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4월 24일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일본 지바에서 개막되었지요.
당시 남북은 46년만에 단일구성팀으로 출전하였고 9연속 우승을 노리던 중국을 누르고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영화의 소재로는 안성맞춤입니다.
항상 대결만 하던 남북이 단일로 구성되어 서먹했던 첫 훈련부터
당시 간염으로 고생했던 리분희 선수를 걱정했던 현정화, 영화와는 다르지만 마지막 극적으로 중국의 가오준을
역전승했던 유순복 등... 모든 것이 영상으로 재탄생된다면 얼마나 멋지겠습니까.
하지만 영화는 이렇게 좋은 소재를 활용할 줄 모릅니다.
남북 남녀의 뜬금 없는 로맨스부터 설득력 떨어지는 갈등들은 앞서 있어도 너무 앞서 있더란 말이죠.
사실 남북 선수들이 처음부터 칼을 세우고 대립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현정화는 실제로 남북 단일팀 구성전부터 리분희와 친했고 다른 북한 선수들과도 마찬가지였다고 하죠.
이게 영화의 전개상 피할 수 없는 갈등 구조를 억지로 구겨 넣다 보니 설득력이 떨어져도 너무 떨어집니다.
어색한 각색 속에서도 어색하지 않은 면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배우들의 앙상블입니다.
현정화를 연기한 하지원과 리분희를 연기한 배두나, 특히 유순복을 연기한 한예리는 실제 북한 선수를 보는 것 같아서 약간은 어리둥절했습니다.
하지원이나 배두나의 연기 호흡도 멋지지만 한예리같은 경우는 그 진실성이 제 가슴까지 와닿게 연기해서 실제 북한 선수가 영화 속에 투입된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까지 하게 됩니다.
배우들의 앙상블은 멋집니다. 그래서 더 애처롭습니다.
어색한 전개를 힘들게 끌고 가는 건 배우들의 아름다운 조화인 것이죠.
꼭 지나친 갈등과 극적인 화해가 있어야 우리가 감동하는 건 아니잖습니까?
이제는 방법을 바꿔서 설득력에 좀 더 힘을 실어 주었으면 합니다.
*중국 선수들도 다같은 스포츠인들이고 동료들인데 사악하게 표현해놓을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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