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 블롬캠프스러웠던 SF / 미국 / 청소년 관람불가 / 109분 / 닐 블롬캠프 감독
맷 데이먼, 조디 포스터, 윌리엄 피츠너.. / 제작비 1억1,500만불 / 개인적인 평점 : 8.5점
안녕하세요?? ^^ 오늘은 지난 목요일(29일) 메가박스 북대구에서 관람하고 온 「엘리시움」이야기를 해볼까요?? 다들 아시다시피 「엘리시움」은 지난 2009년 「디스트릭트9」을 통해 29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화려하게 헐리우드에 데뷔한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의 닐 블롬캠프 감독의 두 번째 헐리우드 SF영화인데요. 일부 국내 관객들은 본인들이 기대했던 SF액션 영화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디스트릭트9」에 대해 거침없는 혹평을 쏟아내기도 했었지만, 반대로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의 거대 우주선이라는 설정 속에 인종 차별과 빈부 격차, 에이즈, 의료 시스템 등에 대한 현실 문제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담아낸 독특한 SF영화라는 이유로 (저처럼) 찬사를 쏟아내신 분들도 많았던 영화였죠. ^^
그리고 자신이 직접 각본과 연출까지 맡았던 「디스트릭트9」 한편으로 인해 '헐리웃을 이끌 젊은 천재 감독'이라는 수식어까지 부여받았던 닐 블롬캠프 감독이 내놓은 4년만의 신작, 「엘리시움」. 과연 천재라는 명성에 걸맞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영화였는지 지금부터 한 번 살짝 들여다볼까요? ^^
2154년, 1%의 부자들을 위해 짐승만도 못한 삶을 살아가는 99%의 인류
21세기 말, 최상위 1%의 계층은 질병과 오염 그리고 인구 폭증으로 인해 망가질데로 망가져버린 지구를 버리고 지구 궤도상에 건설한 초대형 우주 정거장 '엘리시움'으로 이주하게 되는데요. 그날 이후, 지구에 남겨진 나머지 99%의 인류는 드로이드들의 강압적인 통제를 받으며 엘리시움에 머물고 있는 1% 인류를 살찌우기 위해 짐승만도 못한 비참한 삶을 살아가고 있죠. 그러한 미래 지구의 로스엔젤레스에서 드로이드를 만드는 아머다인 공장에서 생산직으로 근무하고 있던 맥스(맷 데이먼)는 작업 도중 치명적인 량의 방사능에 노출되는 사고를 당해 5일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되지만, 회사측은 사고 보상은 커녕 진통제 몇 알과 함께 "Thank you for your service."라는 말 한마디만을 남길 뿐이죠. 그렇게 꼼짝 없이 죽을 날만을 받아 놓은 맥스는 마지막 수단으로 엘리시움의 모든 가정집에 구비되어 있는 메디컬 머신의 힘을 빌리기로 마음 먹는데요. 스캔 한 번만으로 모든 질병을 완치시키는 메디컬 머신이지만 엘리시움까지 살아서 도착하기란 하늘에 별따기인 현실 속에서 과연 맥스는 무사히 엘리시움에 도착해 자신의 병을 고칠 수 있을까요?? ^^
지난 2009년, 불과 3천만불에 불과한 제작비로 자신이 직접 각본과 연출을 도맡아 완성시켰던 닐 블롬캠프 감독의 헐리우드 데뷔작 「디스트릭트9」은 '과연 이 영화가 3천만불짜리 영화가 맞나?'싶을 정도의 완성도 높은 CG를 바탕으로 펼쳐지는 SF적인 이야기 속에 인종 차별 문제, 의료 정책 문제, 에이즈 문제, 관료주의 등등 수 많은 현실 문제 등을 담아냄으로써 영화 평론가들은 물론, 수 많은 영화팬들을 매료시켰었는데요. 덕분에 「엘리시움」의 개봉일만을 애타게 기다려오신 분들이 꽤 많으셨죠. 물론, 저 또한 그 중 한 명이었구요. ^^
