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돈의 맛을 의외의 경쾌함과 블랙 코미디로 버무리다.
<돈의 맛>을 보기 전에 예고편만 봤을 때는 임상수 감독의 전작 <하녀>와 같은 무섭고 섬뜩하리만큼 진지한 그런 '치정 스릴러 드라마' 장르의 영화인줄 알고 보았다. 그런데 왠걸? <돈의 맛>.. 정말 의외로 무척이나 '경쾌한 블랙 코미디 풍자극' 이었다. 전작 1960년과 2010년작 <하녀>가 이 영화에 등장까지 하고 어떤 부분에서 연관된 부분도 있긴 해서 확실히 느낌상 <하녀>의 또 다른 버전의 속편격이라는 느낌도 들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확실히 다른 만족감의 영화였다.
<하녀>와 비교해서 보여지는 이미지의 분위기 자체는 비슷한 느낌인데, 영화 전체적인 연출의 느낌은 확실히 상반된 개인적으로 참 경쾌하고 신선하고 상콤한 맛의 그런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정말 의외였다. 이렇게 연출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말이다. 일단 예고편만 봐도 참 무서운 치정 스릴러같은 그런 느낌이었는데, 뚜껑을 열고보니 확실히 풍자와 블랙코미디처럼 보여질 수 있는 요소가 가득한 그런 영화여서, 그런 점이 의외라 만족도가 엄청 높아진듯 하다.
돈의 맛.. 과연 어떤 맛이었을까? 영화는 결국 역시나 익히 들어왔던 메시지를 풀어낸다. 돈으로는 행복을 살 수 없다는 뭐 그런 메시지. 돈… 그 맛을 혐오스럽고 역겹고 유치한 굴욕적이고 치욕적이고 쓰디쓴 맛으로 '우웩' 스러운 그런 맛으로 표현한다. 돈 때문에 울고 웃는 인생사, 누구는 돈이 없어서 슬픈데 누구는 돈이 많아도 슬프고, 돈이 없어도 문제고 돈이 많아도 문제다. 거대한 금고에 산더미처럼 쌓아둔 돈다발이 있어도 진정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진짜 사랑이라고 말한다. 굳이 사랑이 아니어도 사람 사이의 진심, 믿음, 신뢰 같은 것이 돈의 대안이라고 보는 것 같다.
이들 같은 상위 1%의 부자들은 가진 게 너무 많아 결국 더 불안하고 그 많은 돈들을 지키기 위해 항상 고군분투해야한다. 돈뿐만 아니라 돈으로 얻은 권력과 그 모든 힘들을 지키기 위해서 해야만하는 것들은 더럽고 위선적인 일들인 것이다. 물론 꼭 그런 방식으로 돈을 지키지 않고 다른 방법들도 있겠으나, 영화에서는 한국이라는 나라의 부자들이 사는 더러운 생리를 콕콕 찍어서 말하고 비꼰다. 대기업 회장은 물론 판사, 검사, 변호사, 교수 등등 사회 지도층이고 상류층이고 뭐고 너나 할 것 없이 돈만 주면 환장하는 그런 나라 말이다. (물론 그런 더러운 부정비리의 부자들이 사는 나라가 한국뿐이겠냐만은, 모든 부자가 나쁘다는 건 당연히 아니겠지만)
처음엔 내키지 않았어도 돈을 모으고 지키기 위해 계속 해가는 더러운 일들. 그렇게 살다가 어느 순간 돌이켜 보면 자신은 돈의 노예, 괴물이 되어있을 뿐, 결국 평생 동안 돈을 물쓰듯 펑펑 여한 없이 썼음에도 불구 남는 건 공허함과 외로움뿐. 가족들조차도 진정한 위안과 위로가 되지 않는다. 서로간의 진정한 소통, 신뢰, 사랑 따위는 없는 거다. 그냥 자신의 돈을 노리는 무서운 경쟁자들일뿐. 진정한 감정은 없고 돈 돈 돈, 오로지 돈과 권력을 위한 숨가쁜 레이스뿐이다. 그 레이스 자체도 참 더러운 거고.
아무튼 영화는 이런 괴물 같은 돈을 가질 대로 가진 재벌 집안 가족(윤여정, 백윤식, 김효진)의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김강우의 시선에서 관찰하고 체험하고 밝혀내는 연출로 그렸는데 정말 이게 ‘의외성’ 이 많은 연출이었다. 다시 전작 <하녀>와 비교해서 그 보다 가벼워진 느낌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그 무거움을 뺀 가벼운 느낌이 개인적으론 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준 것 같다. 웃음기라고는 없을 것 같은 스토리와 분위기의 영화일 것 같은데, 보는 내내 여느 코미디 영화들 만큼이나 빵빵 터지면서 웃으면서 본 것 같다. (뭐 이건 개인 취향차이겠으나…) 임상수 감독이 작정하고 일부러 블랙 코미디로 만들어 보고자 한 것 같기도 하고 풍자의 깊이는 가볍게 읊는 수준이긴 하지만 가볍게 훑어도 다 그 속내를 알 수 있는 풍자성 짙은 소재와 메시지의 이야기들이기에 보면서 정말 재밌게 볼 수 있었다. 정말 보면 알겠지만 웃긴 장면들 정말 많음.
배우들의 연기는 다 좋았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오우~ 남자가 봐도 탄탄한 몸매의 수트간지.. 김강우. 어딘가 모르게 허당끼도 있는 찌질하지만 소신있는 남자로 나오는 김강우를 이번에 다시 봤고, 재벌집안에서 드물게 개념 있는 딸로 나오는 김효진이 이렇게 예뻤었나 싶었다. 그리고 역시나 기대했던대로 윤여정과 백윤식의 연기에 감탄하면서 보았던 것 같다. 노익장들의 연기는 역시!! 백윤식님의 맛깔나는 목소리와 연기는 정말... 갑이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주목하실 <돈의 맛>의 노출.. 예고편에서도 보다시피 예상했던 대로 노출과 파격적인 장면은 많은 편이었다. 돈의 어떤 더러운 부분과 탐욕적인 것, 어떤 인간의 욕망 같은 것을 표현한 그런 장면들을 뭐 잘 표현한듯. 그런데 이런 파격과 노출이 블랙 코미디와 조화가 되니 참 색다른 맛이기도 했고 재밌었다.
영화 분위기가 너무나 의외적이라 이게 장점이 될수도 단점이 될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취향을 많이 탈 것 같고. 과연 다른 분들은 어떻게 보실지 모르겠으나,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개인적으론 크게 만족하면서 보았음을 알려드린다. 예상치 못했던 의외성이 가득하여 풍자 블랙 코미디 드라마로 보여진 이 영화!! 그래서 참 신선하고 상콤했던 영화 <돈의 맛>은 과연 어떤 맛일지.. 일단 한 번 보시고 판단하시길. ㅎ
+ 칸 영화제에서 상 받을지 어떨지 참 궁금해질 따름 (이 영화로 칸에 진출하다니!! 임상수 감독님 정말 대단할 따름. ㅎ)
+ 근데 일단 그 우웩스러운 돈이라도 일단 한번 만져나보자 ㅠ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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