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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파.태> 언뜻 무슨 뜻인지 모를 제목이다. 맞다. 이것은 줄임말에 불과하다. 길게 늘여본다면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이다. 총 20자의 긴 영화제목이다. 필자도 20자 다 못 외워서 그냥 ‘철.파.태’라고 부르고 다닌다. 너무나 긴 제목이기에 한편에서는 한번 새겨듣기만 한다면, 그 만한 홍보효과가 없을 정도의 영화인 동시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더라도 금방 까먹게 되는 그래서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는 이중성을 가진 영화이다.
그리고 제목에서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겠지만, 제목 자체가 영화를 이끌어 나가는 주요 인물들을 나타낸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과연 그들의 관계는 어떻게 얽히고 설켰는지 궁금증을 유발시키기에 충분하다. 이에 인터넷에서 플래시 애니메이션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선구자적인 역할임을 자처했던 ‘졸라맨’이, 이 영화를 지원사격 한다니 네티즌들은 물론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은 인터넷에서 한번이라도 이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안 쳐다볼 수가 없었을 것이며, 어쩌면 영화가 개봉하기를 손꼽아 기다렸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에서 둘도 없는 고등학교 때부터 절친한 친구였던 ‘금숙(공효진 분)’과 ‘은희(조은지 분)’는 친구 사이라기보다 ‘은희’가 일을 터뜨리면 매번 해결사로 나서는 ‘금숙’의 관계였다. 늘 철없는 가치관과 사치스런 행동으로 일관하는 그녀 때문에 ‘금숙’은 교도소를 두 번이나 갖다오게 된다. 하지만, 그 철없는 행동이 어디 하루 이틀사이에 고쳐질 것이었다면, 벌써 고쳐졌겠지... 최고의 인기 개그맨인 ‘두찬(최광일 분)’과의 결혼 생활에도 여전한 모습을 보여준다. ‘금숙’은 이런 친구를 원망하기는커녕.. 자신이 아니면, 이 철없는 아이 같은 친구가 세상을 헤맬 것이라는 안타까운 생각에 여러 번 도와주지만, 막상 그녀에게 돌아오는 것은 ‘교도소’라는 훈장뿐이다. 두 번째 출소 후 그녀에게 남겨진 소식은 ‘은희’가 결혼했다는 소식이었고, 이제 그녀는 선배 언니의 도움으로 자기만의 태권도장을 갖게 된다. 그러나 여전히 철없는 친구 ‘은희’와의 깊은 우정(?)을 간직하며 살아간다. 전국 4천만의 국민들은 웃길 수 있지만, 정작 본인은 웃지 않는 프로페셔널적인 개그맨 ‘두찬’은 어쩌다 ‘은희’를 알게 되고 그 아름다운 미모에 반해 결혼에 이른다. 이것이 행복 끝 불행의 시작일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리고 ‘은희’와 ‘금숙’의 이상 야릇한(?) 우정을 의심하던 그는 결국 못 볼 것을 보고 만다. 이에 이혼을 요구하지만, ‘은희’는 이혼과 동시에 빈털터리가 됨을 직감하고, 이혼을 안당하기 위한 제안을 한다. 누구도 상상치 못했던 그 제안으로 그와 그녀들은 기묘한 동거에 들어가기 시작한다.
시대적 배경은 당당히 2002년을 표방하고 있지만, 영화적 내용은 그 보다 더 진보적인 한국 사회를 그린다. 물론, 그렇게 된다고는 장담할 수 없지만, 아니... 그렇게 되기엔 동방예의지국인 우리나라에선 언감생심인 그 기묘한 관계는 영화를 받쳐주는 중요한 기둥이다. 그리고 거기서 느껴지는 우리나라의 비약적인 사실들을 ‘이무영’감독은 전작 ‘휴머니스트’에서 보여줬던 특유의 블랙 코미디를 곁들여 살짝 꼬아준다.
그러나 이 영화에는 장점만이 있지는 않다. 모든 영화가 그렇듯, 옥의 티는 다 있기 마련인데, 아마도 관객들은 이런 부분들에서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까 싶다. 필자 역시, 너무나 어리숙하고도 헌신적으로 보이는 파란만장한 남편 ‘두찬’에게서 아쉬움을 느꼈고, 영화 내내 철없는 행동을 일삼는 ‘은희’한테서 미운털만 찾아냈다. 아마도 이 부분에서는 여성 관객들조차 ‘은희’편이 아닌, ‘두찬’의 편이 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첫 작품 <휴머니스트>에서 그 만의 블랙 코미디를 유감없이 발휘했지만, 사실... 관객들이 보고 즐길만한 엔터테인먼트 측면에서는 합격점을 못 얻었던 ‘이무영’ 감독은 각본/감독을 겸업하는 두 번째 영화로 관객들과의 해피엔딩을 기대한다. 그러나 아직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은 그에게 한정 시간의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는 영화는 그 모든 것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다. 필자 역시, 안타깝지만... 그 옛날 쓰레기라고 치부받았던 작품들이 훗날 재평가되었듯이 언젠가는 그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 생각된다.
영화 속.. 주연 배우들이 얽히는 관계만큼이나 감독과 관객 사이에서 펼쳐지는 신경전이 영화의 모든 것을 말해주지만, 직접 보기 전 까지 섣부른 판단은 유보해주길 바란다. 이글을 읽고 나서도 미리 판단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누구나 객관적으로 영화를 보고 평가할 수 있는 관객들 개개인이기에 더더욱 조심스럽게 부탁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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