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우드 부럽지 않은 3D 효과에 깜짝 놀라게 되는 드라마 / 한국 / 12세 관람가 / 132분
김용화 감독 / 성동일, 서교, 김강우, 김정태, 마동석, 오다기리 조, 류현진, 추신수, 김정은..
제작비 225억 / 개인적인 평점 : 8.5점
다들 무더위 잘 견뎌내고 계신가요?? 전 우리나라에서 제일 덥다는 이곳 대구에서 태어나 34년째 살고 있건만, 도무지 더위에는 적응이 되질 않네요.. 에어콘 없었다면 전 정말 죽었을지도 몰라요.. ^^;; 오늘은 지난 월요일(8일) 대구CGV에서 3D 시사회로 관람하고 온 「미스터 고」 이야기를 해볼려구요.. ㅎ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미스터 고」는 허영만 작가님의 1985년作「제7구단」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영화인데요.. 93년도에 절판되었던 원작도 「미스터 고」 덕에 최근 재출간되기도 하였죠.. ㅎ 특히, 「미스터 고」가 주목받고 있는 점은 총 제작비 225억을 들여 우리나라 최초로 촬영 단계에서부터 3D 카메라를 이용해 찍은 영화라는 점인데요.. 과연, 만족할만한 완성도를 보여주는 영화였을지 지금부터 한번 살펴볼까요??
아, 그전에 잠깐 지금까지 제작된 한국 영화들 중 최고의 제작비를 기록한 영화들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 한국영화 제작비 BEST 10을 한번 정리해봤어요.. (이 표에 사용된 관객 수는 한국영화진흥위원회(KOFIC)의 통계 자료를 참고하였습니다.)
< 한국 영화 제작비 BEST 10 >
영화마다 개봉 시기에 차이가 있어서 손익분기점 돌파 여부를 판단 및 비교하기가 쉽진 않지만(예전에는 제작비가 100억일 경우 손익분기점을 대략 600만으로 보던 시절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컨텐츠 사업, 해외 수출 여부 등 극장 수입 외 부분이 차지하는 액수가 꽤 크기 때문에 단순하게 관객 수만 보고서 손익분기점 돌파 여부를 판단하기가 어렵네요.. ^^;;) 대충 누적관객수만 보더라도 손익분기점을 돌파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이는 영화들이 제법 있죠?? ^^ 참고로 「타워」가 턱걸이로 손익분기점을 돌파한 영화랍니다.. ㅎ
타격하는 로랜드 고릴라 한국 프로야구 정식 선수로 등록되다!!
중국 연변에 위치한 룽화 서커스단의 소녀 단장 자오 웨이웨이(서교)는 불법 야구 도박 중독자였던 돌아가신 할아버지(변희봉)가 남겨 놓은 부채 10억을 텐진 파이낸스의 대표 림 샤오강(김희원)에게 상환할 방법을 찾지 못해 하루하루 피가 말라가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류현진, 추신수, 김태균, 김선우, 임창용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야구 선수들을 해외로 진출시킨 슈퍼 에이전트인 성충수(성동일)가 웨이웨이 앞에 나타나서는 꼴찌를 달리고 있는(영화에서 그렇다는 말이니 두산팬분들 너무 기분 상해하지 마세요.. ^^;;) 두산 베어스에 링링을 입단시킬 것을 권유하죠. 당장에 돈이 급한 웨이웨이는 그렇게 앞뒤 따지지도 않고 바로 링링과 함께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되면서 「미스터 고」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답니다.. ^^
「미스터 고」가 수 개월전부터 극장등에서 꾸준하게 광고 영상을 통해 홍보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미스터 고」라는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조차 모르시는 분들이 참 많으시던데요. 게다가 「미스터 고」에 대해 알고 계신 분들이라고 하더라도 "고릴라가 야구를 한다고?? 무슨 그런 이상한 영화가 다 있어??"와 같은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내기 일쑤이구요. 저 또한 매주 극장을 갈 때 마다 보게되는 「미스터 고」의 광고 영상을 보면서도 솔직히 '뭐, 별거 있겠어?'라는 생각을 가졌던게 사실이었죠. ^^;; 게다가 예고편 영상을 봤을 때, 웬지 링링의 이미지가 실사인 배경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던 까닭에 시사회 날, 영화가 시작하기 직전까지도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었는데요. 하지만 영화가 시작됨과 동시에 링링이 배트를 휘둘러 쳐내는 야구공에 깜짝 놀라게 되는 순간부터 '어라?? 3D 효과, 살~아있네!!'라는 생각이 머리 속에 들게 되면서 저도 모르게 영화에 흠뻑 빠져들게 되더라구요.
