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타셈 싱의 장기는 이미지.... ★★★
알고 보면, 우리들이 알고 있는 동화는 어린이들이 보기엔 매우 잔인하고 부도덕한 경우가 많다. 발목이 잘리고, 화로에 사람을 굽고 등등등. 너무나도 유명한 동화 ‘백설공주’도 처음 등장했을 땐, 친모녀 사이에 일어난 비극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너무하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계모로 설정이 바뀌었다고. 아무튼, 그림형제가 백설공주를 발표한 게 1812년이니 올해가 백설공주 탄생 200주년이 되는 셈이고, 영화 <백설공주>는 바로 그런 역사적 배경을 두고 올해 2012년에 선을 보이게 된 것이다.
인상적인 애니메이션과 왕비(줄리아 로버츠)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백설공주>의 전반적인 이야기 흐름은 동화와 대동소이하다. 한 때는 백성들의 춤과 노래가 울려 퍼지던 왕국은 새 왕비가 들어오고 왕이 사라지면서 무너지기 시작한다. 왕비는 사치스런 생활로 국고를 낭비하고 백설공주(릴리 콜린스)를 가둔 채 키운다. 그러던 어느 날, 난쟁이 도적에게 모든 걸 빼앗긴 왕자(아미 해머)가 도움을 청하기 위해 궁에 들리게 되고, 백설공주에게 마음을 뺏긴 왕자로 인해 왕비의 질투가 폭발하게 된다.
일단, 타셈 싱의 영화 <백설공주>에서 파격적이거나 과격하게 전복적인 설정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럼에도 동화에서 멍청하게 당하기만 하다 타인의 도움으로 행복을 움켜쥐는 백설공주에 비해 영화 속 백설공주는 자립심도 있고 똘똘하다. 혼자 몰래 궁 밖을 나와 백성들의 참혹한 삶을 보며 울분을 터트리기도 하고, 궁에서 쫓겨난 후에는 일곱 난쟁이들 밑에서 각종 무술을 닦으며 왕비와의 일전을 준비하기도 한다. 거기에 마지막 괴물과의 사투에선 왕자와 일곱 난쟁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혼자서 맞서는 용기를 보여주기도 한다.
줄리아 로버츠를 왕비로 캐스팅한 것도 좋다. 한 때의 미모를 뒤로 한 채 이제 주름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의 줄리아 로버츠와 영화 속 왕비의 걱정이 겹치며 주는 재미가 나름 쏠쏠하다. 물론 그럼에도 이런 변주들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수준에 머물러 있기는 하다. 아무리 전체 관람가라는 걸 고려한다고 해도 아쉬운 지점이기는 하다.
인도영화 풍의 뮤지컬로 마무리 짓는 마지막 장면, 가끔 유치하기는 하지만 깨알 같은 재미를 주는 유머도 좋은 편이지만, 역시 타셈 싱의 주특기가 화려한 이미지라는 건 <백설공주>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이시오카 에이코의 파격적인 의상과 함께 어우러지는 영상 미학, 특히 거울의 집 풍경은 말 그대로 환상적이다.
지금까지 타셈 싱의 작품 세계를 봤을 때, 그의 장기가 이미지라고 얘기하는 건 너무 쉬워 보인다. 데뷔작 <더 셀>과 절대적 호평을 받은 <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에 비해 <신들의 전쟁>과 <백설공주>에 대한 평은 확연히 갈린다. 돌이켜 보면, 그가 판타지의 연출에 있어 확실히 뛰어난 능력을 보이고는 있지만, 그 판타지가 현실을 기반으로 펼쳐지는 영화(<더 셀> <더 폴>)와 판타지만을 꺼내 만들어진 영화(<신들의 전쟁> <백설공주>)에서 완성도의 차이를 보인다는 점,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을 때와 연출만을 맡은 영화에서 차이를 보인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결국 그가 잘 만들 수 있는 영화의 해법은 이미 나와 있는 게 아닐까?
※ 릴리 콜린스가 아빠의 외모를 닮지 않아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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