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제 블로그(http://blog.naver.com/c106507)에 작성한 글을 가져온 것임을 밝힙니다.
꿈이 없는 자들과 꿈을 잃은 자들의 귀싸대기를 후려치는 드라마 / 15세 관람가 / 106분
다미엔 차젤레 감독 / 마일즈 텔러, J.K. 시몬스..
개인적인 평점 : 8점 (IMDB평점 : 8.6점, 로튼토마토 지수 : 95%, 3월11일 기준)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제(10일) 대구칠곡CGV에서 회원시사회로 관람하고 온 <위플래쉬> 이야기를 해볼께요.
음악 전문 고등학교의 재즈 오케스트라 드러머였던 감독 다미엔 차젤레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위플래쉬>는 북미 현지 시각으로 지난 2월 22일에 열린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3관왕(남우조연상, 편집상, 음향믹싱상)을 차지한 작품인데요. 북미 현지에서는 작년 10월 10일에 개봉해, 북미 평론가들로부터 '보자마자 반하게 되는 영화', '황홀한 짜릿함을 선사해주는 완벽한 영화' 등과 같은 극찬을 받고 있기도 하죠.
개인적으로는 <위플래쉬>를 통해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생애 첫 노미네이트, 생애 첫 수상의 기쁨을 맛본 J.K. 시몬스의 연기가 무척이나 궁금하기도 했었는데요. 과연, 제가 직접 보고 느낀 <위플래쉬>는 어떤 영화였는지, 언제나 그렇듯 지금부터 솔직하게 말씀드려보도록 할께요. ^^
최고가 되고 싶은 학생과 최고를 만들고 싶어 하는 교수의 이야기
줄거리 미국 최고의 음악전문학교인 셰이퍼 학교 신입생인 앤드류 네이먼(마일즈 텔러)은 가을 학기가 되도록 나소밴드의 보조 드럼 연주자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그런 이유로 매일 밤 늦은 시간까지 학교에 홀로 남아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던 앤드류는 어느 날 밤, 교내 최고 밴드이인 스튜디오 밴드의 지휘자인 테렌스 플레처(J.K. 시몬스) 교수의 눈에 띈 것을 계기로 그토록 바라던 스튜디오 밴드에 들어가게 되죠. 그렇게 앤드류는 이제야 마침내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한껏 들떠 스튜디오 밴드에서의 첫 연습을 시작하게 되지만 기쁨도 잠시 뿐, 앤드류는 플레처 교수로부터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질책 세례를 받은 후 깊은 자괴감에 빠지고 마는데요. 그리고 플레처 교수가 거세게 몰아부치면 부칠 수록 앤드류의 자괴감은 무시무시한 광기로 변질되기 시작하죠. 최고가 되기를 갈망하는 학생과 최고를 만들고 싶어하는 교수의 만남은 과연 어떤 결말을 맡게 될까요?? ^^
제가 재즈에 관해서 워낙에 문외한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전 솔직히 <위플래쉬>가 들려주는 음악에서 짜릿한 전율 같은건 전혀 느끼지 못했었는데요. 하지만 다미엔 차젤레 감독이 작품을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는 마일즈 텔러와 J.K. 시몬스의 폭발적인 연기력을 통해 더 없는 강렬함으로 전해받을 수 있었던 <위플래쉬>였답니다. ^^
과연, 위대한(Great) 삶이 좋은(Good) 삶보다 행복할까?
다미엔 차젤레 감독이 <위플래쉬>를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너무나 명확했는데요. 전설적인 재즈 드러머가 되기를 갈망하는 앤드류와 전설이 된 제자를 단 한 명만이라도 키워내고픈 플레처 교수, 그리고 평범하거나 혹은 그보다도 못한 삶을 살아가는 주변 인물들을 대비시킴으로써, 관객들을 향해 '진정으로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과 동시에 꿈이 없거나 꿈을 잃었거나 그도 아니면 꿈을 잊은 우리들을 향한 통렬한 자기반성의 채찍질을 가하고 있었죠. ㅎ
"There are no two words in the English language more harmful than good job."
