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이들이 함께 있다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것... ★★★★
DC 코믹스와 함께 미국 만화계를 양분해 온 마블이 영화산업에 진출한 이유는 이제 너무나 유명한 사실이 되었다. 그저 저작료만 받고 넘겨준 <스파이더맨>과 <엑스맨>이 엄청난 돈을 벌게 해준다는 사실을 목격한 마블은 자신들이 소유한 컨텐츠를 직접 영화화하기로 결심했고, 드디어 2008년 <아이언맨>을 처음 시장에 내보였다. 결과는 엄청난 성공.
당시 슈퍼 히어로 무비는 조금은 유치한 듯한 단순한 스토리의 아이들용 영화에서 <스파이더맨> <엑스맨> <다크 나이트> 등이 대표적으로 보여주듯 무거운 주제를 함축한 정치적, 철학적 영화로 새롭게 포장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마블의 영화는 이런 추세와는 다르게 순수한 오락을 지향하는 영화로서 자리매김했고 이러한 전략은 마블 영화 성공의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적당한 주제의식에, 적당한 코미디, 그리고 화끈한 액션은 이후 나온 마블 영화의 공통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처음 <아이언맨>의 엔딩 크레딧 이후에 사무엘 잭슨이 나타나 “이 세상에 슈퍼 히어로가 당신 밖에 없는 줄 아느냐”고 말하는 부가영상이 나왔을 때만 해도 이건 그저 다음 마블 영화의 간단한 예고편 또는 팬서비스 차원의 영상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마블은 자신들의 히든카드로 처음 영화 사업에 진출할 때부터 <어벤져스>를 염두에 두어왔고, 이는 <아이언맨> 이후 <인크레더블 헐크> <토르> <퍼스트 어벤저 : 캔틴 아메리카> 거치며 점점 현실이 되어 갔다.
사실 <어벤져스>의 스토리는 단순한 편이다. 마블에서 내세웠던 슈퍼 히어로들-아이언맨, 헐크, 토르, 캡틴 그리고 블랙 위도우, 호크아이-이 하나로 뭉쳐 지구를 침공한 토르의 동생 로키 일당에 맞서 지구를 지킨다는 얘기다. 인류는 평화를 이야기하면서 뒤로는 전쟁을 준비한다, 인류는 전혀 진화하지 않았다는 등의 메시지가 아주 잠깐 등장하기는 하지만, 나름 교훈적인 메시지는 이 영화에서 무시해도 좋을 정도다. 각자가 최고라고 여기는 슈퍼 히어로들이 모였으니 갈등이 생기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일, 말로 때로는 몸까지 사용해가며 서로 반목하지만, 충분히 예상 가능한 수순을 따라 갈등이 봉합되고 독립적인 슈퍼 히어로에서 어벤져스 팀의 구성원으로 변모해 나간다.
<프레디 대 제이슨>이라는 처참한 결과물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독립적 캐릭터를 한 영화에 모아 놓아서 망친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어벤져스>는 일단 이 점에서 성공적이다. 자신들의 영화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했던 슈퍼 히어로들의 전사를 간략하게 압축해서 이해 가능한 수준으로 보여줄 뿐만 아니라, 이들의 캐릭터를 선명하게 부각시켜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감으로써 굳이 기존 영화를 안 본 관객들조차 <어벤져스>를 관람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했다는 게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마블 영화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코미디와 액션의 조화가 잘 살아 있다는 점이다. 특히 코미디 요소가 발군이다. 아이언맨의 속사포 같은 말발이 주는 유머도 여전하고 의외로 <인크레더블 헐크>에서 전혀 코믹하지 않았던 헐크의 몸 개그가 주는 재미가 상당하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언맨을 보러 왔다가 영화가 끝나면 헐크의 매력에 빠져 극장을 나간다는 감상평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마블 영화 중 <인크레더블 헐크>에 대한 실망감이 컸었는데, 그 영화에서의 헐크 캐릭터가 <어벤져스> 같았다면 정말 사랑스러운 영화가 됐을 것 같다. (<어벤져스>에서 정말 헐크가 갑이다)
여전히 액션. 전문가 시사회가 끝난 후 <어벤져스>에 대해 ‘돈을 쓸려면 이렇게 써야 한다’고 한 평이 떠오른다. 말 그대로 육해공을 넘나드는 액션이 주는 쾌감이 대단하다. 특히 마지막 뉴욕시를 파괴하며 진행되는 액션은 혀가 내둘러질 정도로 정신없이 휘몰아친다. 정말 돈 들인 티가 팍팍 난다.
그럼에도 내가 생각하는 이 영화 최대 장점은 슈퍼 히어로들이 하나로 모여 있음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점이다. 각각의 역할도 뚜렷하다. 하늘은 아이언맨과 토르, 강력한 파괴력은 헐크, 적 탐지는 호크 아이, 지상전은 블랙 위도우와 캡틴 아메리카, 그리고 이 모든 걸 조율하고 지시를 내리는 건 2차 대전 참전으로 전쟁 경험이 풍부한 캡틴의 역할이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마블은 이런 그림을 그리기 위해 장기간의 프로젝트를 실행해왔고 그 결실이 바로 <어벤져스>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