항간에서는 「미스터 고」가 우리나라에서 만든 3D 영화라는 이유로 지난 2011년 개봉했던 「7광구」의 악몽을 떠올리며 '우리나라가 3D 영화를 만들어 봤자지..'라는 말씀들을 하시는 분들도 계신걸로 알고 있는데요. 제가 극장에서 직접 보고 온 「미스터 고」의 3D 효과는 헐리우드의 그 어떤 3D 영화와 비교해봐도 절대 실망스럽지 않은 수준이었다고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여기에 CG로 구현해낸 링링과 레이팅 두 마리의 고릴라와 실사 영상과의 어울림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구 말이죠. 쉽게 말해, 지난 2011년 개봉했던 「혹성탈출:진화의 시작(제작비 9,300만불」과 비슷한 수준의 영상을 「미스터 고」가 보여준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다만, 「미스터 고」는 링링과 레이팅 단 두 마리의 고릴라만 출연하지만 말이죠.. ㅎ
3D로 감상하는 잠실 본즈 링링의 홈런쇼.. ^^
얼마 전, 맥스무비에서 「미스터 고」와 관련된 흥미로운 기사를 본적이 있는데요. 다름 아닌, '과연 고릴라가 야구를 하는 것이 가능한가?'하는 질문에 대한 사육사, 수의사, 프로야구 해설위원분들의 답변을 실어 놓은 기사였죠. ㅎ 사육사분은 본인이 10년 동안 고릴라를 지켜보면서 어떤 물건을 들고 치는 것은 한번도 보지 못했지만 물건을 던져서 주고 받는 행동은 고릴라가 자주 하는 것을 봐왔기 때문에 투수를 한다면 가능할 것 같다는 답변을 해주셨고, 수의사분의 경우에는 유인원 중에서도 인간과 가장 흡사한 골격과 근육을 가진 고릴라인데다가 인간보다 훨씬 강인한 근육을 가졌기 때문에 어쩌면 사람보다도 야구를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대답을 하셨던데요. 하지만 현역 프로야구 해설위원분은 경기 중에 수시로 수 많은 싸인이 왔다갔다 하는 야구의 특성상 고릴라가 야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부정적인 답변을 해주셨더라구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전 가능할 것도 같은데 말이죠.. ^^
어쨌거나 실제로 고릴라가 야구를 하는 것이 가능하든 불가능하던간에 「미스터 고」에 등장하는 잠실 본즈 링링은 무시무시한 파괴력으로 타석에 섰다하면 야구공을 외야 펜스에 꽂아버리는데요. 타석에 선 로랜드 고릴라의 이색적인 장면에서부터 어떤 코스, 어떤 구질의 공이든 무지막지한 스윙으로 시원하게 하늘 높이 날려버리는 링링의 호쾌한 타격음은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청량감을 관객들에게 선사하죠. ㅎ
물론, 영화가 '야구하는 고릴라'에 포커스가 맞춰지다보니 정작 야구를 하는 인간에 대한 부분은 거의 다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야구 영화'를 기대하신 분들에게는 실망스럽게 느껴지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영화를 보러 가실 때, 야구 영화를 기대하시기 보다는 인간보다 더 휴머니즘 넘치는 고릴라 링링을 통해 진정한 인간다움을 배워 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라고 생각하시면 「미스터 고」를 재밌게 관람하시지 않을까 싶네요.ㅎ
인간다움을 잃어버린 캐릭터들을 통한 자기 반성의 시간까지.. ㅎ
앞 단락에서도 잠깐 말씀드렸듯이, 「미스터 고」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저마다의 이기적인 욕심 때문에 인감다움을 잃어버린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15살 소녀가 홀로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10억이라는 빚더미에 치여 말 끝마다 돈, 돈, 돈!! 을 외치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돈의 노예가 되어버린 웨이웨이에서부터, 돈이 되는 선수라면 그 선수가 설사 사람이 아닌 짐승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그 방법이 비록 비열하고 부도덕하다 할지라도 말이죠.)을 사용해 한푼이라도 더 많은 돈을 뜯어내는 인간 사냥꾼 성충수, 여기에 승리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두산 베어스의 젊은 단장 김찬균(김강우), 이 밖에도 돈 앞에서 비굴하고 비열해지는 KBO 총재와 사무총장이나 팀의 승리를 위해 아무렇지 않게 링링의 얼굴을 향해 빈볼을 던지는 상대팀 투수들, 자신은 '믿음'을 가장 소중하게 여긴다고 말해 놓구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기 스스로 그 믿음을 깨버리는 주니치 드래곤즈의 이토 히로시(오다기리 조) 구단주 등 「미스터 고」는 코믹한 스토리 속에 현대인들의 온갖 추악한 모습들을 그대로 투영해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있었는데요. 그러한 그들의 코믹한 모습을 보면서 정신없이 웃다가도 문득 그들의 모습이 지금에 내 모습은 아닐까 싶은 생각에 뒷맛이 씁쓸해지기도 했는데요.. ㅎ
특히,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의 탐욕에 찌들대로 찌든 모습인데 반해 그들이 짐승이라 업신 여기고 무시하던 링링은 그 어떤 사람보다도 넓고 따뜻한 마음으로 웨이웨이와 충수를 보다듬어 주는데요. 그런 링링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저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리면서 부끄러워지기까지 하더라구요.. ㅎ 링링이 비록 짐승이긴 하지만 웬만한 사람보다 훨씬 더 인간다운 것 같죠?? ^^
이상하리만치 대중들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게 불안요소..
