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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인듯 퀴어아닌 퀴어같은 실화시대극 이미테이션 게임
jojoys 2015-02-18 오후 6:09:52 26302   [0]

※ 이 글은 제 블로그(http://blog.naver.com/c106507)에 작성한 글을 가져온 것임을 밝힙니다. 

다양한 주제들을 조화롭게 품어낸 실화시대극 / 15세 관람가 / 114분

모튼 팀덤 감독 / 베네딕트 컴버배치, 키이라 나이틀리, 매튜 구드, 마크 스트롱..

개인적인 평점 : 8.5점 (IMDB평점 : 8.2점, 로튼토마토 지수 : 89%, 2월18일 기준)

 

    안녕하세요? 다들 즐거운 연휴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어제(17일) 롯데시네마 프리미엄칠곡에서 관람하고 온 <이미테이션 게임> 이야기를 해볼려구요. ^^

 

    다들 잘 아시다시피 북미 현지 시각으로 오는 22일에 열릴 예정인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8개 부문(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감독상, 각색상, 미술상, 편집상, 음악상)에 노미네이트 된 <이미테이션 게임>앤드류 호지스가 쓴 'Alan Turing:The Enigma'이라는 책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된 실화 영화인데요.

 

    북미에서는 작년 11월 28일부터 제한 상영을 시작해 북미 평론가들로부터 '탄탄한 스토리, 깔끔한 연출과 편집, 그리고 무엇보다도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키이라 나이틀리의 열연이 돋보이는 작품', '밖으로는 독일군, 안으로는 동성애와 여성에 대한 차별과 싸워야 했던 그들의 실화가 매 순간 가슴을 울린다.' 등의 호평을 받으며 89%의 높은 로튼토마토 지수를 기록하고 있는 작품이었던터라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기대가 컸던 작품이었죠.

 

    자, 그럼 과연 저의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켜준 <이미테이션 게임>이었을지, 언제나 그렇듯 제가 직접 보고 느낀 그대로 지금부터 솔직하게 말씀드려보도록 할께요. ^^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퍼즐, 에니그마를 풀어라!!

줄거리 2차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39년, 블레츨리 라디오 제조공장으로 위장한 블레츨리 파크​의 영국군 비밀 시설에 영국 최고의 석학들이 은밀하게 모여드는데요. 24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캠브리지 킹스 칼리지 수학교수가 된 앨런 튜링(베네딕트 컴버배치)을 비롯해 캠브리지 수학과 출신의 체스 챔피언 휴 알렉산더(매튜 구드), 프랑스어와 독일어에 능통한 천재 언어학자 존 케언크로스(엘렌 리치), 팀의 막내인 옥스포드 대학생 피터 힐튼(매튜 비어드), 그리고 팀의 홍일점인 여성 수학자 조안 엘리자베스 클라크(키이라 나이틀리) 등으로 구성된 이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다름 아닌 전 세계 그 누구도 깨뜨리지 못한 무적의 독일군 암호체계 에니그마를 깨뜨리라는 것!! 과연, 그들은 1,590억의 10억 배수에 달하는 변수를 극복하고 에니그마 해독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북미 현지 시각으로 작년 12월 11일, 제7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후보 명단이 발표된 바로 그 순간부터 전 5개 부문(드라마부문 작품상, 드라마부문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음악상)에 노미네이트 된 <이미테이션 게임>에 대한 기대감이 대단했었는데요. 그렇게 2달여의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국내 개봉 첫 날 극장으로 달려가 관람한 <이미테이션 게임>은 우리가 미처 몰랐던 역사적 사실과 함께 시대의 아픔, 동성애, 페미니즘 등과 같은 무겁고 진지한 주제들을 놀라우리만치 조화롭게 품어냄으로써 저의 높았던 기대감을 충분히 만족시켜주고도 남음직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품이더라구요. ^^

※ 평소 실화 영화의 경우 실화 자체가 스포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실화에 대한 정보 없이 영화를 감상하시는 분들도 있으시기에 스포가 걱정되시는 분들은 여기까지만 읽으시는게 좋을 것 같네요. 이후에 이어지는 글들에는 간접적이게나마 스포가 아주 살짝 포함되어 있으니까 말이죠. ^^;;

