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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도 엉터리지만, 일단 너무 지루하고 재미없다.. 호스트
ldk209 2013-06-27 오전 11:36:26 1108   [0]

 

설정도 엉터리지만, 일단 너무 지루하고 재미없다.. ★☆

 

뒤늦게 이 영화를 찾아보고 뼈저린 후회를 하고 있는 중이다. <트라일라잇> 시리즈의 저자 스테파니 메이어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라는 걸 알았다면, 처음부터 아예 가까이 두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데뷔작 <가타카> 이후 꾸준히 망작, 특히 전작인 <인 타임>으로 최저점을 찍었다고 생각한 앤드류 니콜이 땅을 파고 더 아래로 내려갈 줄이야. 앤드류 니콜의 재능은 데뷔작으로 다 소진해 버린 것인가.

 

아무튼 이야기는 이렇다. 이미 지구는 뇌에 이식되어 그 인간의 몸과 정신을 조정하는 외계 생명체 ‘소울’에 의해 거의 점령된 상태다. 이들을 피해 도망 다니던 멜라니(시얼샤 로넌)는 동생을 살리려다 잡혀 소울 ‘완다’가 이식되어 들어온다. 그러나 멜라니의 영혼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 멜라니의 육체엔 멜라니, 완다가 함께 공존하게 된다. 씨커(다니엘 크루거)를 피해 아직 정복되지 않은 지구인들이 모여 있는 외딴 곳으로 도망간 멜라니/완다는 완다와 헤어졌던 연인 제라드와 완다에게 호감을 품게 되는 이안을 만나, 같이 생활하게 된다.

 

아무리 소설이든 영화든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욕한다 해도, 그래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은 그 시리즈에 내재해있던 젊음의 활력이었다. 그런데 <호스트>는 스테파니 메이어 작품에 그나마 장점이라고 꼽아줄 젊음의 활력조차 보이질 않는다. 젊은이들이 주로 나오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일단 <호스트>는 아무리 SF영화이고, 현실이라든가 과학 법칙의 제한이 없다 하더라도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엉터리 설정이 난무한다. 외과 수술을 통해 이식되는 소울이 도대체 어떻게 수십억 인류를 정복하게 된 것일까? 멜라니를 붙잡아 소울을 이식하는 과정을 보면, 인류를 정복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할지 감도 오지 않는다. 게다가 한 명에게 소울을 이식시키기 위해 몇 명의 씨커들이 동원되는 데, 그 첫 단추는 어떻게 끼워진 것일까? 당연히 영화는 답을 하지 않는다. 아니 못할 것이다. 총과 같은 치명적 무기도 없는 씨커의 존재도 참으로 안일하기 짝이 없다. 무수히 많은 감염자들을 죽여 왔을 소수의 생존자들이 별 맥락도 없이 그저 친척이라는 이유로 감염자를 살려주는 것도 참 어처구니없다.

 

물론, 영화가 지구인과 외계생명체의 공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내세우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긴 하다. 그런데 이게 딱히 소울이나 지구인이나 협상의 주체가 될 세력도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조금 과격하고 유달리 집착을 보이는 씨커 몇 명을 제거한다고 희망찬 미래가 보장되겠는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보듯이 결국 정복당하지 않으려면 무력으로 상대와 맞서는 방법 말고는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스테파니 메이어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인 엇갈리는 사랑, 이 영화의 4각 관계에 대해선 말하기조차 싫다. 어처구니없는 걸 떠나 그냥 지루하고 재미없다. 대체 다이앤 크루거, 시얼샤 로넌 같은 좋은 배우들 데려다 대체 뭔 짓을 한 건지.

 

※ 다른 존재가 내 머릿속에 들어와 나라는 존재를 지우고 내 육체를 조종한다고 하니 당연히 거부감도 들고 저항하는 것이야 당연하겠다 싶지만, 소울이 지구인을 정복해 만든 평화롭고 환경과 조화로운 지구를 보고 있자니, 차라리 소울이 인류 대신 지구에서 살아가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다.

 

※ 영화의 마지막에 에밀리 브라우닝이 작은 역할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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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트(2013, The 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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