결론부터 말하자면 「엘리시움」은 「디스트릭트9」의 액션 추가 버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디스트릭트9」이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들이 지구인들로부터 겪게 되는 멸시와 탄압 등을 통해 인종 차별에 관한 메세지에 집중했다면, 「엘리시움」은 단 한번의 스캔만으로도 모든 질병의 완치는 물론 각종 성형 수술까지 완벽하게 해내는 메디컬 머신을 통해 소유한 부의 정도에 따라 수명이 판가름 나는 현대 의료 체계를 빗댄 메세지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었는데요. 「디스트릭트9」에서 액션의 부재를 아쉬워했던 관객들이 많았던 탓인지 「엘리시움」은 맥스와 커티스의 추격전을 통해 액션씬을 선보이고는 있기는 하지만, 「엘리시움」은 어디까지나 액션보다는 스토리 속에 담겨져 있는 현실 문제에 대한 신랄한 메세지가 핵심인 영화였다고 생각되네요. 그런 까닭에 화끈한 SF액션 영화를 기대하신 분들은 「엘리시움」에 실망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보이기도 하구 말이죠. ^^;;
미래에 대한 이야기 속에 담겨져 있는 현재의 모습
「엘리시움」은 140년 후 미래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그 속에 담겨진 이야기는 현대 세상의 이야기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데요. 지구인들이 공장에서 생산한 드로이드가 정작 지구인을 위해 사용되기는커녕 오히려 '(1%의 엘리시움 시민에게는 예외인) 무관용의 원칙'을 내세우며 지구인들을 강압적으로 통제하는 2154년의 지구가, 서민들의 혈세로 운영되는 국가 기관들이 정작 서민을 위한 정책보다는 알게 모르게 기득권층을 위한 정책에 집중하고 있는 현대의 지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처럼 말이죠. ^^;;
이 밖에도 닐 블롬캠프 감독은 「디스트릭트9」에서 그러했듯, 「엘리시움」을 통해 의료 시스템 문제 및 부의 쏠림 현상등 여러 다양한 현실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는데요. 그 중에서도 특히 흥미로웠던 점은 각 캐릭터를 통해 현대 사회의 병폐를 효과적이고 또 자연스럽게 영화속에서 표현해 내고 있는 점이었답니다. 2154년의 지구인들이 남미 이주 노동자를 상징하는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반면, 엘리시움 시민들은 귀족을 연상시키는 불어로 대화를 나누고, 맥스를 뒤쫓는 크루거(샬토 코플리)가 독일 악센트(전 나치즘을 상징하는 것으로 느껴지더라구요. ㅎ)를 사용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 외에도 언제 해고당할지 모르는 고용 불안에 시달리다가 결국에는 'Thank you for your service.'라는 영혼 없는 인사말을 끝으로 직장에서 쫓겨나는 맥스를 통해 우리는 현대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모습을 보기도 하고, 목숨을 걸고 밀입국을 시도하는 지구인들을 필사적으로 사냥함과 동시에 밀입국자에 대해 온건한 태도를 보이는 정치인들을 향해 썩어빠졌다고 비아냥 거리며, 한편으로는 쿠데타를 도모하는 델라코트 국방장관의 모습은 '힘이 곧 정의'라 말하는 미국의 신보수주의자들을 연상시키기도 하죠. 이처럼 「엘리시움」은 영상 하나하나에 담겨져 있는 닐 블롬캠프 감독의 메세지를 읽는 재미가 꽤나 쏠쏠한 영화랍니다. ^^
실사와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닐 블롬캠프 스타일의 CG