사무치는 외로움에 평생 동안 흐느껴 울어야만 했던 비운의 천재 이야기

 

    <이미테이션 게임>이 겉으로 보기에는 오랜 세월 베일에 싸여있던 영국 암호학교 암호해독반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평생동안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의 차별과 편견에 오롯이 홀로 외롭게 맞설 수 밖에 없었던 앨런 튜링의 이야기를 진한 울림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작품이었는데요.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건 <이미테이션 게임>이 아직도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 만연한 퀴어영화(동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에 대한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만한 내용이나 장면들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동성애에 대한 차별과 편견으로 인한 앨런 튜링의 외로움과 고통을 그 어떤 퀴어영화보다도 묵직하게 담아내고 있는 점이었죠.

 

    <이미테이션 게임>은 작품 초반, 관객들이 퀴어적 요소들을 전혀 짐작조차 하지 못 할 만한 이야기로 막을 여는데요. 아니, 좀 더 정확하게는 작품 초반에는 <이미테이션 게임>의 퀴어적 요소들을 눈치 챈 관객이라 할지라도 별로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을 만큼의 자그마한 비중만을 할애하다가 조금씩 조금씩 퀴어적 요소의 비중을 늘려나가는 방식을 사용함으로써, <이미테이션 게임>이 담고 있는 퀴어적 요소에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익숙해질 수 있게끔 만들어져 있었죠.

 

    개인적으로 <이미테이션 게임>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 에니그마 해독이라는 앨런 튜링의 어마어마한 연구 성과와 조안 엘리자베스 클라크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앨런 튜링의 조력자로써의 역할 등을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에 시달리는 앨런 튜링의 성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와 긴밀하게 연관시켜 놓음으로써 관객들이 느끼는 앨런 튜링의 절망과 고독의 크기를 한껏 배가시켜놓고 있다는 점이었는데요. 여성은 남성보다 열등하며 여성이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는 가사와 육아뿐이라는 1940년대 영국 사회 분위기에 물들어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생일대의 기회를 포기하려 하는 조안 엘리자베스 클라크를 열성적으로 도와줌으로써 그녀에게 진정한 삶의 행복을 찾아줬을 뿐만 아니라, 에니그마의 회전체 설정을 해독해내는 기계 크리스토퍼(참고로, '크리스토퍼'의 실제 이름은 폴란드의 암호해독가 레예프스키가 만든 오리지널 기계의 이름을 딴 '튜링 봄베'이며, 이후 '히드 로빈슨', '컬로서스 마크1', '컬로서스 마크2'로 개량됩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독일 해안포의 위치를 알아내는데 이용된 해독기가 바로 '컬로서스 마크2'라네요. ^^)를 개발함으로써 수천만명의 목숨을 구해내기까지 했지만, 정작 자신의 절망과 고독은 해결하지 못했던 앨런 튜링의 역설적인 삶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저도 모르게 우리 사회 속에 여전히 상존하고 있는 차별과 편견의 무서움에 치를 떨며 몸서리까지 치게 되더라구요. ㅠ.ㅠ

 

    이처럼 모튼 틸덤 감독이 <이미테이션 게임>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영화 속 저녁 들판을 달려가는 앨런 튜링의 모습을 통해서도 강렬하게 상징되고 있었는데요. 사회의 온갖 차별과 편견에도 불구하고 의연하게 자신의 길을 달려나가 보기도 하고, 이를 극복하고자 전력 질주 해보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혼자만의 힘으로는 사회의 차별과 편견이라는 거대한 벽을 넘어설 수 없음을 깨닫고 지쳐 쓰러져 무릎 꿇게 된 앨런 튜링의 여정을 영화 속 들판을 달리는 앨런 튜링의 모습 하나에 완벽하게 함축시켜 놓은 모튼 틸덤 감독의 연출력에는 정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가 없었답니다. ^^

담담한 어투로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던 <이미테이션 게임>

 

