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중요한 건 살아 있다는 것이지.. ★★★★
영화는 폐허가 되어 버린 야스다 강당을 비추며 시작한다. 이상적인 저널리스트와 신념을 행동으로 옮기는 활동가로서의 삶 사이에서 고민하던 <도우토 저널>의 신입기자 사와다(쓰마부키 사토시)는 무장투쟁 조직의 리더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우에야마(마츠야마 켄이치)를 만나게 된다. 선배 기자를 포함해 주위 사람들이 가짜 혁명가라며 거리를 둘 것을 조언하지만, 사와디는 미야자와 겐지의 <은하철도의 밤>을 좋아하고 기타를 치며 CCR의 <Have You Ever Seen In The Rain>을 부르는 우에야마에게 호감을 느끼고 계속 그와 접촉한다. 그러나 진짜 혁명가로서의 모습을 보여 달라는 사와디의 요구에 계속 미루던 우에야마는 결국 조직원들을 압박해 무기 탈취를 시도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경비원을 살해하는 사고를 저지르게 된다.
일본 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1969년 도쿄대 야스다 강당 점거 사건으로 일본 전공투는 몰락의 길로 접어들고, 이렇게 일본 청춘의 뜨거웠던 시절도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68혁명기를 배경으로 츠마부키 사토시가 주연인 영화라면 이상일 감독의 <식스티나인>이 자동적으로 떠오른다. ‘상상력이 권력을 장악한다’며 통통 튀는 그 쾌활한 젊음을 표현했던 <식스티나인>. 같은 주연에 조금은 시간이 흐른 뒤의 이야기. 이렇게 보면 <마이 백 페이지>는 마치 <식스티나인>의 그 고등학생이 사회에 진출해 성장한 후일담을 다루고 있는 듯이 보이기도 한다.
물론, 두 영화는 분위기부터 의미하는 바까지 너무 상이하다. 전 아사히신문의 기자였던 가와모토 사부로가 자신이 실제 경험했던 사건을 기록한 <마이 백 페이지 : 어느 60년대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영화 <마이 백 페이지>는, 각자 다른 길을 상징하는 두 젊음의 미묘한 대립이 주는 긴장감이 내내 객석을 지배하고, 끝내 뒤늦게 알아버린 살아있음의 소중함에 주인공과 함께 맥주 한 잔 들이키며 꺼이꺼이 울고 싶은 감정을 이끌어 내는 수작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는 시종일관 농담 한 마디 없이 음울한 기조를 유지하며 마치 혁명의 열병 뒤에 피폐해진 젊은이의 초상마냥 끌고 나간다. 사전 정보 없이 이 영화를 봤다면 아마, 절대로 이 영화를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의 영화라고는 믿지 못했을 것이다. <린다 린다 린다>,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 등 청춘의 빛나는 한 때를 담아왔던 감독이 이제 막 청춘을 졸업한 젊음의 이토록 음울한 공기를 담아낼 줄이야. <마이 백 페이지>는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이 청춘을 벗어났음을, 그리고 무엇보다 살아 있다는 게 소중한 것임을, 그리고 그 때달음이 뒤늦게 왔을 때의 복 바치는 감정을 세심하게 살피는 그런 영화다.
※ 감독의 전작을 고려해 볼 때, 이렇게까지 상영관이 적을 줄을 미처 몰랐다. 내내 시간을 잡지 못하다가 겨우 마지막 날 마지막 상영 영화를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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