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빵 같은 감성이 아이들에겐 필요합니다.
혹시 애니메이션 <구름빵> 보셨나요? 저는 집에 있을 때 몇 번 본 적이 있습니다. 처음엔 종이처럼 오려진 고양이 캐릭터가 좀 밋밋해 보이고 허전해 보였습니다. 이게 뭔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밋밋하여 맛이 없을 듯한 작은 에피소드들과 그 캐릭터에 이상하게도 정이 가는 겁니다. 드물긴 하지만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으면 구름빵 고양이 캐릭터가 빈 공간, 빈 하늘에서 나타났습니다. 깜빡! 생각하고 나서 참 엉뚱하다 싶어 배시시 웃으면서 얼른 상황에서 빠져나오긴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잠깐이나마 어린이가 된 것 마냥 한 번 후다닥 생각하고 나서 다시금 바쁜 생활에 전념하게 됩니다. 이와 같은 매력을 일본 만화책에서도 찾을 수 있는 데요, 역시 가끔 읽는 <요츠바랑>이라는 만화입니다. 이 역시 어른이 보기에는 별 거 없습니다. 아빠와 딸(요츠바!)이 생활하면서 어린 딸 요츠바가 저질러 놓은 소소한 사고들을 보면서 아빠가 딸을 가르치기도 하고, 어른에게서는 나올 수 없는 아이의 작고 당황스러운 사고에 아빠와 옆집 언니들-요츠바와 잘 놀아주는 언니들-은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웃음을 가득 품게 되고, 그러한 일상을 풀어놓은 게 이 만화의 전부입니다. 무더운 여름 자신의 작은 팔뚝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는 모습조차 예뻐보이는 요츠바-최근 야구선수 류현진 선수와 캐치볼을 했던 소년의 귀여움도 생각이 나고...합니다- 때문에 별 거 없어보이는 이 만화책이 정겹게 느껴집니다.
위와 같이 따지자면 영화 <미나문방구> 역시 어른이 보기에는 허전해 보입니다. 허전합니다. 자극적인 요소가 없습니다. 심심한 면도 있습니다. 사실입니다. 미나가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차 사고가 나 한 번 버럭하고 난 상황을 빼놓고는 자극이 될만한 게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런데 보고 나니 아름답습니다. 우선, 이 작품으로 자신의 어린 추억과 아버지에 대한 부성애를 느낄 수 있습니다. 자신의 어린 추억을 더듬을 수 있는 세대는 지금의 20대가 아닌 30대이자 어쩌면 40대까지도 과거를 그려볼 수 있는 추억일 것이며, 작품을 통해 느껴지는 부성애는 아주 어린 꼬마가 아니라면 느낄 수 있는 전 연령의 정도입니다. 미나가 아버지에게서 느끼는 껄끄러움이 나중에는 감동이 되어 잔잔하고 어쩌면 깊게 밀려옵니다. 평일이고 낮이라 몇 안 되는 관객 속에서도 눈물을 훔치는 여성의 울음소리가 상영관 안에서 짧게 들렸거든요. 힐링 영화가 맞는가 봅니다.
