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마이 그랜파>는 재작년에 개봉한 <저스트 어 이어>를 연출한 댄 마저의 신작이다. 사실 연출자 보다는 로버트 드니로라는 대 배우와 청춘스타 잭 에프론에 포커스가 맞춰진 작품이다. 이야기는 사실상 너무나 예상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할아버지와 손자간의 관계를 통한 아이러니를 만들어내고 거기서 코미디가 발생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여자를 엄청 밝히는 노인과 약혼녀에게 꽉 잡혀 사는 손자가 해변에서 각각의 이상형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시추에이션 코미디가 대부분 아이러니한 설정 때문에 그런 것이다. 초반엔 코미디의 타율은 나쁘지 않다. 특히 딕(로버트 드니로/이름부터 심상치 않다)의 캐릭터가 가관(?)이다. 40년간 함께 살아온 아내의 장례식 바로 다음 날 손자와 함께 여행을 떠나려는 아침. 그가 하는 19금 행동(?)들은 손자인 제이슨(잭 에프론)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이고 해변에서 고등학교 동창인 샤디아(조이 더치)와 친구들을 만난 뒤에는 더더욱 통제가 되지 않는다. 이런 식의 딕과 제이슨의 캐릭터 플레이를 통한 코미디는 후반부로 갈수록 밀도가 약해지고 특히 딕의 캐릭터가 흥이 많고 자유분방한 할아버지에서 교조적인 꼰대로 서서히 변하는 느낌이 썩 유쾌하게 다가오진 않았다. <인턴>에서 보여줬던 캐릭터와 뉴욕대에서의 멋진 연설을 한 드니로를 기대했었지만 그렇진 못했다. 그리고 제이슨의 경우도 예상한 캐릭터로 흘러가는데 어느 순간 잭 에프론도 비슷비슷한 전형적인 20대 백인 청년을 연기하는 느낌이 든다. 이번엔 나름대로 망가지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썩 잘 어울려 보이진 않았다. 주변 캐릭터들도 논리적으로 전혀 이해가 가지 않은 인물들이 있었는데 특히나 두 번쯤 등장하는 남녀 경찰 콤비의 존재는 이 영화에서 도대체 무슨 역할을 하는지 모를 정도였다. 사람 좋다는 이유로 마약상을 현장에서 그대로 놓아두는 등의 액션은 코미디로서도 별 흥미를 유발시키지 못했다. 개인적으론 나름의 악역 역할을 하는 약혼녀 메러디스와 사촌 형 닉이 소소한 즐거움을 주었다. <오 마이 그랜파>는 누가 보더라도 드니로 옹의 멋지고 쿨 한 멘토의 모습을 기대했을 것이다. 초반부의 드니로는 30년 전 아무도 범접할 수 없었던 카리스마를 풍기던 그의 모습이 엿보여 너무나 반가웠지만 그 동력이 끝까지 가지 못 해 너무나 아쉬웠다. 이제 70대에 들어선 이 명 배우가 그의 최고작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작품 하나를 남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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