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제5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감독상) 수상작 <사마리아>, 같은 해 제62회 베니스국
제영화제 은사자상(감독상) 수상작 <빈 집>, 그리고 2011년, 직접 각본, 연출, 촬영, 배우까지 모
든 역할을 소화한 셀프 다큐멘터리 <아리랑>이 제64회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그
랑프리를 수상하며 세계 3대 국제영화제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국내 유일무이의 거장 '김기덕' 감
독. 그의 열여덟 번째 영화 <피에타>가 제6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초청되며,
또 한번 김기덕의 화려한 귀환을 예고하고 있다는 영화 <피에타> 곁으로 다가가 본다.
김기덕 감독 열 여덟번째 영화.
<나쁜 남자> 이후 11년... 더 나쁜 남자가 온다!
상상 할 수 없는 잔혹한 방법으로 돈을 뜯어내는 남자 강도(이정진)
어느 날, 악마같은 이 남자에게 ‘엄마’라는 여자(조민수)가 찾아온다.
태어나 처음으로 그녀에게 빠져버린 그.
그러나 여자가 사라지고, 그와 그녀 사이의 잔인한 비밀이 드러나는데…
결코 용서 받을 수 없는 두 남녀. 신이시여 이들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피에타>
(PIETA IS 이탈리아어로 ‘자비를 베푸소서’ 란 뜻으로 미켈란젤로, 고흐 등 세계의 수 백 명의 예
술가에 의해 죽은 예수 그리스도를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의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다.)
'김기덕' 감독 전작들을 작품마다 보면 짙은 색의 향내음을 드리우고 있다. 짙어도 아주 짙은 쓴
내음이 나는 향을 함유하고 있어 쉽거나 친근하게 다가오지도 않고 다가서기도 힘들다해도 과언
은 아니다. 음식으로 말하자면 방금 갓 캐낸 칡뿌리라고 할까? 그 칡뿌리를 처음 입에 댄 순간,
'아이고 왜 이렇게 써'하면서도 씹으면 씹을수록 달달한 맛과 칡 고유의 쓴 향내음에 취해 버리
고 만다. 처음에 쓴맛을 감수해야지만이 그런 입과 코가 즐거운 맛을 느낄 수 있듯이 '김기덕' 감
독 작품도 쓴 맛을 감수해야지만이 영화의 참맛을 눈과 귀를 통한 뇌리와 마음에 인지하게 된다.
영화 <피에타>도 마찬가지로 짙은 향내음을 함유하고 있어 칡뿌리와 같은 맛을 알고 찾아 온 관
객에게는 특유의 맛있는 향내음을 음미시키지만, 그 반면에 처음 접하거나 평범한 상식선의 영
화를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쓰디쓴 그것도 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쓰게 다가올지 모른다. 그만큼
영화 <피에타>는 상식선에서 바라봐서도 안되고 바라볼 수도 없다. 영화 상영 내내 스크린이 상
식선의 한계를 넘나드는 인간으로서 차마 언행하기도 힘든 언행을 서슴없이 하는 걸 비추어준
다. 본인도 만약 배역들과 같은 입장이라면 저들과 같이 언행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마구 던
져 봤지만, 비추어주는 스크린에 섬뜩한 전율을 느낀 나머지 벙어리 모양 대답을 회피한 채 스크
린만 응시하고 있었다. 섬뜩한 전율을 느끼게 만든 요소중의 한 가운데 자리를 차지한 건 바로
엄마역을 맡은 배우 '조민수'이다. 어떻게 저런 연기를 펼칠 수 있을까? 표정하며 몸동작 하나하
나가 말을 하듯이 영화의 전개를 차갑고 서슬히 퍼런 기운을 안고 서서히 차분하게 이끌어 간다.
그걸 지켜보는 본인의 눈과 엄마역 '조민수'의 눈과 마주칠까봐 스크린 구석구석으로 눈동자를
돌리는 형국에 이르르고 말게 한다. 이렇게 쓴 맛을 다 맡고나니 남은 건 달달한 맛 즉 다시말해
서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라는 고급 단어를 선사한다. 엔딩 자막이 올라가면서 본인이 입을
뗀 첫마디가 '바로 이맛이야'와 함께 앞으로도 '김기덕' 감독의 다음 작품을 더더욱 기대하게 만
드는 영화 <피에타>이다.
여러분 좋은 영화 많이 감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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