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보면 느끼는 것을 쓴다면 다들 뻔하다고 할 것 같다. 어머니, 이 영화에서 내가 느낄 수 있는, 그리고 모든 이들이 느낄 수 있는 그 대상이 바로 어머니다. 진부한 타령이랄 수 있지만 그래도, 그리고 앞으로도 어머니에 대한 갈증은 영원한 문학의 테마일 것이고, 영화의 테마일 것이다. 어머니에 대한 갈증 속에 혹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뿐만 아니라 죄송함이 깃들었다면 괜한 이야기일까? 아니면 절절한 진실일까? 세상을 살면서 느끼는 것은 부모님 고마운 줄 아는 것이다. 그것을 아는 과정 속에서 세상의 냉혹함이 비교되고, 또한 그런 냉혹함 속에서 부모님의 헌신이 무엇인지 잘 알게 된다.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부모님의 지겨운 ‘공부하라’ 하는 타령에 반항을 하면서도 어느 순간 고개를 떨구고 부모님 말씀을 따르는 것은 부모님의 고마움을 어느 순간 느끼고 또한 그런 고마움 뒤에 있는 부모님의 고행을 마음과 몸으로 느끼기 때문이리라. 한국의 학생들은 사실 부모님들의 고생을 몸소 느끼면서 살기에 감히 저항을 못 한다. 비록 소수의 학생들이 부모님의 저항하지만. 이 영화 속 가족에겐 그런 미안함과 고마움, 그러면서도 힘든 것들이 공존한다. 욕쟁이로 불리는 칠순 할매 ‘오말순(나문희)’에 대해 이제 한 가장으로 성장한 노인학 전문교수 ‘반현철(성동일)’이 그런 것들을 간직하고 있다. 자신의 어머니의 손자를 위한 헌신을 말리는 아들의 장면은 보는 내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가장 어리석은 행위를 하는 어머니에 대해 아들 역시 가장 계산적이지 못한 반대를 한다. 하지만 아들은 진다. 어머니의 헌신을 지금까지 봐왔고, 어머니의 헌신적인 무게가 실린 의지 어린 답변에 울 수밖에 없었다. 그게 어머니이고 이차원적 인간관계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무게에 눈물만 흘릴 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영화 속 최고의 명장면이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영화는 이런 뜨거운 가족애만 담고 있지 않다. 웃으면서 보기엔 조금 무거운 세상들이 보였다. 오늘 우리들이 겪고 있는 그 모든 것들이 영화 한 곳에 다 구비됐다고 할까? 노인문제, 세대문제, 고부갈등, 빈곤문제, 그리고 잉여세대의 문제들까지. 영화 속 하나하나는 지겨운 일상의 무거움이 곳곳에 비치됐다. 이런 시대적인 고민들과 함께 한 인간으로서 누리고 싶은 젊음에 대한 노인의 욕망이 위치하며 영화는 바로 이 노인의 욕망을 중심으로 즐거운 미소 속에서 즐거운 서사를 시작한다. 그리고 참 기막히게 서사를 늘려 간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천재 연기자 심은경의 매력이 폭발한다. 이 기분 좋은 처자가 그런 슬프고 고달픈 일들을 즐겁고 재미있게 해결하고 있다. 오말순의 과거의 우상이라고 해야 할까? 수많은 생활고에 잃어버린 자신의 기쁨과 매력을 마침내 뿜어낼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오말순은 20살이 된 이상 더 이상 오말순이 아니며 수상한 그녀, ‘오드리(심은경)’로서 지금까지 못해 본 20대를 살게 된다. 하지만 그녀가 산 20대로서의 갈망은 60년대였으며 매우 가당치 않은 60년대 생활관을 갖고 21세기에 등장한다. 그런데 이게 그리 나쁘지 않다. 도리어 재미있고, 의미심장하며, 지금의 우리들에게 없는 그 무엇으로 보는 관객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한다. 과거의 매력이 지금에도 통한다는 사실 뒤엔 지금의 우리가 잊어버린 그 무엇들이 있다. 개인이 아닌 가족에 대한 애정, 그리고 가족주의 등 영화는 현재의 까다롭기만 해버린 가족들의 관계에 의미심장한 ‘돌직구’를 던진다. 그렇게 사는 게 좋은지 하고. 또한 자기만을 위한 삶만을 추구하는 우리들에게 오드리는 과거의 매력을 통해 오늘의 우리를 즐겁게 하면서 지금의 우리들을 반성하게 한다. 참 아련한 추억 속에 느끼는 감상은 웃으면서도 슬픈 우리들의 자화상을 느끼게 한다. 이런 좋은 영화를 더욱 빛나게 만든 이는 다름 아닌 심은경이란 배우다. 그녀는 관객을 웃기고 재미있게 한다. 그리고 언더 분위기의 볼품 없는 밴드 속에서 매력적인 목소리를 통해 멋진 노래들을 들려준다. 거기에 밴드 속 관객 유도와 춤은 영화의 가치를 높인다. 재미있는 것은 그녀의 유행 지난 패션이 너무 그럴싸해 보여서 신구의 조화를 멋지게 만들어냈다. 그리고 욕쟁이 할머니의 유산인 맛깔스런 대사와 욕은 영화를 보는 관객을 전혀 따분하게 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했다. 또한 주목할 점은 노련하고 뛰어난 거물 연기자들과의 연기에서 전혀 주눅들지 않고, 기막힌 조화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녀는 어느새 최고의 연기력을 보이는 20대 여자 연기자인 것이다. 솔직히 그럴 줄 알았다. 이 영화, 심은경의 영화다. 이전 영화를 봤을 때, 그녀는 명연기를 펼쳤다. ‘불신지옥’에서의 그 무서운 내용들을 보여줄 때, 정말 놀랍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다시 이 영화의 포스터를 처음 봤을 때, 심은경의 멋진 매력을 보고 싶었다. 그녀는 어느 순간 놀라운 티켓 파워를 갖고 있었다. 앞으로도 그녀가 출연할 작품들을 볼 일이 설렌다. 그걸 확인하게 해 준 ‘수상한 그녀’라는 제목 앞에 ‘연기 대상을’이란 단어를 붙이고 싶다. 하긴 조만간 그렇게 될 것 같다. 그녀 앞으로도 자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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