리뷰 중에서도 몇 번 언급했지만 「미스터 고」는 지금까지 제작된 한국 영화들 중 네번째로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이상하리만치 사람들로부터 이슈화 되지 못하고 있는데요. 아직 개봉일을 한달여나 남겨둔 「설국열차」만 하더라도 수시로 실시간 검색 순위를 오르내리며 많은 분들의 기대를 받고 있는 것과는 너무나 비교될 정도로 말이죠. 그렇게 「미스터 고」의 시사회를 다녀온 후 몇일 동안, 개인적으로 「미스터 고」가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궁금해 하던 와중에 주위 사람들에게 제가 「미스터 고」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을 때, 그분들이 보인 반응을 통해 어림잡아 짐작해볼 수 있었는데요.
첫번 째로 중국 배우가 주인공이라는 사실에 반감을 가지는 분들이 의외로 꽤 많으셔서 깜짝 놀랐는데요. 우리나라에 이렇게나 우국 열사(^^;;)분들이 많으신줄은 꿈에도 몰랐었거든요. "왜 우리나라 영화에 X개X(중국 여자)을 주인공으로 쓰느냐!!"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아서 정~말정말 깜짝 놀랐는데요. 그래서 제가 제작비의 25%를 중국의 화이 브라더스라는 회사에서 투자를 한데다가, 그 회사 덕분에 이미 중국 내 5,000개 이상의 스크린을 확보한 상태라는 이야기를 했더니 대뜸 「미스터 고」의 제작진을 향해 입에 담지 못할 막말까지 쏟아내는 분들도 계시더라구요. ^^;; 나이가 많으신 분이면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말텐데, 저보다 한참 어린 20대 초중반이신분들까지 중국에 대한 강한 적대심을 보이셔서 개인적으로 더더욱 충격적이었는데요. 물론 제가 유난히 중국에 대한 강한 적대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만을 만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어찌되었건 그분들이 저한테 보이셨던 중국인 배우에 대한 거부감은 이 점이「미스터 고」의 흥행에 있어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도 있음을 느끼게 해주더라구요.
두번 째로는 링링이 소속된 구단에 관한 것인데요. 개인적으로도 김용화 감독님께서 국내 프로야구에서 팬층이 가장 두터운 기아나 롯데 같은 팀을 제쳐두고 왜 두산 베어스를 선택하셨을까 궁금했었는데 몇일 전 언론 시사회 인터뷰에서 김용화 감독님께서 직접 그 이유를 말씀하셨더라구요. ㅎ 링링이 두산 베어스를 입고 영화에 출연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두산과 NC만이 흔쾌히 실명 사용을 허락해줬다'는 것이었는데요. 의외로 간단한 이유죠?? 전 김용화 감독님이 두산 베어스의 열혈팬이신게 아닐까 했었는데 말이죠. ^^;; 하지만 링링이 두산 베어스 구단의 유니폼을 입고 뛴다는 점에 대한 적대심을 표현하시는 분들도 온라인상에 벌써부터 꽤 계시더라구요.(이유는 야구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다들 아실만한 이유인데다 제가 그런 류의 이야기를 길게 하는 것을 엄~청 싫어하기 때문에 따로 말씀드리진 않을께요. ㅎ) 부디 '자신이 응원하는 팀'만 사랑하지 마시고 '야구 그 자체'를 사랑해 주시면 안될까요?? ^^
어쨌든 요 몇일 동안 주위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제가 직접 느낀 바로는 중국인 주연 배우와 두산 베어스, 이 두 가지 팩트가 「미스터 고」의 국내 흥행에 있어 마이너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충분해 보였었는데요. 끌리지 않는 영화를 선택하지 않으시는 것은 물론 관객분들의 자유이지만 부디 영화를 보시지도 않았으면서 몇 가지 단편적인 팩트들만 가지고 수 많은 스텝의 땀과 노력으로 완성한 작품을 폄하하지는 말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적어도 제가 느낀 「미스터 고」는 충분히 박수를 받아도 될만큼 재밌게 잘 만든 영화였거든요. ^^
웃음과 볼거리가 가득한 링링의 한국 프로야구 도전기, 「미스터 고」!! 같은 주 개봉하는 이병헌 씨의 또 다른 헐리우드 진출작 「RED2」와의 치열한 대결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진진할 것 같네요. ㅎ 전 그럼 조만간 호러킹이 만든 SF영화 「퍼시픽 림」 리뷰로 또 찾아뵐께요. 무더운 날씨에 다들 건강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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