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알메레이다가 연출한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은 최근 영화계에서 이민자 문제와 함께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기억(혹은 치매)에 관한 이야기다. 시대는 불분명하지만 근 미래에 살고 있는 85세의 마조리(로이스 스미스)는 세상을 먼저 떠난 남편의 젊은 시절 모습으로 복원된 인공지능(홀로그램) 월터(존 햄)와 잊고 지냈던 추억을 이야기하며 살아간다. 바닷가에 있는 집에서 마조리를 요양을 도와주는 딸 테스(지나 데이비스)와 그녀의 남편 존(팀 로빈스)도 함께 지내면서 그들도 월터와 이야기를 나눈다. 세월이 흐르면서 각각 인물들은 자신이 원하는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간다. 이 작품을 보기 전에 기억을 잃어가는 노년 여성의 멜로드라마 여겼다. 하지만 순도 깊은 멜로드라마보다는 인간의 내면을 깊숙이, 특히나 ‘기억’이라는 것이 어떻게 ‘기억’되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시대를 분명히 표현하지 않았고, 세 인물이 원하는 기억과 원하지 않은 기억(특히 ‘데미안’)에 관한 것이 각각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관찰하는 작품이다. 너무나 유명한 소설인 ‘테스’와 ‘데미안’을 남매로 설정한 것이 우연은 아닐 것이다. 좀 더 흥미로운 것은 세 인물이 대화할 때보다 각각이 홀로그램과 대화를 나눌 때 좀 더 내면 깊은 이야기 혹은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우리도 가족에게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친구에게 하는 것처럼 이들도 그러하다. 오히려 관계성이 비교 우위에 있지 않은 대상에게 속 깊은 이야기를 한다. 물론 상대가 좋은 청중이어야하지만.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이 홀로그램은 훌륭한 리스너이고 긍정적인 리액션까지 해주니 대화상대로는 최적일 것이다. 이 작품은 ‘기억’이라는 것이 개인들에게 어떻게 남겨지고 세월이 흐르면서 기억의 양이 많아질수록 어떤 ‘기억’들을 선택하면서 ‘추억’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대화’란 어떻게 말하느냐보다 어떻게 듣느냐? 에 대한 이야기도 말하는 영화다.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은 큰 사건이 등장하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노련한 배우들의 연기 케미스트리와 근 미래를 다루면서도 고전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유니크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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