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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라 민중의 노래를... 레미제라블
ldk209 2012-12-21 오후 2:37:21 37114   [5]

 

들어라 민중의 노래를... ★★★★

 

어릴 때부터 들어왔던 너무나도 익숙한 이야기.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러갈 때가 되니, 사실 내가 빅토르 위고의 원작소설을 읽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찾아보니 무려 5권의 장편. 그 동안 <레미제라블>의 여러 버전(영화/뮤지컬)의 작품을 보면서 뭔가 건너 뛴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 아마도 그 긴 이야기를 축약,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구나 싶기도 하다.

 

아무튼 이번에 톰 후퍼 감독이 연출한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은 1985년에 초연한 이후 현재까지 무려 30년 가까운 세월동안 공연을 이어가며 최고의 뮤지컬 중 한 편으로 꼽히고 있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영화화한 것이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의 공연이 아닌 한국어로된 뮤지컬을 봐서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전체적으로 원작을 충실히 살린 작품이며, 당연히 뮤지컬로서는 표현하기 힘든 장면의 웅장함도 선사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대게 뮤지컬 영화가 미리 노래를 녹음하고 촬영 현장에선 그 노래에 맞춰 립싱크를 했던 기존 방식이 아닌, 촬영 현장에서 배우가 실제로 노래를 하고 동시녹음을 통해 최종 완성된 영화에 사용했다는 점일 것이다. 이런 방식이 주는 장점은 영화를 보면 뚜렷이 느껴진다. 그러니깐 다른 뮤지컬 영화에서와 달리 노래를 부르는 배우들의 감정이 확연히 드러난다는 점이다.

 

특히 대부분의 장면에서 노래를 부르는 배우의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잡아내는 경우가 많아 그 효과는 더욱 두드러진다. 배우들의 얼굴에 드러나는 주름 하나, 미묘한 표정 변화까지도 카메라는 잡아내고 있으며, 보는 관객의 몰입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뭐니 뭐니 해도 앤 해서웨이가 분한 판틴이 <I Dreamed a Dream>을 부르는 장면이야말로 이런 촬영방식이 가장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노래가 흐르는 시간동안 카메라는 움직이지 않고 롱 테이크로 앤 해서웨이의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담아내는 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올 정도로 연기와 노래, 촬영이 어우러진 환상의 순간을 제공해준다.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를 걸작이라고 평가해도 부족함이 없다.

 

그 외에도 에포닌(사만다 뱅크스-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도 에포닌 역)이 엇갈리는 사랑에 대한 안타까움을 노래할 때, 마리우스(에디 레드메인)가 사랑과 혁명 사이에서 고뇌하며 자신의 운명의 괴로움을 노래할 때, 보는 관객의 감정도 절정으로 치닫게 된다.

 

반면, 다른 헐리웃 뮤지컬과 달리 배우들이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추는 등의 볼거리를 제공하지 않으며, 영화의 99% 정도가 노래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 그리고 단조로운 앵글로 인한 지루함을 느낄 여지도 분명히 있다. 그러다보니 가끔은 노래하는 배우의 얼굴이 아니라 그 주위를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가 종종 생기는데, 노래에 집중하게 하려는 촬영방식이 관객으로서는 더 많은 구경거리를 놓치게 된 것은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레미제라블>을 보면서 가슴이 뛰는 건, 민중에 대한 애정과 연대의 정신, 혁명의 열기가 살아서 펄쩍펄쩍 뛰고 있음이 느껴진다는 점이다. 겨우 빵 하나 훔친 죄로 19년의 감옥살이를 한 장발장, 가련한 판틴, 거리에서 구걸을 하며 살아가는 민중의 고난이 생생하게 그려지고, 좌절과 죽음 속에서도 끝내 민중은 거대한 바리케이드를 쌓아 올리며 노래를 부른다. “Do You Hear The People Sing?” 내일 세상이 바뀐다. 158분이라는 거대한 뮤지컬의 장엄하면서도 손색없는 마지막이다.

 

※ 앤 해서웨이가 정말 좋지만, 에포닌을 연기한 사만다 뱅크스에게도 마음이 간다. 특히 뮤지컬에서도 에포닌을 연기했기 때문인지 그 감정선이 절절히 살아 있음이 느껴진다.

 

※ 러셀 크로우의 노래는 많이 아쉽다.

 

※ 대통령 선거 전날 이 영화를 보았다. 정말 제격인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에선 멘붕. 아마 지금 다시 본다면, 마지막 장면에서 소리 내어 울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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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2012, Les Miserables)
제작사 : Working Title Films / 배급사 : UPI 코리아
수입사 : UPI 코리아 / 공식홈페이지 : http://www.les-miserabl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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