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제 블로그(http://blog.naver.com/c106507)에 작성한 글을 가져온 것임을 밝힙니다.
원작을 뛰어 넘고자 하는 감독의 욕심이 너무 지나쳤지 않았나 싶은 SF액션 / 12세 관람가 / 121분
호세 파딜라 감독 / 조엘 킨나만, 사무엘 L. 잭슨, 게리 올드만.. / 개인적인 평점 : 6점
안녕하세요? 오늘은 지난 목요일(13일) 대구칠곡CGV에서 관람하고 온 <로보캅> 이야기를 해볼께요. 다들 잘 아시겠지만 <로보캅>은 폴 버호벤 감독의 <로보캅>을 27년만에 리부트한 작품인데요. 폴 버호벤 감독의 <로보캅>은 단순한 오락용 SF영화가 아닌, 암울한 미장센을 바탕으로 자본이 국가를 지배하는 미래 사회에 대한 예견과 풍자로 가득했던 SF영화 최고의 걸작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는 작품이죠? 그러한 <로보캅>이기에 많은 영화팬분들이 리부트된 <로보캅>의 개봉을 기대와 우려가 섞인 심정으로 기다리셨었는데요. 저 또한 그랬구요. ㅎㅎ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호세 파딜라 감독의 <로보캅>은 과연 어떤 작품이었는지, 제가 보고 느낀 그대로 솔직하게 말씀드려볼께요. ^^
■ <로보캅> 시리즈
로봇이 되어 돌아온 형사이자 남편 그리고 아버지
줄거리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의 디트로이트. 열혈 형사인 알렉스 머피(조엘 킨나만)는 거물급 범죄자인 안토인 발론(패트릭 게로우)을 수사하던 중 발생한 의문에 차량 폭탄 테러로 인해 의식 불명 상태에 빠지게 되는데요. 온몸의 80%가 4도 화상을 입은데다가 왼쪽 팔다리가 절단되고, 한쪽 눈의 시력과 청각을 잃은 것도 모자라 뇌손상까지 입은 알렉스는 사실 죽은 것이나 다름 없는 상태죠. 그런 알렉스를 지켜보며 아내인 클라라(애비 코니쉬)가 절망에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다국적 기업인 옴니코프사의 레이몬드 셀러스 회장이 접근해 오는데요. 세계 최고 수준인 자신들의 로봇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알렉스의 꺼져가는 생명을 되살릴 수 있다고 클라라를 설득한 끝에 알렉스의 머리와 오른손, 폐와 심장 등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로봇으로 대체하기에 이르죠. 그로부터 4개월 후, 로보캅이 된 알렉스가 디트로이트에 돌아오면서 <로보캅>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답니다. ^^
★ <로보캅> 예고편 ★
초등학교가 아직 국민학교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던 그 시절, 동네 비디오 가게에서 폴 버호벤 감독의 <로보캅>을 빌려와(그 시절에는 에로비디오가 아닌 이상에는 초등학생한테도 청불 영화를 빌려줬었죠. ㅎ) TV앞에 바짝 붙어서는 동생 녀석과 넋을 읽고 봤었던 기억이 나는데요.(음.. 그러구보니 <로보캅>이 제가 처음 관람한 고어물(?)인것도 같네요. ㅋ) 어느덧 폴 버호벤 감독의 <로보캅>을 기억하고 있는 세대는 최소한 저처럼 서른살을 훌쩍 넘었을만큼 세월이 정말 많이 지났네요. ㅎㅎ
폴 버호벤 감독의 <로보캅>은 피와 살점이 마구 튀기는 그로테스크한 액션씬과 거대 로봇 EM-209 등 당시로써는 정말 뛰어났던 특수 효과를 보여줌으로써 수 많은 영화팬들을 열광하게 만들었었는데요. 그뿐만이 아니라 폴 버호벤 감독은 <로보캅>의 스토리 속에 자본(기업)이 국가 위에 군림하는 미래가 곧 도래하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까지 통렬하게 담아내고 있어 지금까지도 수 많은 영화팬들로부터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기도 하죠. 비록, 시리즈의 2편과 3편은 영화를 만드는데 있어 연출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게 해주는데 그치고 말았었지만 말이에요. (밑에 나와 있는 폴 버호벤 감독의 필모그래피만 보시더라도 그가 얼마나 대단한 감독인지를 아실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드네요. ㅎ)
■ 폴 버호벤 감독의 주요 연출작
호세 파딜라 감독의 <로보캅>은 원작이 외치던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힐난 외에도 미국식 제국주의에 대한 비난까지 더한 모습으로 <로보캅>을 리부트 해놓았는데요. 원작을 뛰어 넘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던 호세 파딜라 감독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워낙에 많은 이야기들을 짧은 시간 안에 담아내려고 하다 보니, 자연스레 스토리는 산만해졌을뿐만 아니라 원작이 가지고 있던 묵직한 메시지 또한 찾아보기가 힘들더라구요.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생각일뿐이지만 미국식 제국주의에 대한 비난까지 추가한 호세 파딜라 감독의 선택이 결국 자충수가 된게 아닐까 싶네요.
