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제 블로그(http://blog.naver.com/c106507)에 작성한 글을 가져온 것임을 밝힙니다.
제작비만 헐리우드급이었지 연출, 촬영, 편집 등은 헐리우드에 크게 못 미쳤던 시대극
이인항 감독 / 성룡, 존 쿠삭, 애드리안 브로디, 최시원, 유승준..
개인적인 평점 : 4점 (IMDB평점 : 6.7점, 로튼토마토 지수 : N/A, 3월17일 기준)
안녕하세요? 오늘은 지난 일요일(15일) 롯데시네마 프리미엄칠곡에서 관람하고 온 <드래곤 블레이드> 이야기를 해볼려구요. ^^
다들 잘 아시다시피 <드래곤 블레이드>는 중국 영화 역사상 최대 규모인 7,000만불의 제작비가 투입되었을뿐만 아니라(IMDB에는 제작비가 6,500만불이라고 나와있긴한데, 국내 언론 보도상으로는 7,00만불이라고 하네요. ㅎ), <삼국지:용의 부활>, <금의위:14검의 비밀>, <초한지:천하대전> 등을 연출한 이인항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피아니스트>로 제75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애드리안 브로디와 헐리우드에서 가장 지적인 배우 중 한명으로 손꼽히는 존 쿠삭이 출연해 화제가 되었던 작품인데요. 물론, 최시원씨의 출연으로 인해 국내 여성 관객분들로부터도 높은 관심을 받았었구요. ㅎㅎ
■ 이인항 감독님의 주요 연출작
※ 위 표에 사용된 데이터는 한국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을 참고한 것임을 밝힙니다.
※ 개봉일은 국내기준이며, (S)는 서울관객, 관객수는 3월16일까지 집계된 수치입니다.
자, 그럼 웬만한 헐리우드 영화와 비교해도 결코 밀리지 않는 제작비를 쏟아부은 작품답게 헐리우드 영화 못지 않는 재미를 선사해준 <드래곤 블레이드>였을지, 언제나 그렇듯 제가 직접 보고 느낀 그대로 지금부터 솔직하게 말씀드려보도록 할께요. ^^
영원한 평화를 꿈꾸는 남자와 평화를 믿지 않는 남자의 우정
줄거리 기원전48년, 서역도호부의 도호(국경의 여러 민족들을 다스리거나 정벌하는 일을 맡아보던 중국의 벼슬)인 후오안(성룡)는 뛰어난 무공과 자비로운 성품으로 실크로드 36개 부족으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는데요. 하지만 후오안은 누군가의 계략에 휘말려 금괴 밀수의 누명을 쓰게 되고, 그로 인해 하루 아침에 죄수의 신분으로 강등되어 실크로드의 관문인 연멘관 성벽 보수 공사에 투입되게 되죠. 하지만 후오안이 연멘관에 도착하자마자 관문 서쪽에서 루시우스(존 쿠삭)가 이끄는 로마의 검은 독수리 군단이 나타나 연멘관을 공격하는 사건이 벌어지게 되는데요. 이에 후오안은 연멘관의 사당에 모셔져 있던 한나라의 영웅 곽거병의 갑옷을 입고 전투에 임하게 되죠. 과연, 후오안과 루시우스의 달갑지 않은 이 첫 만남은 앞으로 어떠한 인연으로 발전하게 될까요? ^^
<드래곤 블레이드>는 지난 2월 19일에 중국에서 개봉해, 개봉 첫 주에만 5,488만불의 수익을 기록하며 중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등 어제(16일)까지 중국에서만 총 1억1,689만불의 수익을 거두고 있는데요. 웬만한 헐리우드 영화와 비교해 봐도 결코 뒤지지 않는 7,000만불의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답게 작품 곳곳에서 거대한 스케일이 느껴지더라구요. 하지만 일천한 블록버스터 연출 경험으로 인해 초래된 어설픈 연출력 또한 영화 곳곳에서 너무나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었던 <드래곤 블레이드>였던지라, 결과적으로는 저로 하여금 보는 내내 안타까움을 자아내게끔 만들어주었답니다. ^^;;
전형적인 중국식 사극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지만 나름 흥미진진했던 대서사시
<드래곤 블레이드>의 가장 큰 장점은 <삼국지:용의 부활>, <금의위:14검의 비밀>, <초한지:천하대전>을 연출해오는 동안 차곡차곡 쌓여진 이인항 감독의 중국식 사극 연출 노하우가 7,000만불의 제작비와 만나게 되면서 구현된 거대한 스케일에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주요 등장 인물에서부터 병졸 한 명에 이르기까지 하나 같이 그럴싸하게 차려 입은 빼어난 복색을 비롯해, 거대한 연멘관 보수 공사 현장의 모습, 여기에 황량한 고비 사막에서 지축을 뒤흔들며 말을 달려 나가는 백룡족과 흉노족의 기병대의 전투, 로마 검은 독수리 군단의 연멘관 기습, 티베리우스(애드리안 브로디)가 이끄는 수만명의 로마군과 실크로드 36개 부족 연합군이 벌이는 전투 등과 같은 여러 장면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레 '과연 <드래곤 블레이드>가 7,000만불의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가 맞긴 맞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주기에 충분했었죠.
