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운이 연출한 <소공녀>는 <1999,면회><족구왕><범죄의 여왕>을 제작한 광화문 시네마의 네번째 작품이다. 미소(이솜)라는 가사도우미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데, 그녀는 한 잔에 13,000원 하는 위스키와 곧 오를 담배와 남자친구 한솔(안재홍)만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는 인생을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담뱃값과 집세가 오르자 집을 떠나고 예전에 밴드를 같이 했던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계란 한 판을 주며 잠자리를 부탁한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은 조금 변해 있었고, 예전과 그대로인 것은 미소 밖에 남지 않았다. 부동산에 거의 미쳐있는 이 나라에서 자신의 보금자리가 최우선이 아닌 이 주인공을 보고 공감을 과연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엔딩을 보고 나면 ‘이런 인물도 왠지 있을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하게끔 만들어주었다. 물론 그 속에서 밴드 친구 중 한 명이 ‘얼마나 철없는 행동이냐?’라는 말에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 말을 한 인물보단 미소가 몇 배는 행복해보였다. 미소는 행복하지 않아 보이는 밴드 친구들에게 굳이 예전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집에 떠나며 항상 자기만의 방식으로 위로해준다. 그래서인지 밴드 친구들은 미소를 오랫동안 기억에 담고 있다. 아마 <소공녀>는 배우 이솜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대표되는 작품이 현재로선 될 것이다. 캐릭터와 딱 맞는 캐스팅이었고, 안재홍과의 케미도 꽤 좋았다.(참고로 안재홍은 광화문시네마 네 편에 모두 출연했음) 광화문 시네마는 독특하고 신선한 소재의 작품들을 꾸준히 만들어오고 협업을 통해 연출자들이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비록 큰 규모의 제작이나 배급은 아니지만 조금씩 관객들에게 알려져 톡톡 튀는 젊은 감독들이 많은 대중과 만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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