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초반부에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씬에서는 단순히 클래식이나 기타
전형적인 멜로영화를 보는듯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음.. 아무래도 현재의 서연이 승민의 약혼사실을 알게되면서부터쯤..
나도 모르게 그들의 과거에서 나의 과거로 젖어들게 되었다.
수지와 이제훈이 연기한 과거의 승민과 서연의 사랑이야기는 정말 너무나 평범하다.
오히려 영화처럼 멋지고 특별하지 않기때문에 그 안에서 과거의 나를 발견한다.
단순히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는 모습이라든지, 집이야기를 하는 여자아이를 보며
그 모습에 빠져드는 모습이라든지.. 소박하게 손목때리기를 하는 모습에서..
또.. 나의 초라했던 모습도 보인다.
집앞에서 고백을 못하고 망설이는 모습에서, 다른남자와 함께있는 내가 좋아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그녀 욕을 하면서 친구 품에 우는 모습에서, 좋아하면서도 상처받기싫어 밀어내는 모습에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애절한, 드라마틱한 연출도 없고 급격한 감정의 변화도 없지만
그 무엇보다 나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건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봤을 만한 씬들의 연속이 주는 공감이 아닌가 생각한다.
오히려 첫사랑 이라고 부르기에 민망한 "짝사랑" 이었기에 더욱 가슴이 먹먹하지 않았나 싶다..
첫사랑보다 이루지 못한 짝사랑이 더 풋풋한 기억으로 더 슬픈 기억으로 남아있을 테니까.
20대 중후반이 남자라면 정말 수백번 듣고 또 불렀을 기억의습작. 이 노래의 가사를 음미하면서
들어본건 부끄럽게도 이 영화를 보면서가 처음이었다. 귀기울여 듣지않아도
가사 하나하나가 내 머리속에 박혀왔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간뒤에도 자리에 앉아서 흘러나오는
ost를 끝까지 들어버린건 이번이 처음인것 같다.
제목 건축학"개론" 답게 영화는 복잡미묘한 사랑의 감정을 보여주지 않는다. 설익고 부족하고
미숙한 사랑의 감정으로 가득하다.
나의 첫사랑과 건축학개론의 첫사랑이 같은 순 없지만, 이 영화를 본 뒤에.. 나의 과거가 아름답고
풋풋하게 포장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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