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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앞에서 주저하는 공포영화.. 두 개의 달
ldk209 2012-07-19 오후 2:40:14 467   [0]

 

공포 앞에서 주저하는 공포영화.. ★★★

<두 개의 달>이라는 제목에서 처음 떠오른 건 <1Q84>의 세계. 물론 1Q84의 세계가 시공간이 뒤틀려진 일종의 평행우주의 세계라면 영화 <두 개의 달>에서 두 개의 달은 이승과 저승이라는 분리되어 있어야 할 세계가 만났음을 의미한다. 석호(김지석)와 인정(박진주)은 자신을 공포소설 작가라고 소개하는 소희(박한별)와 함께 어두운 지하실에서 눈을 뜬다. 이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들이 어떻게 해서 이곳에 오게 됐는지 기억해 내지 못하는 가운데, 눈을 뜬 순간부터 시간은 멈추고, 벗어나려 해도 외딴 저택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과거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인물들이 외딴 장소에서 정신을 차리고, 아무리 노력해도 그 장소를 벗어날 수가 없다. 거기에 시간까지 흐르지 않는다면. 이런 설정에서 몇 가지 가정이 도출될 수 있고, 그 중 가장 유력한 건, 그렇다.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는 결론은 아니다. 한국영화를 포함, 60년대 영화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비슷한 설정의 호러영화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그런데 <두 개의 달>은 그것을 끝까지 감춰두거나 그걸 가지고 장난칠 생각은 없어 보인다. 왜냐면 <두 개의 달>은 호러작가, 공포영화 감독들이 모여 만든 영화사의 첫 작품이고, 그만큼 이 영화의 제작에 관여한 이들은 이 장르에 대해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한국 공포영화에 제기되는 가장 큰 문제점이 바로 이야기는 부실한 데, 서프라이즈(깜짝 효과)로 놀래키기에 주력한다는 점이었다. 가장 큰 원인은 장르를 모르면서 장르영화를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신임감독들이 호러영화로 데뷔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쩌다 괜찮은 결과물을 나오기도(<여고괴담2>) 하지만, 대게 무슨 일종의 통과의례인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대부분이다. 이런 자세로 영화를 제작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본다. 제작사 측에서 보면 공포영화는 저예산에 여름 한철 장사를 위해 단기간에 뚝딱하면 나오는 그런 세일 상품으로 여기는 거 아닌가 싶은 것이다. 아무리 간단해 보이는 헐리웃 슬래셔 무비도 관객에게 공포를 주기 위해 살인마의 등장을 초단위로 계산해 연출한다는 글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데, 그래도 제대로 평가 받기 힘든 게 바로 공포영화다. 왜냐면, 이 장르는 오래되었고, 공포란 감정 자체가 매우 순수하기 때문이다.

 

더 문제인 건 연출자의 자세다. 가끔, ‘저는 공포영화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본 적도 별로 없다. 평소 무서움을 많이 타기 때문에 저 같은 사람이 공포영화를 만들면 더 무섭게 만들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런 류의 인터뷰를 보는 경우가 있다. 장르를 공부하지도 않고 장르영화를 만들겠다는 이런 패기를 어떻게 이해해줘야 할까 싶다. 그러다보니 고루한 클리셰에 가까운 장면을 넣어놓고선 그게 마치 대단한 결과물인 냥 내세우는 경우도 있다. 잘 모르니, 이야기에 기대지 않고 깜짝 효과에 기대는 건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공포작가가 핵심을 이룬 영화사라는 점은 이런 단점에서 비켜갈 수 있는 좋은 조건인 셈이다.그리고 역시 <두 개의 달>은 깜짝 효과에 기대지 않고 이야기로 미스터리와 공포를 구축하려 시도하고 있으며, 이 점에선 충분히 좋은 점수를 줘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이들은 이곳에 모인 것일까? 왜 이들은 기억을 잃은 것일까? 계속 의심스런 행동을 하는 소희의 정체는 무엇일까? 살인자는 누구일까? 이런 궁금증과 어둠과 빛을 이용한 공포 분위기 조성으로 영화는 극의 중후반부까지 긴장을 유지하며 나아가는 데 성공한다. 이름과 나이를 궁금해 하는 등의 소희의 의심스런 행동이 결말에 와서 전체적인 퍼즐을 맞추는 조각으로 활용되는 구성도 괜찮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초중반에 쌓였던 공포와 긴장감을 후반부에 오히려 죽인다는 사실이다. 사실 영화는 2/3 지점에서 이미 모든 진실이 다 공개되어 버린다. 어떻게 보면 나머지는 사족에 불과하다. 그런데 영화는 이 지점에서 밍기적대며 더 나아가지도 못하고 끝내지도 못한다. 게다가 이들이 이렇게 된 원인 자체가 대단히 파괴력 있는 충격적인 진실도 아니라는 점이다. 보는 관객이 주요 인물들에게 강하게 감정 이입할 수 있는 조건 자체가 휘발되어 버린 상태에서 관람 자세는 느긋해지게 된다.

 

결국, <두 개의 달>은 기존 한국 공포영화의 문제점과는 정반대의 지점에서 문제를 드러낸다고 보인다. 이야기에 충실하다 보니 적극적으로 공포를 줘야 할 지점에서 주저하는 모습. 초반의 빛과 어둠을 이용해서 공포 분위기 자체를 조성하는 건 좋지만, 뭐라도 하나 튀어나올 것 같은 분위기에서 매번 주저한다. 깜짝 효과의 반감이 불러온 주저함인가? 후반부의 <엑소시스트>의 장면의 활용은 효과가 좋았지만 너무 늦었고, 너무 드물었다.

※ 초반에 김지석이 가지고 다니던 야구 방망이는 나타났다 없어졌다를 반복한다. 굉장히 사소한 설정인데, 이상하게 눈에 거슬렸다. 특히 박진주와 저택을 빠져나올 때, 당연히 챙겨나왔어야 하지 않을까?

 

※ 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넣었을까?

 

※ 영화를 보기 전에 가장 걱정했던 게 박한별의 연기였다. 그런데 박한별의 크게 치켜 뜬 눈은 공포영화에 최고로 적합한 눈이라는 사실은 인정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대사, 특히 일상적 대사를 할 때 좀 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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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달(2012, The Sleepless)
제작사 : (주)고스트픽처스, (주)주피터필름 / 배급사 : 롯데엔터테인먼트
공식홈페이지 : http://www.2moo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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