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 참 갑갑했다.
드넓은 광야에 툭 던져진 냥 두리번 거리고 있자니, 언젠가 옥죄어 올 것만 같은 경제적 부담에
맘은 급하다. 껄끄러운 식빵을 우겨넣은 듯 숨이 턱 막힌다.
그래서 찾은 영화가 언터처블이다. 제목이 그닥이지만, 예고편에서 매력은 그대로였다.
어스 윈드 앤 파이어, 간만에 듣는 쌍팔년도 디스코 명곡을 배경에다 덩치는 산만한 녀석이 흔들어댄다.
흥겹다. 하품나오는 격식과 품위로 인해 경직된 상황 해제 해버리고 그것도 모자라 고성방가까지 해대며
좋다고 웃어 재낀다.
모두가 그렇게 흥겹다. 아주 잠시간이라도 좋은 거다.
타칭 내노라 하는 영국 최상위 일품 귀족과, 일명 우범지대 한 꼴통하는 흑인 건달이 예상할만한 우정을
나눈다는 스토리, 대충은 진부할만 하다.
게다가 헐리웃 삘 나지만 프랑스 영화다. 딱 보면 끌리는 영화는 아닌 거 같았다.
난 그저 감정 기대없이 유쾌하리란 생각에 와이프를 이끌고 갔지만, 그렇고 그런 완만한 영화 결코 아니었단다.
지적 풍미 넘치는 사색들 속에 너무나 깊게 파묻힌 저주같은 귀족이란 울타리의 우월적 품격과 격식, 그것으로
자신을 대하는 변함없이 머리만 조아려대는 주변의 그것들에 지쳐버린 완전 불구 90%의 중년 남자가 있다.
그런데, 그 정적 가운데 '퐁'하고 뭣도 아닌 놈이 쬐그만 짱돌을 던진다면 어떨까? 격식이고 뭐고 기고만장한
녀석은 가진 것도 없는 것이 깡 하나는 매력적인 거다.
더 중요한 건, 미쳐버릴 것같은 그것들과는 딴 판으로 일종의 비(?)이성적으로 귀족 주인공을 대하는 모양새가
가관이 아닌 거다.
녀석의 버르장머리 없는 대화와 행동, 거북하리만큼 자신만만한 자만감과 꽤나 일관적인 개통 철학 등등....
그렇게 각 자가 자신의 일상을 아무렇지 않게 공유하게 되면서 갑과 을을 넘기는, 재미없는 인간들이 봤을땐
'위험한 친구'가 되버리고 만다.
그를 만나서야 그 때 내가 아닌 진짜 나를 찾은 듯한 그런 느낌, 귀족 중년 아저씨에게 녀석은 그렇게 기다리던
향기 좋은 자유였을 거다.
영화는 각 자가 그리는 우정을 소프트하지만 맛깔나게 버무린다. 가난과 싸우는 버릇없지만, 솜털같은 희망적
꿈을 가진 흑인과, 품위와 격식에 파묻혀 있지만 인간적인 따스함과 자유를 갈망하는 귀족 중년이 알콩달콩(!)
하게 엮어나가는 우정이 소탈하고 상쾌하다.
미끄덩거리거나 끈적거림없이 봄바람을 타고 자유비행하는 갈매기같은 그런 느낌이다.
지금 나의 이 자리, 이 순간, 주변인들에 늘상 가지는 불만과 외로움 자주 가진다. 그러지 말아야 한다면서도.
냉냉하고도 목 언저리까지 타는 듯한 신트림 속 일상 안에서, 가끔은 생각한다.
그들에게 난 향기나는 '그'인가? 아닌가... 혹시 내게서의 향기는 그들에게 무엇일까?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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