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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없이 반복되는 욕정의 굴레에 대한 독특한 고찰 뫼비우스
jojoys 2013-09-07 오후 3:06:11 14186   [0]

김기덕 감독스러웠던 드라마 / 한국 / 청소년 관람불가 / 90분 / 김기덕 감독

조재현, 서영주, 이은우 / 개인적임 평점 : 7.5점

 

    안녕하세요?? ^^ 오늘은 지난 목요일(5일) 대구칠곡CGV에서 관람하고 온 「뫼비우스」이야기를 해볼께요. 다들 아시겠지만 「뫼비우스」는 한국 영화계의 왕따, 고독한 천재 등의 수식어로 불리우는 김기덕 감독님의 신작영화인데요. 이미 베니스 영화제에 비경쟁 부문 초청작으로 상영되어 해외 평론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은바 있는 영화 「뫼비우스」가 과연 국내 관객들도 호평을 해줄만한 영화였는지, 아니면 작년에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 사자상까지 수상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로부터 외면 받다시피한 「피에타」와 같은 길을 걷게 될지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도록 할까요? ^^ 

욕정으로 얼룩진 한 가족의 이야기

 

    아침 일찍부터 와인을 들이 붓는 엄마(이은우)와 가족들은 나몰라라한체 내연녀(이은우, 1인2역)와 통화하느라 바쁜 아빠(조재현), 그리고 혼자서는 교복 재킷의 버튼 하나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아직은 부모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나이의 아들(서영주), 이렇게 세 명의 가족이 살고 있는 서울 종로구의 어느 고즈넉한 주택. 겉으로 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이 집에서 어느날 밤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마는데요. 남편의 외도를 참다 못한 아내가 남편의 성기 절단에 실패한 후, 대신 아들의 성기를 절단해 씹어 삼키는 사건이 일어나죠. 그날 밤 이후 엄마는 집을 나간체 소식이 끊어지고, 아빠는 어린 나이에 성불구자가 된 아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받쳐가며 헌신하는 삶을 살아가게 되는데요. 그렇게 아들의 상처가 조금씩 아물어 가고 있을 즈음, 사라졌던 엄마가 불쑥 다시 집에 돌아오게 되고 이들 가족의 비극은 점점 절정을 향해 치닫게 된답니다.

 

    「뫼비우스」는 그동안 김기덕 감독님께서 연출하신 영화들 중에서도 단연 파격적인 스타일의 영화인데요. 하다못해 김기덕 감독님 스스로도 "「뫼비우스」는 나에게도 모험이다."라고 말씀하실 정도니까 말이죠. ^^;; 일단 「뫼비우스」는 대사가 한 마디도 없는 영화라는 점에서부터 급이 다른 파격을 선보이는데요. 마치 무언극(대사 없이 몸짓으로만 하는 연극)처럼 말이죠. 원래 김기덕 감독님의 영화들이 대사가 굉장히 적은 편이긴 하지만 「뫼비우스」는 등장 인물들의 신음과 비명을 제외하고는 전혀 대사가 없기 때문에 일반 대중 관객들의 환영을 받기에는 힘들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

 

    하지만 제가 직접 보고 느낀 「뫼비우스」는 김기덕 감독님의 "관객들이 대사가 아닌 이미지에 집중하게 하고 싶었다"라는 말씀처럼 대사가 전혀 없는 영화인 대신에, 김기덕 감독님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찍은 영상들을 통해 관객들에게 또렷이 전해지는 메세지의 강력함과 여운은 확실히 살아 있는 영화였었는데요. 아마도 「뫼비우스」를 관람하신 관객분들이 상영관을 나서면서 좋은 쪽이던지 나쁜 쪽이던지 간에 '역시 김기덕이야!!'라는 말씀들은 확실히 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

 

※ 이 단락 이후의 내용은 간접적으로나마 스포가 될만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니 스포를 원하지 않으시는 분들께서는 읽지 않으시는게 좋을 것 같네요. ^^

끊없는 욕정의 굴레 속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인간에 관한 이야기

 

    "인간은 욕망으로 태어나고 욕망으로 자신을 복제(자식)한다. 그렇게 우리는 뫼비우스 띠처럼 하나로 연결된 것이고, 결국 내가 나를 질투하고 증오하며 사랑한다"라는 김기덕 감독님의 말씀처럼 「뫼비우스」는 욕정으로 나의 자식을 잉태하고, 그 자식 또한 욕정으로 새로운 생명을 잉태한다는 다소 엉뚱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일리 있는 주장에 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데요. 김기덕 감독님께서 「뫼비우스」를 통해 말씀하고 계시는 이러한 이야기들에 대해 '역시 천재야!'라는 찬사를 말할 것인지, 아니면 '역시 똘아이 감독이야!'라고 말하며 비웃을지는 오롯이 관객 스스로의 몫이지만 말이죠. ^^;;

