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참 위대하다. 나는 어떤 영화 한 편이 내 의식 속 큰 줄기의 방향을 바꿔놓는 사건을 여러 번 경험했다. 그러면서 어떤 새로움에 접근할 때 영화를 보는 방법을 종종 애용하기도 했다. <두결한장>도 비슷한 경우가 아니었을까. 솔직히 나는 동성애자들에 대해 너무나도 모르고 있었지만, 항상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나에게는 관심을 위한 소재로 소비되는 얄팍한 동성애 코드를 구분해낼 능력이 없었다. 그런 중에 <두결한장>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세 편의 단편 퀴어 영화를 연출하고 다양한 영화의 제작자로 활동중인 ‘김조광수’ 감독의 첫 장편 영화라는 점이 매우 끌렸다. 영화는 동성애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피하고자 ‘위장결혼’을 시도하는 커플과 그 주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가 게이에 대해 얼마나 현실감 있게 다뤘는지는 감히 판단할 수 없지만, 짝을 찾기 위해 촉을 세우고 불꽃을 팍팍 터트리는 그들의 디테일한 생활상을 볼 수 있는 영화는 더 없을 것이다. 게다가 결혼식뿐 아니라 장례식에서조차 시종일관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멀지 않은 미래에 <두결한장>이 퀴어 영화의 입문서 격인 존재로 취급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