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
로맨틱 코미디 <어바웃 타임>의 시간여행엔 자신이 경험한 일생으로만 시간 여행이 가능하며, 아이가 태어나면 그 이전 시간으로는 갈 수 없다는 것 등의 규칙이 있다. 21살이 된 팀(돔놀 글리슨)은 아버지(빌 나이)로부터 이 가문의 성년남자들에겐 그저 어두운 곳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가고 싶었던 순간을 떠올리기만 하면 되는 시간여행 능력이 생긴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반신반의한 팀은 얼마 전 실수 투성이였던 송년 파티로 돌아가 실수를 만회하지만, 시간여행 능력으로도 안 될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런던의 로펌에 취직한 팀은 우연히 메리(레이첼 맥애담스)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고, 여행 능력을 활용해 그녀와의 사랑을 만들어 간다.
<어바웃 타임>은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노팅 힐> <브리짓 존스의 일기> <러브 액츄얼리>의 각본을 썼으며 <러브 액츄얼리>의 연출을 맡았던 리차드 커티스가 오랜만에 워킹타이틀과 손을 잡고 연출한 영화다. 그가 각본을 쓰고 연출한 영화들을 고려해본다면 <어바웃 타임>은 예상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 한 마디로 리차드 커티스표 영화임과 동시에 무난한 워킹타이틀표 로맨틱 코미디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어바웃 타임>은 결국 남녀의 사랑 얘기라기보다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책임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는 아버지의 입을 빌어 또는 팀이 스스로의 자각을 통해 얻게 되는 여러 교훈들과 그 교훈에 어울리는 에피소드들을 나열해 가며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위에서 잠깐 얘기했지만, 어차피 안 될 인연은 아무리 시간여행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해도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얘기를 하면서 될 인연이라면 시간여행 능력과 무관하게 이루어진다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 물론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시간여행과 관련한 영화에서 너무 예상 가능한 바로 현재의 일상이 소중하다는 것이며, 지금 자신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다.
어떻게 보면 너무 뻔한 얘기다. 그럼에도 <어바웃 타임>은 시간여행이라는 소재와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들의 나열, 그리고 악역이 없는 착한 사람들만의 이야기로서 그 뻔함을 극복하고 보는 관객들의 입가에 미소를 떠오르게 하는 힘이 있다. 내 생각에 레이첼 맥아담스는 사랑에 빠진 여인의 사랑스러운 표정을 가장 사랑스럽게 지을 줄 아는 배우다. 그 미소가 이 영화의 온도를 최소한 3도는 올려놓는다.
※ 착한 사람들만 나오고 뚜렷한 위기 국면이 없어 조금 심심한 느낌은 있다.
※ 남자 주인공인 돔날 글리슨의 필모그래피를 보니 <네버 렛미고> <더 브레이브> <섀도우 댄서> <아나 카레니나>... 이런 다 본 영화인데도 언뜻 기억이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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