    <이미테이션 게임>이 퀴어 페미니즘에 관한 주제들을 자유자재로 아우르는 것과 동시에 실화 시대극으로써의 면모까지도 완벽하게 갖출 수 있었던 데에는 역시나 앨런 튜링의 모습으로 완벽하게 빙의된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위시한 출연 배우들의 열연이 있었기에 가능했었는데요. BBC의 인기드라마 <셜록>에서와 같은 총기 가득한 눈빛을 반짝반짝 빛내는가 싶다가도 어느 샌가 <노예 12년> 속 제도에 순응한 나약한 농장주 포드가 보여줬던 절망 어린 눈빛으로 연기를 펼치고 있는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보고 있자니, 북미 평론가들이 왜 그토록 <이미테이션 게임> 속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연기에 찬사를 보내고 있는지 충분히 알겠더라구요. 물론, 키이라 나이틀리, 마크 스트롱, 매튜 구드를 비롯해 대부분 잉글랜드 출신 연기자들만이 출연하고 있다는 점도 영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미테이션 게임>의 완성도를 높여줬구 말이죠. (참고로, 존 케언크로스를 연기한 아일랜드 출신의 앨런 리치를 제외하고는 모두 잉글랜드나 스코틀랜드 출생입니다.)

 

"생각치도 못한 누군가가 때로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일을 해내기도 하니까."

 

    영화 속에서 앨런 튜링의 첫사랑인 크리스토퍼 모컴이 처음 꺼낸 이 대사는 러닝 타임 내내 여러 인물들의 입을 통해 계속해서 되뇌이며 <이미테이션 게임>을 관통하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는데요. 즉, 우리 사회가 계속해서 잘못된 편견과 아집에 사로잡혀 특정 소수를 무시하고 차별한다면 앨런 튜링이나 조안 엘리자베스 클라크처럼 위대한 업적을 이룰 수도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누군가가 공정한 기회조차 얻지 못한채 사라지고 마는 비극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메시지 관객들에게 전하며 우리들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는 <이미테이션 게임>이었죠.

 

    이처럼 <이미테이션 게임>이 퀴어와 페미니즘과 같은 무거운 주제들을 2차세계대전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절묘하게 조화시켜놓고 있기는 했지만, 이렇다  극적인 장치 없이 담담하게 전개되고 있는 작품인 탓에 MSG가 잔뜩 첨가된 자극적인 영화를 좋아하시는 관객분들에게는 마냥 지겹게만 느껴질 가능성도 꽤 높은 것이 사실인데요. (실제로 제 옆자리에 앉으신 어느 남성 관객분 같은 경우에는 영화 초반 볼 멘 목소리로 불만을 잔뜩 늘어놓으시더니 금새 딥슬립에 빠지시더라구요. ^^;;) 하지만 세상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위대한 업적을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세상 그 누구보다도 불행한 삶을 살았던 앨런 튜링이 느꼈을 깊은 절망과 사무치는 외로움에 주목해 <이미테이션 게임>을 관람하신다면, 저처럼 영화가 끝난 후에도 좀처럼 가시지 않는 커다란 여운으로 인해 한참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게 되시지 않을까 싶네요. 참, 애플사 로고의 모델이 되었다는 앨런 튜링의 청산가리 사과에 대한 비극적 암시도 결코 놓치지 마시구요. ㅎ

 

    제가 그동안 수 많은 퀴어 성향의 영화를 봐오면서 하나같이 머리로는 이해가 되었지만 가슴으로는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는데, 이번 <이미테이션 게임> 만큼은 정말 가슴 깊이 공감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던 것 같아 더더욱 인상 깊게 관람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

 

    개인적으로 오래오래 머릿속에 담아두고 곰곰이 되새김질을 하게 될 것 같은 <이미테이션 게임> 리뷰는 이쯤에서 마치도록 할께요. 모두들 즐겁고 행복 가득한 설 연휴 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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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테이션 게임(2014, The Imitation Game)
제작사 : Black Bear Pictures / 배급사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수입사 : (주)미디어로그 / 공식홈페이지 : http://www.imitationga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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