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맛
비꼬는 맛이 살아있는 한 편의 ‘연극’을 관람한 기분이다. 이렇게 대중적인 소재를 가지고, 요새 영화들과는 전혀 딴 판의 작품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싶을 정도로 굉장히 낯설게 느껴졌다.
배우들의 대사와 그들끼리 주고받는 리액션, 호흡들이 굉장히 연극적으로 다가왔다. 장면이 툭- 끊기는 게 흘러가듯 자연스레 느껴질 만큼,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이제까지와는 굉장히 다른 연출이었다. 배우들이 외운 대사를 왼듯이 느껴지는 어투도 많아서, 굉장히 어색하다고 생각했는데, 스토리가 진행되갈수록 그들의 캐릭터들이 자리잡으면서 그런 느낌은 싹 사라졌다.
특히, 오랜만에 본 ‘김효진’에게 굉장한 매력도 느꼈다. 유일하게 집안 가족 중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그녀의 시종일관 주영작에 대한 눈길. 그리고 ‘하녀’ 때보다 훨씬 강력한 윤여정의 미친 연기, 백윤식의 자유분방한 스타일과 김강우의 수트 간지, 곧 배우들의 매력과 스토리의 진행도 마음에 들었다.
‘하녀’의 연장판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배우들의 매력을 탐구하는 시간도 흥미롭다.
얼마전 ‘레이드:첫번째습격’을 보며 인도네시아 영화 자체에 대한 신선함을 느꼈다면, 이 영화에서는 특히 그들이 주고받는 대사에서 큰 희열을 느꼈다. 작년 ‘킹스스피치’를 보고나서의 감정과 같이, 그들이 한 마디 내뱉는 그 대사들이 너무 좋아서 보는 내내 내 감정이 요동침을 느낄 수 있었다.
압권인 장면들이 몇있다. 백윤식이 윤여정에게 먹이는 마지막 한 방과 김효진이 ‘하녀’를 암시하는 얘길 할때와 다 같이 모여앉아 ‘하녀’를 관람할 때, 그리고 무엇보다 라스트 씬이 대박이다.
영화 전체적으로 돈의 ‘맛’에 대해 얘기하면서 굉장히 더럽고 치사하고 어두운 얘기들을 보여줄 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밝고, 가벼우며(그렇다고 막장처럼 느껴지진않는 가벼움), ‘이 장르가 코미디인가?’라고 생각이 들만큼 코믹요소가 많았다.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블랙 코미디’라고도 할 수 있을 내용 전개와 마지막 한방이 적잖은 충격을 주면서, 기분 좋게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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