비록, <드래곤 블레이드>의 스토리가 전반적으로 그동안 여러 중국 사극에서 봐왔던 클리셰(관용적 표현)를 답습하고 있는 데다가, 후오안이 위기에 처할 때 마다 어김 없이 등장하는 구원의 손길 등과 같은 작위적인 우연성이 넘쳐나고 있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철 지난 성룡식 코믹액션의 색채는 최대한 억누른 채 진지한 어투로 들려주고 있었던 그들의 모험담이 나름 흥미진진하더라구요. ^^
러닝타임이 흐를수록 점점 노골적으로 드러났던 제작 역량의 한계
영화 초반, 아시아 영화로써는 보기 드문 스케일과 화려한 복색, 여기에 중국 영화 특유의 액션과 동서양의 대화합을 담은 신파를 곁들여 나름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펼쳐나가던 <드래곤 블레이드>는 이야기의 판이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하는 티베리우스의 등장과 함께 급격하게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는데요.
연멘관의 보수 작업이 완료되는 시점까지는 평면적인 인물 구도와 스토리를 통해 (비록, 식상하긴 하지만) 안정적인 이야기를 펼쳐나가며 무난한 재미를 선사해주고 있었던 <드래곤 블레이드>는, 집정관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아버지 크라수스를 제 손으로 죽인 것도 모자라 동생 푸블리우스(조제프 웨이트)까지 잔인하게 살해하려 드는 티베리우스와 그에게서 푸블리우스를 안전하게 지켜내고자 헌신하는 루시우스의 대결 구도에 후오안과 그의 아내 슈이칭, 흉노족의 공주 월, 후오안의 부관 잉포, 실크로드 36개 부족의 연합군, 여기에 파르티아 제국의 대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과 세력들이 가세하게 되면서 입체적인 스토리와 함께 본격적으로 작품의 스케일이 커지는 국면에 접어들게 되면서부터 제작 역량의 한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더라구요. ^^;;
무너져내리기 시작하는 <드래곤 블레이드>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촬영과 편집 등 영화 연출적인 부분에 있어서 너무 큰 어설픔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었는데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애드리안 브로디와 헐리우드에서만 30년 넘게 활동해온 존 쿠삭의 연기를 순식간에 발연기로 보이게끔 만들어버리고 있었던 아마추어 같은 카메라 워킹을 비롯해, 스케일 큰 액션 장면에서 두드러졌던 엉성한 특수효과 등은 저로 하여금 실소를 흘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끔 만들어주더라구요. ^^;;
저로 하여금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많이 먹는다고 '블록버스터도 만들어 본 사람이 잘 만드는구나.'하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줌으로써, 전 세계 영화팬들로부터 뻔한 블록버스터를 만드는 감독이라고 매번 비아냥을 받고 있는 마이클 베이, 롤랜드 에머리히, 조나단 리브스만 같은 감독들이 새삼 위대해 보이게끔 만들어준 영화 <드래곤 블레이드> 리뷰는 이쯤에서 마치도록 할께요. 모두들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