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작가를 지망했던 제르망(파브리스 루치니)은 현재 고등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중년 교사다. 제르망은 새로 담임을 맡은 반에서 클로드(어니스트 움하우어)라는 학생이 작문에 재능을 보이자, 작가로서의 능력을 키워주고자 방과 후에 그를 가르치기 시작한다.
그런데 클로드의 글쓰기에 이상한 행동이 포착된다. 타인을 관찰하고 영감을 얻어 상상의 날개를 펴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지만, 문제는 클로드가 실제로 경험하지 않으면 글이 써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영감을 얻은 대상의 삶에 부적절하게 개입한다는 점이다.
제르망은 비평가 입장에서 클로드의 글을 이리저리 비판하고 클로드의 이야기에 방향을 잡아주며 상상의 길을 열어주는 듯 했지만, 클로드의 비이상적인 문체가 서서히 완성되어 감에 따라 클로드가 오히려 제르망을 소설 속 캐릭터처럼 조종하기에 이른다. 제르망은 클로드에게 홀린 듯 동참하게 되고, 두 사람을 둘러싼 주변 상황이 악화 일로로 치닫는다.
프랑스 영화계의 젊은 거장 프랑소와 오종의 신작 <인 더 하우스>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짜인지 종잡을 수 없도록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마구 뛰어넘으며 관객들의 뇌세포를 희롱하는 발칙하고도 유쾌한 작품이다. 친구 라파(바스찬 유게토)의 집을 염탐하던 클로드가 결국 라파의 집에 들어가 라파의 어머니 에스더(엠마누엘 자이그너)를 탐하기까지, 제르망-클로드-관객들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긴장감 속에 이어진다.
그리고 작문이라는 허구를 빙자한 클로드의 욕망, 즉 영화 <인 더 하우스>의 결말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렛 미 인>이 오버랩 되듯 떠오르는 마지막 장면은 잔잔하지만 흥미로운 파괴력을 지녔다. 프랑소와 오종의 화려한 귀환이라 할만하다. 주연인 파브리스 루치니와 어니스트 움하우어를 비롯한 모든 배우의 연기가 좋다. 특히 <케빈에 대하여>의 에즈라 밀러 같은 잠재력을 보여준 어니스트 움하우어의 깊은 미소는 쉽게 잊을 수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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