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 전도연, 고수.
두 배우의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떨리는 영화죠.
또한 대부분의 실화 바탕 영화가 그렇듯이 이 영화도 '감동', '충격'이라는 것이 있으려니 짐작하고
엄청난 기대감을 가지고 영화관에 들어섰습니다.
평소에 눈물을 많이 흘리는 저였지만,
이 영화처럼 많이 울고, 화가 나는 영화는 없었습니다.
외국 영화든, 한국 영화든 이런 작품은 앞으로도 만나기 힘들겠죠.
내용은 모두가 알고 계시리라 생각하고 생략하겠습니다.
지극히 저의 주관적인 의견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물론 정말 아름다운 여배우지만,
전도연씨가 갖고 있는 평범함, 섬세함, 진실함이 정말 빛나는 영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힘겨운 생활고를 악착같이 버텨나가는 평범한 대한민국의 주부가,
4살의 어린 딸과 사람을 너무 잘 믿는 어리숙한 남편을 두고
억울하게 지구 반대편으로 끌려가 겪게 되는 혹독한 고통이
뼛속 깊이 와닿았던 이유는 그녀가 전도연이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엄마라는 이름이 있기에, 말한마디 통하지 않는 타지에서도 희망을 놓치 않는 그녀가
제 눈에는 감옥의 어두운 현실보다도 더 무서우리만큼 위대하게 느껴졌습니다.
담담하게, 떄로는 오열하면서 그 힘든 상황을 버텨내는 그녀의 모습은
당시의 장미정씨 모습 그대로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고수씨와 두 분의 아이 강지영양은
사랑하는 아내와 엄마를 갑작스럽게 잃어버린 아픔을 잘 연기해주셨습니다.
'연기'라는 말을 쓰기가 거북할 정도로
두 분은 실화 속 주인공의 가족과 일치했습니다.
어린 나이에 2년 동안이나 엄마를 편지로만 봐야했던 딸은
의젓하거나 씩씩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자주 울고, 엄마를 찾는 그런 모습이 정말 있을법한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세상의 어두운 일들을 알기엔 너무나 어리고, 이유없이 엄마를 잃어버린 아이가
엄마 없이 해맑은 모습을 유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니까요.
어려운 가운데서도 하나 남은 딸을 위해 열심히 땀 흘려 일하고,
한국에서 밤낮으로 아내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모든 걸 해주려고 노력하는 고수씨의 모습 또한 눈물겹습니다.
사실 영화 속에서 정말 울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장면들이 분명 있지만,
한국의 남은 가족들이 전도연씨 없이 보내는 이런 일상의 장면들이
가끔씩 울컥하고 올라오게 만들었습니다.
아내의 피 끓는 편지를 받고
대사관에 찾아가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뿌리는 그의 몸짓과 눈빛에서
관객들은 그 절박함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장점은 배우들의 소름끼치는 연기력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탄탄한 구성과, 지루할 틈 없는 연출은 물론이죠.
그러나 눈물이 흐르는 상황에서도 계속 화가 나게 만드는 한국 대사관 측의 안일한 대응.
이것을 정말 잘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비행기로도 몇시간을 가야하는 먼 곳이라는 이유로
전도연씨는 통역관 한 명 없이 단신으로 사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증거 서류가 확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재판을 8개월이나 연장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그 서류 하나를 대사관에서 보내주지 않았기 때문이죠.
자국의 보이지 않는 국민 한 명의 인권보다,
국회의원들의 입맛 맞추기에 급급했던 그들의 모습.
영화의 마지막 훈훈한 장면에서조차 한국 대사관의 뒷북은 헛웃음이 나오게 만듭니다.
여기서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서부터 픽션인지는 모르지만,
<도가니>나 <부러진 화살>의 뒤를 이을 문제작이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사회적 질타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눈이 퉁퉁 부은 저를 보며 친구가 한마디 하더군요.
"야, 나는 화나서 울 타이밍을 다 놓쳤다."
관객석은 말 그대로 울음 반, 분노 반이었습니다.
어찌되었든....
이 영화야 말로 연말,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해주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실화와 영화의 일치여부를 토대로 쓴 것이 아니며, 사진은 네이버 블로그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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