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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현재 국가인권위 존재를 입증하는 결과물... 어떤 시선
ldk209 2013-11-06 오후 4:25:31 639   [0]

 

그나마 현재 국가인권위 존재를 입증하는 결과물... ★★★☆

 

<어떤 시선>은 국가인권위원회가 2003년부터 제작해 온 인권영화 시리즈의 10번째 작품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처럼 10주년하면 성대한 잔치라도 열고, 특별 이벤트라든가 최소한 10주년 기념이라는 타이틀이라도 달아서 기분이라도 내면 좋을 텐데, 그저 예년처럼 조용히 <어떤 시선>은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하긴, 이명박 정부 이후 국가인권위원회의 축소되고 위축된 활동과 위상을 고려해보면, 인권영화가 폐지되지 않고 꾸준히 제작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위안을 삼아야 할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런 점에서 보자면, <어떤 시선>의 가장 큰 성과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입증일 것이다.

 

 

첫 번째, 박정범 감독의 <두한에게> 

 

<무산일기>로 평단의 호평을 받은 박정범 감독의 <두한에게>는 <무산일기 인권편>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왜냐면, 이 영화는 육체적 장애를 가진 두한의 얘기를 하고 있음과 동시에 경제적으로 결핍된 사람들의 얘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두한보다는 무산계급의 자식인 철웅의 이야기가 중심에 놓여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둘 모두 이 사회에서 정상적(!)으로 살아가기에 힘든 조건을 가지고 있고, 그런 차원에서 둘 모두는 장애인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사회의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을 바라보는 이들의 교감에 마음이 저릿해진다.

 

 

두 번째, 신아가, 이상철 감독의 <봉구는 배달 중>

 

<밍크코트>의 여운이 남아서인지 신아가, 이상철 감독 작품엔 왠지 종교적 테마가 들어가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유머러스했다. 기본적으로 이 작품은 부양가족 없는 저소득 노인들의 삶과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편견에 대해 얘기하고 있으며, 거기에 정보 격차라는 문제까지 곁들어 제시한다. 꽤 인상적이긴 하지만 다소 현실성이 떨어지는 설정이 거슬린다. 예를 하나 들자면, 꾸준히 문자로 영상을 보낸 딸이 답변 없는 아빠에게 어째서 한 번도 직접 통화를 시도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 그리고 조금 농담으로 얘기하자면, 난 이 영화의 주제를 ‘쓸 데 없는 오지랖 금지’로 하고 싶다.

 

 

세 번째, 민용근 감독의 <얼음강>

 

세 편 중 가장 인상적이다. 전작에서도 느껴졌던 특유의 애잔한 느낌도 좋았지만, 특히 논란이 심하고 다루기 힘든 양심적 병역 거부의 문제, 종교적으로는 여호와의 증인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권영화 제작의 필요성이란 측면에서도 논쟁적 주제를 끌어 들인 <얼음강>이 가장 적절해 보인다. 가끔 양심적 병역거부란 표현 자체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들이 보인다. “양심적 병역 거부면 내가 군에 입대한 건 비양심이란 말인가?” 노골적으로 얘기하자면, 어깨 위에 달린 건 무늬가 아니니 좀 사용하라고 하고 싶다. 양심은 상대적 개념이다. 즉, 어떤 사람에게 병역 거부가 양심적 행동이라고 다른 사람의 입대가 비양심적 행동이 되는 건 아니며, 입대한 사람에게는 입대가 바로 양심적 행동이 되는 것이다.

 

대체 복무제가 도입되면 많은 사람들이 군입대 대신 대체 복무를 택할 것이라는 얘기들도 한다. 현재 복무기간이 2년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예전에 대체 복무제 도입을 논의할 때 5년 정도의 기간이 제시되었다고 하는데, 난 군 복무 기간과 동일해도 큰 문제는 없을 거라 보지만,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그 정도라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기간도 기간이지만 사회적 분위기라든가 일반 사병 숫자를 줄이는 대신 무기수준을 첨단화하려는 군의 중장기 계획을 보더라도 대체복무제 도입이 현실적이라는 생각이다. 모든 걸 떠나서 일 년에 700여 명이라는 준비된 전과자를 꼭 양산해야 되겠는가.

 

 

마지막으로 <어떤 시선>에 대해 목적에 치우쳐 극 영화적 재미라든가 성과를 별로 담아내지 못한다는 비판은 너무 쉬워 보인다. 그보다 이런 영화가 우리 사회에 필요한 만큼 우리 사회의 인권 수준이 여전히 척박하다는 사실의 각성 아닐까 싶다.

 

※ 민용근 감독은 전작 <혜화, 동>에서와 마찬가지로 젊은 여배우를 캐스팅하고 화면에 매력적으로 담아내는 데 탁월한 감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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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선(2013, If You Were Me 6)
제작사 : 국가인권위원회 / 배급사 : (주)영화사 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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