 우선 락 밴드의 이름인 "노펜스"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노펜스"는 울타리가 없다는 뜻이다. 이 뜻은 우리네는 늘 울타리에 갇혀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 주고 있으며, 울타리는 제한된 법 체제, 사회규범 속에서 알게 모르게 갇혀 살아가고 있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은 미국이란 나라의 울타리 속에 속해 있는 국가란 사실을 알려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락 밴드 "노펜스"는 우리네가 오랫동안 부르짖었던 자유와 저항을 대변하는 작으면서도 커다란 상징적인 의미란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이 싸우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 부분은 [준호]의 오해에서 출발한다. [지은]은 카바레에서 "골든벨"을 울리고 엄청난 술값을 계산하고, "노펜스"의 매니저를 자청하는데, [준호]가 보기에는 부모의 사랑을 받으면서 마치 곱게 자란 철부지 아가씨의 도발적인 행동으로 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는 "노펜스" 멤버들은 모두가 부모에게 버림받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사랑과 관심이 결핍되어 있는 멤버들이기에 [지은]의 관심과 일종의 사랑은 그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지만, 지금껏 자신들의 힘으로 살아온 멤버들이 [지은]의 행동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준호]는 화가 났던 것이기에 처음부터 [준호]는 [지은]을 탐탁지 않게 생각을 한 것이고, 무조건 앞 뒤 재지 않고 화를 내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두 사람의 싸움은 서서히 사랑으로 발전되어 가는 모습을 놓치지 않고 담아내고 있기에 감독의 계산된 연출력을 엿볼 수가 있다.
[지은]이 북한 수행원들을 따돌리고 남한을 몸소 체험하고 싶은 모습과 락 밴드 "노펜스"와의 만남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음악과 사랑은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제일 먼저 알려주고 담아내고 싶었던 것 중에 가장 커다란 메시지란 사실이다. 여기에다가 자칫 반미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감독의 의중은 영화의 결말부분에서 엿볼 수가 있는데, 바로 락 페스티벌에서의 총격씬이다. 아마도 이 장면에서 관객들은 그저 남과 북이 공조하여 미 C.I.A와의 액션 총격씬으로만 치부할지 모르겠지만, 이 장면은 상당한 의미를 제공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락 페스티벌에 참여한 그룹이나 관람객들은 혈기왕성한 학생들과 젊은층들이다. 그렇게 모여서 파티를 즐기는 그들에게 미 C.I.A는 아무 거리낌없이 총을 난사하고, 락 페스티벌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이것은 미국 장갑차가 어린 두 여중생을 짓밟고 지나간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장면은 대한민국이 얼마나 힘이 없으면 미 C.I.A들이 민간인들을 향해 작전 수행이란 이름 하에 총을 난사 할 수 있을까..?하는 물음표를 달면서, 안타까운 현실을 반영했다는 점이다. 여기서 우스운 사실은 남과 북이 공조한 채, 미 C.I.A 요원 4명과의 총격전에서 단 한 명도 사살하지 못했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것보다는 그만큼 미국에 비해 약소국이란 것을 반영한 것이라 하겠다. 오히려 미국이 자신들의 작전 지시와 오점을 감추기 위해서 그들[미 C.I.A 요원]을 버린 것이고, 살기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두 명은 자살하고, 다른 미 C.I.A요원들이 증거 인멸 차원에서 두 명은 희생 당 한 것이다. 이 얼마나 비극적이고, 냉정한 현실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감독은 영화의 결말을 비현실적으로 다루는 듯 하면서도 숨겨진 현실을 끄집어내어 보여주고자 했을지도 모른다.
이것이 영화 "휘파람 공주"가 보여주고자 했던 많은 것들 중에 필자의 눈에 비친 커다란 3가지 메시지를 축약(?)해서 언급 한 것이다. "휘파람 공주"를 연출한 "이정황"감독은 처녀작품에서 참으로 많은 것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그것이 어쩌면 관객들에게 혼란을 야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국내 영화 팬들의 시각과 영화에 대한 판단은 상당한 수준에 있기에 "휘파람 공주"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제대로 짚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많은 것을 담아내려고 노력했던 "휘파람 공주"는 마치 종합선물 세트 같은 영화이다. 그래서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어렸을 적 종합선물 세트를 선물 받으면 맛없는 것부터 먹기 시작하여 서서히 맛있는 것을 먹었던 기억이 떠오르는데, 이유는 한번에 먹기가 너무나 아까웠기 때문이다. 골라 먹는 재미가 있는 "휘파람 공주"는 곳곳에 묻어있는 재미와 감동을 찾으면서 느끼며 맛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동시에 자칫 산만할 수도 있다는 단점을 가진 영화란 점도 염두 해야 할 점이다. 무엇을 기대하고 영화를 관람하는가에 의해서 영화는 "만족하다"와 "불만족스럽다"의 이분법이 확실히 구분된다는 것을 아는 영화 팬들에게 "크리스 마스 종합 선물 세트"로 선사하는 영화 "휘파람 공주"..과연 한국영화의 지원 사격을 확실히 해주면서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채워줄 수 있을지 자못 기대와 관심이 쏠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치열한 배급 전쟁에서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이 또 하나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작품성:★★★ 대중성:★★★★
인천에서"호"...[ www.onreview.co.kr - 온리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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