 

    전 대사 없이 진행되는 「뫼비우스」가 김기덕 감독님께서 직접 밝히신 '관객들을 이미지에 집중하게 하고 싶었다'라는 것과는 약간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졌었는데요. 물론, 대사가 없었던 까닭에 등장 인물들의 행동과 표정에 더더욱 집중할 수 있었던 효과도 분명 있었지만, 전 그보다는 대사가 없는 등장 인물들을 통해 그들을 '인간'이 아닌 욕정에 지배 받는 '동물'로써 그려내고 있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더라구요. 저의 이러한 생각은 욕정 앞에서 짐승처럼 행동하고 울부짖는 등장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한층 더 강력해졌었는데요. 김기덕 감독님께서 의도하신바이건 아니건 간에 「뫼비우스」의 대사 없는 전개 방식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확실히 효과적으로 전달되게 만들어주긴 한 것 같아요. ^^

 

    또한 「뫼비우스」가 표현하고 있는 남성들은 한결 같이 욕정에 사로잡혀 있는데요. 가족 따위는 나몰라라한체 내연녀와 거침 없이 욕정을 불사지르기에 바쁜 아빠에서부터 그러한 아빠의 모습을 보고 화를 내기는커녕 혼자 방안에 틀어박혀 마스터베이션을 하는데 여념 없는 아들, 그리고 내연녀를 집단 성폭행하는 불량배 등 「뫼비우스」는 러닝 타임 내내 욕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남성에 대한 이미지로 가득하죠. 이은우씨가 엄마와 내연녀로 1인2역을 연기하시는 이유도 어떻게 생각해보면 세상 모든 여성들을 욕정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남성들에 대한 은유가 아닐까 싶더라구요.

 

    전 그중에서도 특히 아들에 대한 이미지들이 인상적이었었는데요. 아빠의 불륜 장면을 목격하고도 화를 내기보다는 잔뜩 흥분해서는 마스터베이션을 하느라 여념 없는 모습에서부터 잘려나간 성기 대신 폭력적인 행동을 통해 자신이 여전히 남성성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려 애쓰는 모습, 그리고 구겨서 내던져버린 스킨 마스터베이션에 관한 쪽지를 슬금슬금 주워 들고서는 돌조각을 가지고 오르가즘을 느끼기 위해 애쓰는 모습 등 「뫼비우스」는 아들의 여러가지 이미지를 통해 욕정을 터부시하면서도 마음 한켠으로는 결코 포기하지 못하는 세상 모든 남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어서 감탄스럽더라구요.  

 

    이뿐만이 아니라 「뫼비우스」는 물리적 거세가 욕정을 없애주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성숙이 욕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말하고 있었는데요. 성기가 절단된 후에도 스킨 마스터베이션이나 몸에 박힌 칼날을 흔들어 데면서 오르가즘을 느끼려고 노력하는 영화 속 남성들의 모습을 통해 '욕정'에 대한 남성들의 집착을 느낄 수 있더라구요. 마치 '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여자를 밝힌다'라는 말처럼 정력에 좋다는 음식에 환호하고 비아그라가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현실 세상처럼 말이죠. ^^;;

과연 당신은 욕정으로부터 자유롭습니까?

 

     제가 보고 느낀 「뫼비우스」는 좋든 싫든 간에 욕정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세상 모든 남성들을 향해 '과연 당신은 욕정으로부터 자유롭습니까?'라고 묻고 있는 영화였던 것 같아요. 특히 엔딩씬에서 스스로 모든 것을 포기한체 행자가 되어 욕정을 비워낸 아들의 미소를 클로즈업 하는 장면은 마치 김기덕 감독님께서 관객들을 향해 "욕정을 모두 비운 삶이야 말로 진정 인간다운 삶이다"라고 대놓고 말하고 계신듯한 느낌마저 들었었는데요.

 

    김기덕 감독님과 그의 원조 페르소나(「악어(1996)」, 「야생동물 보호구역(1997)」, 「섬(2000)」, 「수취인불명(2001)」, 「나쁜남자(2002)」)이셨던 조재현씨가 11년만에 다시 뭉친 영화 「뫼비우스」는 김기덕 감독님의 작품들이 그러하듯 거칠고 투박하지만 강렬한 메세지를 선사해주는 그런 영화로 제게 기억될 것 같네요. ^^

 

    전 그럼 이쯤에서 「뫼비우스」 리뷰는 마치고 조만간 「미스 체인지」나 「스파이」 리뷰로 다시 찾아뵙도록 할께요. 모두들 즐거운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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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비우스(2013, Moebius)
제작사 : 김기덕 필름 / 배급사 : (주)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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