세상에서 가장 쓸모 없는 말이 "good job"이라는 플레처 교수의 이 대사처럼 혹독한 노력을 통해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는 자만이 위대한(Great) 음악가가 될 수 있다고 굳게 믿는 그는 자신의 제자들을 향해 끊임 없는 압박을 가하는데요. 덕분에 그의 스튜디오 밴드는 각종 경연 대회에서 우승을 싹쓸이 하다시피 하고 션 케이시처럼 1년 만에 링컨센터 수석연주자 자리를 거머쥔 좋은(Good) 졸업생을 배출하기도 했지만, 이에 만족하기 보다는 오히려 자신이 그토록 바라 마지않던 위대한 음악가는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분노를 느끼며 제자들을 향해 점점 더 모진 채찍질을 가하게 되죠.
"I'd rather die drunk, broke at 34 and have people at a dinner table talk about me
than live to be rich and sober at 90 and nobody remember who I was."
그리고 미식축구 3부 리그에서 MVP급 활약을 펼치는 사촌 트래비스(제이슨 블레어), 뚜렷한 꿈도 목표도 없는 기계적인 삶을 살아가는 썸녀 니콜(멜리사 베노이스트), 그리고 아들과 함께 팝콘을 먹으며 보는 영화 한 편에도 더 없이 큰 행복을 느끼는 앤드류의 아빠 짐(폴 레이저)처럼 평범하고 안정적인 좋은(Good) 삶을 사느니, 차라리 술과 약물에 절어 34살에 요절했지만 지금까지도 위대한(Great) 색소폰연주자로 칭송받고 있는 찰리 파커 같은 삶을 사는게 낫다고 말하는 앤드류는 매일 방 한 구석에 붙여 놓은 찰리 파커의 사진을 바라보며 스스로를 혹독하게 채찍질 하는데요.
그렇게 가족도 친구도 사랑도 모두 버린 채 자신의 꿈을 향해 미친 듯이 앞만 보고 달려가는 그 두 사람의 모습을 통해 <위플래쉬>는 관객들에게 '과연, 당신은 이들처럼 꿈을 이루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본적이 있는가?'라는 질책을 가하는 것과 동시에 '과연, 이들의 생각처럼 위대해지는 것 만이 진정으로 가치 있는 삶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더라구요. ^^
안정적이고 익숙한 삶에 안주하고 있는 우리들을 향한 매서운 채찍질 <위플래쉬>
전 특히 <위플래쉬>를 관람하는 동안 자신의 재능만을 믿고 노력을 게을리 하는 나소 밴드의 메인드러머 라이언 코널리(오스틴 스토웰)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스튜디오 밴드의 메인드러머 칼 태너(네이트 랭) 이 두 명의 드럼 연주자를 손이 터져나갈 만큼 죽도록 연습하는 앤드류와 함께 나란히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을 향해 완곡한 힐난을 퍼붓고 있는 부분이 그렇게나 인상적일 수가 없었는데요. 마치 저를 향한 질책처럼 느껴졌었거든요. ^^;;
또한 <위플래쉬>는 연습이나 공연을 시작할 때 마다 "have fun!!"을 외치는 것과는 달리 전혀 즐겁지 않은 음악을 제자들에게 강요하는 플레처 교수의 모순적인 모습도 저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었는데요. 죽고 못 살 만큼 좋아하던 무언가를 스스로 좋아서 하는 것이 아닌 강요와 억압에 의해 억지로 하게 된 앤드류와 밴드 멤버들의 괴로움을 지켜보면서, 전 진정으로 위대한 삶이란 그 사람이 이뤄낸 결과물의 크기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차근차근 해나가며 흘리는 피와 땀의 양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
개인적으로는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시리즈 속 악덕 편집장 조나 제임슨으로만 기억하고 있던 J.K. 시몬스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어 좋았던 <위플래쉬> 리뷰는 이쯤에서 마치도록 할께요. 모두들 행복 가득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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