요즘엔 대부분의 영화가 완성도 높은 CG를 보여주긴 하지만, 닐 블롬캠프 감독은 「디스트릭트9」에서 보여줬던 외계인과 인간이 실제로 같은 카메라 앵글 속에서 함께 연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즉 실사와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스타일의 CG를 이번 「엘리시움」에서도 보여주고 있었는데요. 「디스트릭트9」보다 제작비도 4배나 많아진만큼 닐 블롬캠프 감독이 선보이는 미래 세계의 모습도 (외계인 난민촌으로만 제한되었던「디스트릭트9」에 비해) 훨씬 다양해졌답니다. ^^
그 중에서도 전 다양한 종류의 드로이드들에게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던데요. 번쩍번쩍 빛나는 외관에 큼지막한 소총을 들고 칼라일(윌리엄 피츠너) 사장의 양 옆을 지키는 시큐리티 드로이드부터 새빨간 외관의 홈랜드 시큐리티 드로이드 등 다양한 종류의 드로이드들이 「엘리시움」에 등장하는데요. 이들 드로이드들은 단순한 볼거리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드로이드들이 권력층의 하수인격인 직업군을 맡음으로써 2013년의 지구를 향해 냉소를 날리고 있더라구요. 권력층에게는 저자세이면서 서민들에게는 고자세인 경찰과 공무원, 환자를 인간이 아닌 돈으로만 생각하는 의사 등이 그러한데요. (물론, 실제 경찰, 공무원, 의사분들 중에서는 좋으신 분들도 계시지만요. ^^) 「엘리시움」은 영화에서 오로지 엘리시움의 시민만을 섬기던 드로이드들이 나중에는 지구인들까지도 섬기는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돈과 힘있는 자만을 섬기는 몇몇 직업군에 대해 따끔한 일침을 놓기도 하더라구요. ^^
그리고 이번 「엘리시움」에서는 닐 블롬캠프 감독이 SF액션까지 관객들에게 선보여주는데요. 시큐리티 드루이드와의 전투라던지 크루거의 블레이드 실드(?) 등이 닐 블롬캠프 감독의 실사같은 CG와 어우러져 볼만하긴 했지만, 특별하기까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전 사실 액션보다도 「엘리시움」이 표현하고 있는 여러 현실 문제에 대한 메세지라던지 「디스트릭트9」에서 외계인으로 변이되어 가는 인간 비커스를 연기했던 샬토 코플리가 극악무도한 사이코 요원 크루거를 연기한다는 점 등을 훨씬 흥미롭게 지켜봤던 것 같아요. ^^
하나된 지구를 염원하는 닐 블롬캠프 감독의 SF
닐 블롬캠프 감독은 「엘리시움」의 이야기를 통해 나날이 심해져 가는 빈부 격차로 인해 둘로 갈려진 인류가 아닌,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인류에 대한 염원을 표현하고 있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해답이 있을 수 없는 추상적인 주제에 관한 철학적인 메세지들을 열린 결말로 담아냈던 「설국열차」보다는 현재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와 감독 스스로가 생각하는 미래상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 전반에 걸쳐 구체적이면서도 명확하게 담아내고 있는 「엘리시움」이 훨씬 제 취향에 잘 맞았던것 같아요. 제가 워낙에 맺고 끊음이 확실한걸 좋아하는 성격이라서 그런가봐요. ^^
「엘리시움」에 담겨진 맥스의 살아남고자 하는 집념이 영화 속에 담겨진 메세지를 미처 읽지 못하고 지나치신 분들에게는 말그대로 '밋밋한 발악'으로만 보여질 수도 있겠지만, 닐 블롬캠프 감독이 영화 곳곳에서 말하고 있는 여러 메세지들을 읽어 내신 관객분들에게는 꽤나 훌륭한 SF영화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네요. ㅎ
이번주는 일 때문에 바빠서 리뷰가 좀 많이 늦어지고 말았는데요. 조만간 지난 금요일(30일)에 관람하고 온 「잡스」 리뷰로 또 찾아뵙도록 할께요. 그럼 남은 주말 모두들 즐겁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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