이야기는 이러합니다. 경기도 소속 공무원인 미나는, 세금을 안 내고 피해다니는 사람들을 찾아가 세금에 대한 의무를 고지하거나 고발의 목적이 될 만한 명분 등을 말해주는 일을 합니다. 어느 날, 그러한 이유로 찾아간 집에서 물벼락을 맞고 화가 잔뜩 난 상태에서 차를 몰고 오는데 옆에서는 또 자꾸만 끼어드는 차가 있었고, 결국 사고를 냅니다. 미나는 내려서 "여자가(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라며 울음섞인 목소리로 고함을 치고 자신에게 물벼락을 내린 그 갑부 남성에게 다시 찾아가, 보기 좋게 차 사이드미러를 날려줍니다. 나이스~ 하지만 결과는 정직 2개월... ... 사귀던 남자는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한댑니다. 더 황당한 건 미나 자신을 사귀기 전에 이미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었다는 사실. 도심 사회와 사람에 대한 짜증의 연속인 상황에서 미나는 결국 고향이자 자신의 아버지가 지키고 있던 학교 앞 문방구를 팔 생각에 내려갑니다. 아버지가 쓰러지셔서 병원에 있는 사이 그 구질구질한 오래된 문방구를 처분하기로 한 겁니다. 그 문방구 <미나문방구>는 자신이 어린 시절 방구라는 별명으로 왕따가 되게 만든 장소입니다. 미나에게는 좋은 기억이 만무합니다. 때문에 속 시원히 팔아야죠. 하지만 오래된 문방구를 살 사람이 쉽게 나타나지 않습니다. 짜증이 더 올라찹니다. 안 그래도 팔리지 않는 문방구에 어린 아이들만 벌레처럼 득실되어 떠들어대니 이건 도심이나 문방구나 별반 다를 게 없는 미나입니다. 어느 날, 문방구를 둘러보겠다고 복덕방 아저씨와 사람 둘이 찾아 옵니다. 문방구를 사려고 한 사람이 '손님이 너무 없는 거 아니냐'는 말을 복덕방 아저씨께 전한 후 살까말까 망설인다고, 미나는 그렇게 전해 듣습니다. 그 날 이후 미나문방구는 3+1/ 2+1/ 1+1 등의 파격 세일은 물론, 끼어팔기, 쿠폰제-쿠폰을 다 모으면 아이에게 선물을 주는-, 오래 전 미나가 익혀 두었던 팽이치기-두 줄 걸어 팽이 들기-, 고무줄 놀이-고무줄 놀이할 때 부르던 그 전설의 명곡-, 지우개 따먹기-지우개에 압정을 박아 잘 넘어가게 하기-, 평상에서 노는 아이들에게 요구르트, 주스 서빙을 해가면서까지 미나는 아이들을 끌어 모읍니다. 그러면서 미나는 옛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도심에서의 어지러움을 점차 씻어내게 됩니다. 수갑을 차고 오락 스트리트 파이터를 하고 있는 남자와의 당연할 만한 관계 역시 미나의 어린 시절과, 아빠와 자신의 오해 섞인 추억을 풀어내는 도움과 기억이 됩니다.
결국,,, 미나 문방구는 어떻게 될까요?
이밖에도 왕따로 살아가는 아이에 대한 시선과 해결, 국민학교(초등학교) 운동회의 정겨움, 착한 아버지를 돕기 위해 온 두 어린 스파이 오성문방구 아들들의 활약 등이 함께 그려지면서 감동이 마음에 와닿는 느낌으로 끝을 맺게 됩니다.
구름빵 같은 감성이 아이들에겐 필요합니다. 그런데, 구름빵 같은 감성이 <미나문방구>를 통해 어른들에게도 필요합니다. 아마도 배우들과 감독님은 이러한 말을,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더불어 배우 박영규, 권해효, 임원희 님은 물론 주진모, 정규수, 김원해 님이 출연하시어 청정지역의 그 맛(들)! 맛깔스러운 감초 역할을 해주고 계시니 더욱이 좋습니다.
두 편 이상 관람하실 때는! +++ <미나문방구>를 관람하신 후 <크루즈 패밀리>를 관람하시면 어린 추억과 가족애, 그리고 두 작품 모두에서 느낄 수 있는 따뜻한 부성애로 행복한 마음을 얻어가실 수 있습니다. <전국노래자랑>도 어울립니다. +++ <고령화 가족>은 <미나문방구>와 감정/ 감성의 합이 안 맞습니다. 가족이라는 고리가 합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비교적 어둡고 육체적/ 정신적 폭력을 그린 <고령화 가족>을 관람하실 경우엔 스릴러 작품인 <몽타주>와 함께 보심이 좋을 듯 싶습니다. +++ <위대한 개츠비>는 아직 관람하지 못 했으나 고전 남녀 사랑을 그린 작품이니 어느 작품과 함께 보셔도 무관할 듯 싶습니다.
<미나문방구>+<크루즈 패밀리> 집에 와서 제이슨 므라즈 라이브를 봤더니 오늘만큼은 도심 속 이 세상이 아름답네요.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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