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리딕이 좋다. 한 마디로 보고 싶은 것들만 보여 줘서이다. 리딕 시리즈도 어느덧 3편까지 나왔다. 영화 끝나는 것을 보면 4편, 5편, 6편 등 계속해서 나올 것이다. 영화 시리즈물이 계속 나온다는 것은 계속 인기를 끌고 있으며, 제작자 입장에서도 큰 수익을 얻고, 나 같은 리딕 팬의 입장에서도 다음 편을 설레면서 기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리딕(빈 디젤 역)이란 시리즈물은 사실 스토리 상에서 큰 기대를 할 것은 없다. 어쩌다 나오는 B급 영화 스토리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설득력 있는 스토리가 있으며, 캐릭터들 역시 매우 현실적이면서도 우리 근처에 쉽게 발견되는 그런 사람들이다. 어디에 있는지 잘 알지 못하는 장소에서 벌어지는 액션물이지만 그래도 그리 멀지 않아 보이는 인물들 틈 속에서의 활약은 인간세상을 사는 관객들에게 뭔가를 느끼게 하는 찡함은 있다. 위대한 문학작품 정도는 아니지만 그냥 대충 시간 때우기 식의 액션물은 아니라는 것을 관객들은 알 것이다. 역시나 리딕 주변은 악당뿐이다. 사실 리딕 자체가 악당으로 영화 속 세상에 알려져 있긴 하다. 그가 어느 정도의 현상금이 걸려 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꽤 된다. 그 주변엔 언제나처럼 인간 사냥꾼들이 있다. 그렇다고 그런 사냥꾼들이 인간에 대한 고귀한 사명감을 갖고 그에게 덤벼들 리가 없다. 그냥 돈 좀 벌려는 그런 인간들일 뿐이다. 이런 캐릭터 구성이 어쩌면 리딕의 매력을 극대화시킨다. 악당을 잡는 악당들이 넘치는 그런 세상.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그리 다르지도 않다. 다만 이 영화에서 그런 인간들과는 다른 캐릭터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의 존재를 통해 리딕의 세 번째 시리즈는 분위기 반전을 노리는 것 같다. 그를 잡으려는 존스(맷 네이블)과의 묘한 긴장관계는 리딕의 정체성과 인간성 등을 다시 보게 하는 계기가 된다. 리딕은 영화 속 주인공이라서 그런지 각종 특혜를 갖는다. 액션의 주체뿐만 아니라 천하의 둘도 없는 현상범이면서도 그는 어느 순간 충실한 인간의 면모를 보인다. 영화를 보면 그가 과연 거액의 현상금이 걸려 있는 그렇고 그런 인간인지 의문이 든다. 하긴 평범하거나 착한 사람들이 누명을 쓴 채 살아가는 경우도 있으니 그리 비현실적인 것도 아니다. 이게 또 리딕의 매력이긴 하다. 이번에 그는 자신의 현상금 수배자를 잘 이용해서 위기를 벗어나는 기지를 발휘하는 구성이 매우 재미있어 보인다. 또한 야수성을 가진 그가 civilized된 자신에 대해 자책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리딕으로 돌아가고 있는 그를 본다. 비록 영화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돌아가고자 하는 퓨리온이란 고향에 좀 늦게 가길 바라는 액션의 연속이 깨지는 것은 리딕을 둘러싼 모든 이들의 바람이다. 액션에 대해 말을 안 할 수가 없다. 괴이한 에어리언과의 싸움은 확실히 리딕을 보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제 1편에서도 그랬지만 정말 숫자를 셀 수 없을 만큼의 정체불명의 괴물, 아니 그것들도 생명체이니 에어리언들과의 전쟁은 확실히 압권이다. 하지만 이런 괴물들과의 싸움만 재미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 사냥꾼들과의 일방적인 싸움은 그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낸다. 소위 전설처럼 회자되는 1대 17의 분위기를 리딕은 정말 보여준다. 경험 많은 인간 사냥꾼들을 거의 장난감 다루듯 하는 그의 꼼수 역시 재미를 배가시킨다. 그 중 거의 막판에 세계 챔피언을 무려 6번이나 지낸 WWE 프로레슬러인 데이브 바티스타가 담당했던 ‘디아즈’와의 격투신은 정말 가슴에 확 꽂혔다. 리딕의 두 손을 잡고 그의 몸을 산산조각 내려는 디아즈를 상대할 때의 리딕은 정말 가공스러웠다. 이런 인상 깊은 액션 장면들 못지 않게 에어리언들 맞이하기 전의 인간 군상들의 겁먹은 모습들의 공포, 전율과 대조되는 리딕의 웃음과 오만함, 그리고 자신만만한 태도. 이게 리딕의 모습이고 우리가 좋아하는 것이다. 그 상황을 어떻든 헤쳐나갈 수 있다는 확신에 찬 것이 아니라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 처한 상태에서 어차피 포기해야 한다면 한 번 목숨 걸고 도전하겠다는 절박함의 반어적 모습이다. 우리 인간들도 어차피 최악이라면 한 번 목숨을 걸고 도전하는 그런 상황이 올 것이다. 그럴 때 웃음이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리딕은 웃는다. 그라고 공포나 절박함을 느끼지 않을 리는 없지만 어차피 그렇게 심하게 살아온 리딕이다. 매번 그랬으니 이번에도 다시 목숨을 걸 수밖에 없다는 현실감이 있기에 하는 역설적 태도인 것 같다. 리딕은 반지의 제왕이나 스타워즈와 같은 거대한 규모의 액션물이 아니다. 거대하지 않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리딕은 멋진 액션물이 된 것 같다. 리딕은 오직 날것인 것처럼 인간의 육체 그 하나만으로 만든 액션물이다. 그래서 예술의 경지에 이른 거친 몸싸움의 매력이 돋보인다. 또한 빈 디젤의 액션 하나만으로 집중되기에 그의 액션의 다양한 면을 집중해서 볼 수 있다. 괜한 볼거리로 복잡해지기보단 단순하게 그에게로 집중할 수 있고, 그의 액션의 매력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이런 거 계속 보고 싶다. 리딕 시리즈도 안 끝났으면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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