달리 생각해 보면, 10~20대 관객들은 폴 버호벤의 <로보캅>보다는 호세 파딜라 감독의 <로보캅>을 좋아할 수도 있을 것 같기는 한데요. 아무래도 27년전 <로보캅>은 그들에게 촌스러워보일테니까 말이죠. 하지만 이 역시도 자유자재로 하늘을 날아다니며 레이저를 쏘는 <아이언 맨>에 익숙해진 10~20대 관객들인 탓에, 호세 파딜라 감독의 <로보캅>이 그들에게 얼마만큼의 만족을 선사해줄 수 있을지 불확실하기는 하네요. ^^;;
원작 메카닉에 대한 충실함에다 스타일리쉬함을 더한 호세 파딜라 감독의 <로보캅>
폴 버호벤 감독의 <로보캅>을 기억하시는 분이라면 호세 파딜라 감독의 <로보캅> 예고편에서 EM-209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저처럼 무척 반가워하신분들이 꽤 계실 것 같은데요. 이미 폴 버호벤 감독의 <로보캅>에서 알렉스와 일전을 벌인 바 있는 EM-209의 원형을 거의 대부분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한층 더 강력해진 모습으로 구현된 EM-209가 영화의 시작과 동시에 위풍당당하게 테헤란 거리를 거니는 모습은 원작을 기억하고 있는 관객들에게는 묘한 반가움을 느끼게끔 하기에 충분해 보였는데요.
물론, 원작에서의 은색 수트 대신 블랙 수트를 착용한체로, 경찰차 대신 검은색 바이크를 타고 다니는 알렉스의 모습은 원작을 기억하고 계시는 분들에게는 다소 낯설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올블랙으로 매끈하게 잘 빠진 수트와 바이크가 선사하는 시크함에 금방 익숙해지실 수 있을꺼예요. ㅎㅎ
사실, 호세 파딜라 감독의 <로보캅>이 폴 버호벤 감독의 <로보캅>과 시각적으로 가장 큰 차이를 보여주는 부분은 다름 아닌 액션씬인데요. 폴 버호벤 감독의 <로보캅>에서의 알렉스는 육중한 수트로 쏟아지는 총알을 튕겨내면서 묵직하게 땅을 쿵쿵 울리며 걸어가 악당들의 뇌수와 살점으로 스크린을 온통 피칠갑으로 만들어놨었던 반면, 호세 파딜라 감독의 <로보캅>에서의 알렉스는 1인칭 슈팅 게임(FPS)을 연상시키는 바이저 화면과 최근 만들어진 헐리우드 SF영화들에서 익히 봐왔던 CG로 구현된 깔끔한 총격전 위주의 액션씬들을 보여주고 있었는데요. 제가 피와 살이 튀는 영화를 굉장히 사랑하는 편이라 폴 버호벤 감독의 <로보캅>과 같은 액션을 선호하긴 하지만, 호세 파딜라 감독의 <로보캅> 또한 그 나름데로의 볼거리는 충분히 있었지 않나 싶네요. ^^
호세 파딜라 감독님, 정말 애는 쓰신 것 같지만..
브라질 경찰 특공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엘리트 스쿼드> 시리즈의 연출자이신 호세 파딜라 감독님은 러닝 타임 내내 끊임 없이 벌어지는 건액션을 통해 자신의 스페셜리티를 유감 없이 발휘하고 계셨는데요. 하지만 플롯을 짜는데 있어서는 너무 많은 이야기들을 한꺼번에 들려주고자 하셨던 욕심이 오히려 독이 된게 아닌가 싶더라구요.
테헤란에서 어린 이란인 소년 나비드를 잔인하게 살해하는 EM-209가 상징하는 미국의 침략 전쟁이라던지, 영화 곳곳에서 중국의 모습을 의도적으로 후진국의 모습으로 묘사해놓음으로써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써의 입지를 지키려 발버둥치고 있는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난하고, '미국이 최고야!!'라고 대놓고 울부짖는 팻 노박을 통해 미제국주의를 역설적으로 힐난하고 있는 것 등이, 원작을 뛰어 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닌 호세 파딜라 감독 스스로의 소신을 담고 있는 것이라 할지라도, 결과적으로는 스토리에 대한 집중력을 분산시켜 작품이 전체적으로 산만해지게끔 만들고 말았는데요. 차라리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처럼 원작이 가지고 있는 플롯의 원형은 유지하면서 스타일만 가다듬는 편이 훨씬 안정적인 스토리텔링을 보여주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하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블랙 수트를 착용하고 칠흑 같은 바이크에 올라탄체로 범죄자들을 소탕하는 호세 파딜라 감독의 <로보캅>도 그 나름데로의 매력은 가지고 있으니, 큰 기대감 없이 편하게 관람하신다면 크게 실망하시는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전 그럼 이쯤에서 <로보캅> 리뷰는 마치기로 할께요. 모두들 편안한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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